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마라톤 도전하다
있는 힘을 다해, 없는 힘까지 짜내는 구간입니다.
마지막 finish line 직전입니다.
출발 전 이렇게 커다란 원으로 30여 명이 스트레칭을 할 수 있어서 보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역시 단체로 참가할 때는 인원이 많아야 괜히 기분이 업 됩니다. 광명마라톤 클럽에서 30여 명이 단체로 제1회 아트밸리 아산 이순신 백의종군길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저만 들어오면 다 들어온 거라는 이 00 부장님 웃는 말씀에 꼴찌로는 들어오지 않겠다는 자극을 받았습니다. 기록으로 보나 체력으로 보나 꼴찌로 보이기는 합니다.
"여성회원들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남성회원 한 분을 제치고 거꾸로 2등으로 들어오리라~^^'
몸을 풀고 나서 출발점으로 향합니다.
먼저 풀코스, 그다음 하프, 그리고 10km 출발합니다.
하프 코스 출발~
무슨 선물을 받으러 가는 거 마냥 고통의 선물을 받으러 일제히 쏟아져 달립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에서 러너는 고통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싶고 쾌락을 즐기고 싶어 하는데 러너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고통을 선택합니다. 그 고통이 사라질 때 행복감이 2~3배로 오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고 고통이 사라질 때 행복을 느끼는 방법이 마라톤입니다. 거기에 건강은 덤으로 오죠.
박 00 전 회장님과 같이 출발을 했는데 오늘의 페이스 메이커 귀인을 만났습니다. 농담으로 저만 따라간다고 하시지만 저의 페이스 페이커를 자청해 주셔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2022년 3월 26일 하프 기록입니다. 비교가 됩니다. 1년 안에 엄청난 성장을 했습니다.
2022년 2월 광명 마라톤 클럽에 입단하고 3월 26일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마라톤 대회 하프를 도전한다고 단톡방에 올렸는데 그 당시 박 0 회장님과 송 00 훈련 부장님이 페이스메이커를 해주셔서 무난히 완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스퍼트에 박 00님까지 합류해 주셔서 마무리를 잘하게 해 주셨어요.
저의 페이스 7분 30초에 맞게 일정한 속도로 맞춰주셔서 호흡이 편했고 물도 가방에서 달리다가 꺼내주시고 15km에선 에너지겔로 처음 먹어봤습니다. 마치 나이키에서 주최한 인간의 한계 2시간 벽 깨기에서 킵초게 선수에게 모든 환경을 맞추게 하여 1시간 59분 40초 기록을 세운 것처럼 도움을 주셨어요. 두 번째 하프 도전도 힘들었지만 힘들다는 내색도 잘 못하고 그냥 뛰게 되는 게 페이스 메이커와 같이 뛰거나 동료와 같이 뛰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산 마라톤 1km 구간이 되기 전부터 00 워치가 미리 울립니다. 지난 4월 15일 여명 마라톤 대회에서도 구간이 짧게 알림이 되어 마음에 거슬려 이번에는 00 앱보다 00 앱으로 바꿨는데 여전히 거리가 대회 규정거리보다 짧습니다. 00에서 구동하는 앱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박 전 회장님이 알려주셔서 이제 워치를 업그레이드할 때가 왔구나 하면서 달렸습니다.
페이스 측정이야말로 완주 전략을 세우기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자꾸 자기 맘대로 거리 알림을 해주어 거슬렸지만 신경 끄기로 합니다. 알림 해제할 시간도, 여유도 아까워 그냥 달립니다.
달리면서 무수한 자잘한 일들이 생깁니다. 워치의 문제, 땀의 문제, 신발의 문제, 옷의 문제, 주변 소리의 거슬림의 문제를 신경 쓰다 보면 페이스를 잃고 기분이 상하고 그 부정적인 곳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서 쿨하게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완주와 기록에 에너지를 아껴 써도 항상 아쉽고 모자라는 에너지입니다.
하프 반환점까지는 6분 10초 페이스로 가고 반환점 이후는 6분, 5분 50초, 5분 40초로 달려보자고 전략을 세우셨습니다. 아주 좋은 전략이고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기에 믿고 달려 나갑니다.
하프 반환점 언덕이 제일 경사가 있는 언덕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2022년 춘천 마라톤 대회 대비 언덕 훈련을 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 언덕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숨은 가쁘지만 천천히 힘을 빼고 올라가는 도중에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들을 만나 신이 났습니다.
에이스 김 00님, 전설의 황 00님, 이 00 부장님, 서 00 총무님, 레전드 김 00 위원님, 권 00 회장님, 김 00 부장님, 신입 김 00님까지 언덕을 올라갈 때 만나서 참 반가웠습니다. 하 00님도 반가웠습니다. 없는 힘도 나게 하는 서로의 '파이팅'인사입니다. 교차되는 주로에서 두어 번 만날 때마다 우리 회원들이라는 이유 하나로 무지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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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00 위원님은 앞서 달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뒤에 오고 있었냐고 찾으셨다고 합니다. 출발 전 2시간 10분 목표라고 말씀드렸더니 페매 감사하게도 해주려고 하셨답니다. 박 00 전 회장님이 페메 해주는 걸 보고 안심이 되셨다고 나중에 알려주셨어요. 김 00 위원님~ 70대 5위 하셔서 트로피 받으셨는데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제가 페메 복이 많이 받습니다.
