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3월, 3개월 동안 시집 필사 & 출간 모임 8기를 통해 6명이 주 6일 동안 하루 시 필사 1편, 창작 시 1편씩 짓는 모임을 운영했어요.
창작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모두 자신이 치유를 받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중 우선 세 사람이 개인시집이 출간됩니다.
부크크 자가 출판 사이트를 통해서 출간했습니다. 조소연 님과 유영숙 님은 출간되어 구입이 가능하고 저는 어제 등록을 마쳐서 1~2주 내에 구입 가능합니다.
오늘은 조소연 님의 <<행간 산책>>시집을 소개합니다.
조소연 님은 본인 닉네임이 '행간 산책'인데 시집 제목도 '행간 산책'이라고 지으셨습니다. 저와 같이 의논해서 정했습니다. 시 쓰는 과정, 편집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지혜롭게 물 흐르듯이 조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책을 좋아하시고 배움을 좋아하시는 소연님은 시를 쓸 때도 창의력과 센스, 말장난이 돋보이셨어요. 네이밍도 잘 지으셔서 제가 도움을 평소에도 많이 요청하는 분이십니다.
말장난과 시 사이를 사색하고 산책하다
부제가 시 내용을 잘 말해주고 있어요.
표지에 실린 '시 동사'라는 시만 봐도 파격적인 형식입니다. MZ 세대 같은 재치가 시에서도 많이 보입니다. 제가 보고 많이 배웠어요. 총 42편을 수록하셨어요. 제 안에 시를 쓰면서도 틀이 많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경 구경
조소연
봄을 기다리던 뼈 마른 가지에
하얀 살이 올랐다
찬 도시의 공기가 솜사탕처럼 포근 달콤하다
반짝이는 실크 웨딩드레스 입은 검은 나무들
화이트 초콜릿 케이크 선물 받은 기분으로
출근길 질척거리는 어두운 도로 위
거북이 운전마저
구경 나온 여행자 걸음 되어 사뿐하다
눈동자 굴리며 흰 눈 굴리는 상상하며
백색 세상 가득 담는 눈 호강을 누린다
겨울 눈 쌓인 모습을 이렇게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겨울이 지난 시점에서 보니 그 겨울이 다시 그리워집니다.
변덕쟁이
조소연
굳은 머리 쥐어짜며 이리저리 손 본 시
낳을 때 고통스러운 마음 사라지고
탄생한 것이 낯설지만 신기해서
자꾸 눈길과 손길을 준다
자기애가 이리 강했나?
처음엔 분명 창피하고 부끄러웠는데
어느새 사랑스럽고 뿌듯해서 자랑하고픈
팔불출 나르시시스트 변덕쟁이
처음 시를 쓰실 때, 시집 필사만 하고 창작시를 짓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첫날 시 1편을 보고 이 분은 시를 지어야 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창작시를 제안드렸고 3개월 동안 쭉 써오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시집으로 탄생했습니다.
자기 안에 있는 잠재력은 과소평가하거나 잘 안 보일 때가 있는데 시집 8기를 진행하다 보니 시를 충분히 쓰실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잠재력이 저는 보였습니다. 그동안의 독서 이력과 배움을 놓지 않았고 삶의 내공이 있으셔서 가능한 일입니다.
아웃풋의 용기를 내셔서 큰 박수를 드립니다.
시를 쓰는 3개월 동안 조소연님과 함께 해서 저도 동기부여를 받았습니다. 개인마다 시를 쓰는 성향이 다른데 저에게 영감을 많이 주셨습니다.
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