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리뷰

안도현 시인, 사랑을 쓰려거든 사랑을 쓰지 마라2

독서 리뷰



20230827_152336.jpg?type=w773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안도현 시작법(시 쓰는 방법)



" 사랑에 대해서 쓰려면 '사랑'이라는 말을 시에다 쓰지 말아야 한다고, 제목으로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사랑'이라는 말을 아예 잊어버려야 한다고 훈수를 할 것이다. "

(81p)



김민들레의 이야기책빵에서 프로그램 중 시집 필사 & 공동 시집 6기에서 미정님이 쓰신 시가 사랑이라는 말이 없지만 사랑을 담은 시가 아닌가 합니다.



언제 오시는지요?

김미정


정말 언제 오시는지요

문밖만 내다봅니다

봄이 지나 여름이 되었습니다

봄에 오신다더니 아니

여름에 오신다더니

벌써 가을이 지나 겨울입니다


언제 오시는지요. 님아

아예 오지 마세요

제 마음은 재가 되어 시꺼멓습니다


님아,

그대로 오실 수 있으시죠

언제 오시는지

잠깐이라도 연락 안 될까요??

내일 오셔도 됩니다


-'시가 꽃이 되다' 시집 수록 시-


문밖만 자꾸 내다보는 다음이 설렘, 기다림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도 오지 않고 겨울이 되어 버렸어요.


마음이 시꺼멓게 탈 정도로 애가 타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또 기다리는 마음, 이 마음이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한다, 보고 싶다 두 마디면 될 것을 이렇게 표현을 하니 그 절절함이 더 깊어집니다.



20230827_152343.jpg?type=w773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안도현 시작법



" 시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되도록 많이 걸을 것을 주문한다. 한적한 오솔길이나 들길이 아니더라도 좋다. 재빠르게 걷지 말고 '따복따복' 걸어라. 모든 길은 세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훌륭한 통로다. "

(86p)



머리가 복잡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도 걷지만 생각을 만들어내거나 영감을 얻을 때도 걷기가 필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사실 수많은 생각이 드나들기도 합니다. 여유가 있으니 주변을 살피다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만져보기도 하고 유심히 살피면서 애정이 생기고 글을 쓰게도 됩니다.


특히 사계절 식물이 달라지는 모습은 어떤 마법사도 해내지 못하는 마술입니다. 그 마술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고 전달하느냐가 시인의 역할, 작가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려면 천천히 걷기를 해야 가능한 일이죠


걷다 보면 중요한 일, 나에게 지금 일어나는 일 중에 하나만 남는 경험을 합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도 별것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조금만 속도를 줄이고 마음을 가라앉히면 중요한 것만, 평온함만 남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도 09~5시 30분 경제 세미나에 참석해서 많은 정보를 입력했더니 정리가 안되더군요.


일부러 2~3 정거장을 걸었어요. 생각도 정리되고 마음도 차분해지고 현재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걷는 명상도 하고 맨발 걷기도 1년간 사계절 동안 해봤습니다. 지금도 20분 거리는 버스를 타지 않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걷는 이유는 생각 정리, 평온함, 아이디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건강은 덤이고요.



"내가 내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사물이 대신 이야기해 준다(연암 박지원)"

(95p)



사물에 대해서 묘사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시에서 사랑을 느끼고, 삶과 죽음을, 질투를, 도전을, 실패를, 회복탄력성을 읽어냅니다.


안도현 시인은 감정을 언어화하는 과정을 '묘사'라고 합니다.(95p)



오물오물

김민들레


상추 뜯어먹는 달팽이가 귀여워

네모난 투명 상자에 키웠지

조금씩 숭숭 구멍 나는 상추를

보는 재미로 뚫어져라 쳐다봤지


오물오물 먹는 입이 귀여워

집이라는 상자에서 키웠지

한 그릇 먹던 아들이 세 그릇을

먹으니 뚫어져라 쳐다봤지


-'시가 꽃이 되다' 시집 수록 시-



달팽이와 아들이 먹는 입을 그냥 쳐다보기만 한 기억이 시를 쓰게 했습니다.


누군가 먹는 일은 에너지를 얻고 살아내려는 의지가 있음을 표현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아주 당연한 먹기가, 눈에 띄지 않던 먹기가 몸이 커지는 것을 보면 신비롭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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