2022년 춘마 첫 풀코스는 전 송 00 훈련부장님이, 두 번째 풀코스 4/15일 여명 마라톤 대회는 김 00 위원님 덕분에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이번에는 박 00 전 회장님까지 페매 해주셔서 무척이나 든든합니다. 세 분의 공통점은 모두 고수님들이셔서 옆에서 달리면서도 편안하게 믿고 달릴 수 있는 분이십니다. 힘든 마지막 부분 30km에 헤매고 걸을 때는 스스로 제가 참 밉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합니다.
반환점을 돌고 5분 30초로 내달립니다. 아무리 경사지만 작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라고 서로 웃으면서 신나게 내려왔습니다. 작년 7~8분 구간기록이었는데 내리막길 5분 30 초라니 믿기지 않는 스피드입니다.
그만큼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데 어느 순간 속도와 거리를 보면 늘고 있구나 하고 놀라게 됩니다.
이제 스피드를 내야 할 후반전입니다.
하프라 그런지 풀코스와 달리 반환점 이후 15km까지도 신나게 달립니다.
15km까지 6분대로 달렸고 마지막 5km를 스피드를 내자고 했는데 계속 페이스를 유지합니다. 마지막 식수대에서 에너지겔을 하나 먹고 박 전 회장님은 바나나를 드셨어요. 혼자 달릴 줄 알고 에너지겔 1개만 챙겼는데 2개 사 올 걸 그랬나 봅니다.
6분~5분 50초로 달리자며 속도가 쳐지려고 하면 경고를 주십니다. 쳐지면 안 된다는 말에 힘을 내어 보는데 생각처럼 스피드가 나지 않았습니다. 유지만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계속 집중하면서 달려 나갔습니다.
풀코스에 비하면 이건 고통 축에 끼지도 않습니다. 고관절이 아프지도 않고, 무릎도 아프지 않고, 어깨도 아프지 않고, 발목이 아프지도 않고, 발바닥도 아프지 않은 아주 최적의 컨디션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힘든 과정을 겪고 나야 다른 일들은 그다지 힘들지 않게 여기나 봅니다.
앞서 보이던 클럽 두 분을 제치고 나갑니다. 그냥 페이스대로만 달려야겠다는 생각에 호흡과 발걸음에 리듬을 타면서 저절로 달릴 수 있도록 에너지를 최소화하려고 했습니다.
마지막 2~3km는 맘 같아서는 전력 질주를 하고 싶은데 6분, 5분 50초 속도로 달렸습니다.
아산 백의종군길 마라톤 대회는 이 가로수길이 그늘도 좋고 풍경도 예뻐서 코스가 참 좋습니다.
에너지를 다 쏟고 있는 와중에 벌써 메달을 들고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나도 천천히 이 가로수 그늘을 여유롭게 걸으면서 귀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서 보라색 피니시 라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없던 힘도 생기는 구간입니다. 주황색 광마팀 점퍼가 잃어버린 30년 가족 상봉처럼 반갑습니다.
속도를 줄기기 위해 힘이 나는 건지, 빨리 끝내고 싶어서 힘이 나는 건지, 사진 찍는 광마팀이 있어서 그런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지막 스퍼트를 합니다. 숨이 가쁜지 어쩐 지도 모르게 그냥 막 달립니다.
헉헉헉헉
숨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
끝났다는 생각에 살았다는 안도감이 가장 큽니다.
물을 받아서 마시면서 물을 맘껏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호흡을 맘껏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뛰지 않고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메달과 간식을 받고 왔는데 모두들 반겨주셨습니다.
특히 목표 기록 완주에 모두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풀 코스 뛰다가 하프는 껌이죠?
하고 묻습니다. 껌까지는 아니고 수월하기는 합니다. 고통이 1/3 정도인 것 같습니다.
목표 기록을 세울까 궁금했는데 저도 제가 놀랍습니다.
옆에서 페이스메이커를 해주신 전 박 00 회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00 워치' 중고를 구매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기록과의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튿날 다리가 멀쩡합니다. 그 스피드로 달렸는데도 쑤시는 곳 하나 없이 아픈 곳 하나 없는 것을 보니 체력이 많이 강해졌습니다. 대회 후 족구로 풀렸을까요???
다음 도전은 6월 11일 울릉도 마라톤 세 번째 풀코스 도전입니다.
'자유를 얻으려면 어려운 훈련을 거쳐야 한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동하느냐가 중요해질 때 장벽은 무너지고 새로운 차원의 의식이, 자신만의 내면적인 깊이가 생긴다.'
- 조지 쉬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 379p-
*행사를 위해서 애써주신 권 00 회장님, 임원진, 봉사팀에게 감사드립니다.
주로에서 만나지 못했던 10km 참가하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