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이라는 벽돌을 깨다

오만과 편견

by 하기

오만과 편견


오만이 편견이라는 견고한 성을 짓고 살고 있었다. 오만은 편견이라는 성에 놀러 온 혐오에 반해 결혼을 하고 차별을 낳았다. 차별은 자라서 친구들과 함께 배제를 왕따시켰다. 배제는 차별을 왕따의 주동인물로 표현하는 유서를 남기고 무관심이라는 학교 옥상에서 뛰어 내려 자살하였다. 친구들은 차별을 살인자라고 부르며 조롱하였다. 같이 배제를 왕따시켰던 친구들마저 자신을 모욕하자 차별은 무관심이라는 학교는 왕따의 천국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배제가 추락하였던 옥상에서 투신하였다. 오만은 차별이 죽자 편견이라는 성의 문을 차단하고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고 은거하였다. 혐오는 편견이라는 성에 숨어 자신을 외면한 오만을 버리고 갑질공화국으로 이민을 갔다. 혐오가 떠난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오만은 편견이라는 성에서 고독사하였다.




벽돌깨기


반질한 나무상자 속에서

비쭉 얼굴을 내밀고

처음 네가 세상에 선보이던 날

동네 삼거리 구멍가게 앞에는

코찔찔이 아이들의 눈빛도 웅성거렸지


100원짜리 동전을

너의 주머니에 넣으면

흑백모니터에는 전자음과 함께

깨야 할 벽돌들이 나타나고

나는 기다란 막대기로 화면 속 흰 공을 튕기며

흑백모니터 속 정사각형 벽돌을 깨야했네


화면 속 벽돌을 다 깨고 나면

낭랑한 미디음의 팡파르가 울리고

축하의 꽃다발이 화면을 가득 채웠지


화면이 바뀌고 난이도가 높아진

새로운 스테이지가 나타나면

동네 꼬마들은 배고픈 줄도 모르고

영화 속 슈퍼맨 보듯이 나를 바라보았네


그때 나는 알지 못했지

한 계절이 가기도 전에 벽돌깨기보다

천배는 재밌고 신나는

겔라그, 제비우스, 테트리스가

화려한 컬러로 오락실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세상은 내가 깨야할 벽돌보다는

나에게 던져질 벽돌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하얀 막대기로 흰 공을 튕겨내며

보너스 스테이지 벽돌을 깨던

그때 나는 알 수 없었지




비정상회담



비정상이 정상을 나무란다

모두가 비정상인데 너만 정상이라고

따지듯 힐책한다


정상이 비정상에게 미안해한다

모두가 비정상인데 나만 정상이라서

몸 둘 바를 모르고 송구해한다


비정상들이 뒤에서 수군댄다

정상이 정상이 아니라고 몰아간다


정상은 오늘도 비정상들과

하루를 보내며

자신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헷갈려한다





갑질공화국



상사는 부하에게 갑질

부하는 상사에게 갑질


남자는 여자에게 갑질

여자는 남자에게 갑질


정규직은 비정규직에게 갑질

비정규직은 정규직에게 갑질


고참은 신규에게 갑질

신규는 고참에게 갑질


부모는 자식에게 갑질

자식은 부모에게 갑질


노인은 청년에게 갑질

청년은 노인에게 갑질


조씨는 땅콩 갑질

양씨는 엽기 갑질


편 갈라서 서로에게 갑질하는

여기는 대한민국 갑질 공화국





미저리



넌 나를 모욕했어

지켜봐 나의 복수를


너의 적들에게

너의 약점을 가르쳐 줄거야

적들은 너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너를 지치게 만들겠지


너의 친구들에게

너의 비행을 얘기할거야

친구들은 처음엔 너를 옹호하지만

반복되는 나의 얘기에

너에게 등을 돌리겠지


이 세상에 너 혼자 남겨진 순간

도끼로 너의 두 다리를...


나의 복수는 완성될거야


음 하하하 흐흐흐 흑흑흑





서류철



오늘 위, 아래, 옆으로 찢어진 너의 모서리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주다가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의 모서리를 보았어


너의 등은 스태플러로 찍히고

너의 눈에는 포스트잇이 안대처럼 감기어 있구나


노란색 얇은 표지에 수백장의 종이를 담아

휘어진 너의 허리는

90세 노인처럼 펴지지 않더군


마음이 굽은 사람들 속에서

니 마음도 구부러져 그렇게 굳어 버렸구나


새 옷으로 바꾸어 주지 못한 나의 잘못은

국장님 보고기일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친구들이랑 꽃놀이 가는 날 잊혀지겠지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온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온다


세련된 슈트에 잘 다린 와이셔츠

정갈하게 깎은 얼굴의 면도자국

침착하고 낮은 바리톤 목소리

잘 정리된 카톡 사진들은

그의 행복한 가정생활을 보여준다


엑셀과 실무능력, 다양한 지식

유창한 달변에 유머감각까지...

완벽한 젠틀맨의 모습


하지만 그의 내면은 소시오패스

타인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깎아내리는 순간

악마로 변한다


신사에서 괴물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 단 몇초


아무도 그의 변신을 깨닫지 못한다

단지 피해자만이 피 흘리고 상처받을 뿐


증거를 남기지 않는 그는 아무도 모르게

그 시간을 즐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온다




표적(標的)에 살다



한여름 뙤약볕처럼 뜨겁구나

매미들도 지쳐 울기를 포기한 한낮

한숨은 엿가락처럼 늘어져

뜨거워진 도로에 껌처럼 눌러 붙었다


한번도 자유를 갈구하지 않았다

한번도 자유를 느껴보지 못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자유롭지 못해라 자유롭지 않아라


이글거리는 용광로에 들어가

뼈와 살이 녹는다

쇠처럼 단단해져 다시 살아나리니


번지는 산불 속에 놓여져

타죽은 노루의 눈빛을 바라본다


너를 향한 눈빛을 거두지 않으리

나는 표적이 되어 너를 깨우리





침묵의 의미



오래 살아본 사람은 알지

왜 사람이 침묵하는 가를

과묵한 사람도 아니고

내향적 인간도 아닌 그가

왜 갑자기 말문을 닫는지를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알지

왜 사람이 포기하는 지를

게으른 사람도 아니고

냉소적 인간도 아닌 그가

왜 세상을 등지고 살게 되는 지를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 모두 알게 되지


잘 난 사람도 못 난 사람도

언젠가 하늘로 돌아간다는 걸

언젠가 모두가 침묵하게 된다는 걸


그 침묵의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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