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과 함께 첫눈은 내리고

(단편소설) 조사국24시 - 20 최종회

by 하기

장미꽃과 함께 첫눈은 내리고



한달이 지나고 나는 기브스를 풀었다. 한달간 기브스를 한 오른 쪽 다리는 홀쭉해져서 보기 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정상을 찾아갔다. 나는 다리가 회복되고 업무에 열중하여 가을에 반장으로 승진하였다. 동료들과 친지들은 모두 축하해주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휑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레사의 약효가 좋아 어머니도 더 이상 암이 전이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가족들도 큰 걱정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쓸쓸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나는 퇴근하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홍콩의 야경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홍콩에서 구입한 강아지 모형이 생각나 서랍에서 꺼내보았다. 그것을 보자 갑자기 세영이에게 이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새로 구입한 게스청바지를 입고 세영과의 추억이 담겨있는 필름이 들어있는 FM2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놀이터 벤치에서 세영이를 기다리는 데 멀리서 세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세영이가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고 느낀 순간 세영이 앞에 장미꽃을 든 남자가 나타났다. 동호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벤치 옆 은행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동호는 장미꽃을 세영에게 주며 “세영누나, 나 세영누나랑 정식으로 사귀고 싶어. 그동안 규현이 형 때문에 망설였는데...규현이 형이랑도 헤어지고...난 처음부터 누나가 좋았어.” 말한다. 세영이가 그 꽃을 받고 세영의 입술에 동호의 입술이 포개어 지는 모습을 나는 말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하늘에선 하얀 첫 눈이 수북하게 내리고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치악산 산행 중 낙하사고로 119구조대를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