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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골절 수술 지옥을 맛보다




수술 전 남편과 인사를 나눌 시간을 준다. 이런 센스 있는 병원이라니...


잘 다녀오라고 하고 난 무섭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드라마에서 보던 천장 조명,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간호사와 의사들. 그 와중에도 참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체 마취 체크 후 수면 마취를 한다. 금속의 딸그락거림, 분주한 움직임의 분위기가 무서워 얼른 재워달라고 했다.


잠시 후,


"회복실입니다."


발목이 묵직하다.


병실로 옮기면서 남편을 보니 눈물이 나왔다. 안도의 눈물이었을까


8시간 동안 꼼짝 않고 누워있으란다. 마취는 덜 풀려서인지 아직까지 괜찮다. 담당의는 수술은 잘 되었고 많이 아플 거라는 예고를 하고 떠났다.


도대체 " 많이"가 어느 정도일까


진통제 달라고 하면 된단다.


다음 단계는 소변을 보며 제 기능으로 돌아왔는지 본단다. 마려운 기색이 없는데 자꾸 보라고 한다. 억지로 물을 많이 마시고 해결.


다음은  죽 먹기.


누워서 식은 죽 먹기가 쉽다고? 어렵다.


누워서 먹으려니 서너 숟가락 먹고 포기.


통증과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이건 3군데 골절이 돌아가며 욱신거리고 화끈거린다. 진통제를 계속 맞고 있는데 도움이 안 된다. 버튼만 누르면 15분마다 진통제가 들어간다던데 효과가 없다.


효과가 없는 건지 생살을 찢어서 어찌할 수 없이 아픈 건지 모르겠다.


추가 진통제를 부탁하여 1시간을 맞는데 그대로 아프다. 진통제  2개를 매달아도 소용이 없다.





한숨도 못 잤다.


남편도 한숨도 못 잤다.


결국 아침 06시 전에 정원으로 나갔다. 나무를 보면 좀 나아지려나.





산들바람이 부니 시선이 분산되고 휠체어에 앉아 단잠을 잔다. 그것도 잠시 피가 몰려서 아파지니 다시 병실로.





별 방법이 없다. 바람 한 조각으로 잠시 졸았으니 그것으로 대만족이다.


통증은 이어진다.


오후가 되어서야 다시  진통제를 요구하고 2시간 푹 잤다. 책도 '니체의 말'한 장 읽기가 가능했다.


발목 골절 수술 과정이 보통이 아니구나.


밤새 잠과 통증의 지옥을 맛봤다. 잠시 눈 붙일 시간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나에게 '발목 골절 수술'은 단순한 말 뜻 그 이상이다. 이제 경험한 '발목 골절 수술'은 의미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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