민호 씨와 지혜 씨 부부는 서울 목동의 낡은 아파트를 팔고 인생의 2막을 시작하려 했다. 20년 동안 땀과 눈물로 일군 70평대 아파트는 시세가 25억 원에 달했다. 이들은 이 돈으로 시골의 한적한 농가주택을 미리 사두고, 나머지 자금으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계획이었다. 강원도 평창 자락에 3년 전 구입한 그 농가주택은 매매가 5천만 원짜리로, 고작 짐을 풀 정도의 ‘별장’ 개념이었다.
드디어 아파트 매매 계약이 체결되던 날, 부부는 설렘을 안고 세무사 최 대표를 만났다.
“축하드립니다, 사모님. 이제 잔금일만 남았네요.” 최 대표가 미소 지었다.
“양도소득세는 얼마나 될까요? 1세대 1주택이긴 하지만, 그, 시골집 때문에….” 민호 씨가 조심스레 물었다.
최 대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서류를 펼쳐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문제는 그 평창의 농가주택입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1세대 2주택이시라, 목동 아파트 매매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과세됩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나 기본 공제를 적용하더라도, 예상 세금은… 3억 2천만 원입니다.”
3억 2천만 원. 부부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평생 모은 은퇴 자금에서 3억 원 이상이 한순간에 증발한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 했다. 5천만 원짜리 농가주택 하나 때문에 3억 원의 세금 폭탄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컸다.
“방법은 없습니까? 그 시골집은 거의 폐허나 다름없는데….” 지혜 씨가 절박하게 물었다.
최 대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잔금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주.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최 대표가 말했다. “세법상 양도소득세 과세 여부는 잔금일(양도 시점) 현재의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아파트를 팔기 전에 농가주택을 물리적으로 없애고, 법적 공부(公簿)까지 정리해야 합니다. 즉, 멸실(滅失) 시켜야 합니다.”
계획은 단순하고도 무모했다.
평창 농가주택 즉시 철거 시작.
철거와 동시에 관할 지자체에 멸실신고.
잔금일 전에 건축물대장에서 주택의 기록을 완전히 지우고 멸실 등기부등본을 확보한다.
민호 씨는 즉시 포클레인을 수배했다. 5천만 원짜리 집에 멸실 비용 1천만 원을 들인다는 사실이 쓰라렸지만, 3억 2천만 원의 세금을 피할 수 있다면 기꺼이 감당할 수 있었다.
평창의 겨울 찬 바람 속에서 낡은 농가주택은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흙먼지로 변했다. 민호 씨는 멸실 공사 현장을 지키며 시청과 등기소를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잔금일 3일 전. 최 대표는 초조하게 기다리는 부부에게 팩스 서류를 내밀었다.
“축하드립니다. 건축물대장 및 등기부등본상에 해당 주택은 멸실 처리되었습니다. 이제 목동 아파트 잔금일 시점에 부부께서는 1세대 1주택 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그들이 구원한 금액은 3억 2천만 원. 멸실 비용을 제외하고도 엄청난 절세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민호 씨는 궁금했다. "애초에 그 시골집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방법은 없었나요?"
최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물론 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 제155조(1세대 1주택의 특례)에 따라,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농가주택은 도시의 일반주택을 양도할 때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조항을 ‘농어촌주택 및 고향주택 특례’라고 부릅니다. 만약 고객님의 농가주택이 이 요건을 충족했다면, 멸실의 수고를 덜었을 겁니다.”
농가주택이 일반주택 양도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주택을 먼저 취득하고 난 후, 그 이후에 농어촌주택을 취득해야 합니다. (민호 씨 부부의 경우는 이 순서를 충족했습니다.)
지역 제한: 농어촌주택은 수도권(특별시·광역시 및 경기도 일부 읍·면 지역 제외) 외의 지역에 소재해야 합니다. 특히, 도시 지역(주거·상업·공업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정부가 지정한 특정 지역에 위치하면 특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가액 제한: 농어촌주택의 공시가격(기준시가)이 3억 원 이하여야 합니다. (다만, 한옥의 경우 4억 원 이하)
농어촌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3년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일반주택을 양도해야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고객님의 평창 농가주택은 순서와 보유 기간은 맞았지만, 지역적 요건(예: 관광특구 인접 등)이나 가액 기준(예: 공시가격 3억 초과)에서 간발의 차로 특례를 적용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3년 전 구입 시 이 특례 요건을 정확히 확인하고 구매했더라면, 멸실이라는 긴박한 과정은 없었을 겁니다. 세금 계획은 사전 예방이 최선입니다.”
민호 씨와 지혜 씨는 세금 서류와 멸실 증명서를 번갈아 보며, 3억 원이라는 돈이 허공에 날아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되새겼다. 은퇴의 평화는, 단지 멸실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덕분에 지켜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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