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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가족과 조직이 뭉치는 기회다, 변화의 기회




집안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가족이 뭉치게 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위기이기 때문이다.


발목 골절 수술로 인해 집안의 일상이 무너졌다.


먼저 남편은 내가 입원하는 날, 수술하는 날, 수술 뒷날 옆에서 간호하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일이 많은데 묵묵히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통증으로 잠을 자지 못한 날 같이 날밤을 샜는데도 어떻게 회사에 가서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가장의 책임감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튿날 딸이 밤에 간호를 하겠다고 했는데 힘들어서 못한다고 남편이 이틀 밤을 돌봐주었다. 대학생 딸이 할 수 있는데도 굳이 남편이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힘들기 때문에 딸에게 시키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딸 둘도 각자의 생활이 있어서 바쁘다. 알바도 가야 하고 준비하는 시험도 있는데 서로 조율해서 병실을 지키고  있다.


화장실만 혼자 다닐 수 있어도 좋으련만 아직은 주사를 꽂은 게 많아서 불편하고 발목도 아직은 아파서 누군가 도와줘야 한다.



발목 골절 수술, 가족의 도움



온 가족이 비상이지만 자신의 스케줄을 조정해서 간호를 잘 하고 있다. 자잘한 감정싸움이 있기도 하고 불만이 있기도 한데 누군가의 수술은 가족을 뭉치게 한다.


조금이라도 돕지 않으면 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다.


아빠를 도와주지 않으면 아빠가 힘들어지고 아빠가 힘들어지면 그때는 정말 가족의 위기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발목 골절 수술, 가족의 도움



현충일과 7일은 학교가 쉬는 날이어서 중딩 막내가 돌보고 있다.  농구를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뛰쳐나가는 아들인데 용케 돌봐주니 고맙다.


병실에서 하는 일이라곤 화장실 가는 일, 식사하는 일 돕기, 자잘한 심부름이지만 환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들 덕분에 남편도 집에 가서 씻을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병원에서 학원 숙제하는 중딩 아들



병원에서는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많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의자에 앉아서 하루 종일 있는 것 자체가 힘들다. 누나들이 주말에 알바, 자격시험도 있어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평상시에는 막내 기질이 보여 잘 안 하다가도 위기 상황에서는 아무 말 없이 돕는 것 같다.


서로 바쁘다 보니 일상적인 대화만 했는데 1:1로 간호를 받으니 각자의 생활과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가장 최근에 가장 고민하는 내용이거나 의미 있는 일화이니 재밌기도 하고 새롭게 아이들에 대해서 알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엄마가 항상 밥이든, 빨래든 다 도와주다가 반대로 아이들이 엄마를 도와준다는 것도 대단한 의미가 있다. 엄마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도와줘야 이 위기를 잘 이겨내고 일상의 평화를  하루라도 빨리 되돌릴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가족의 일원이다.


셋째인 막내가 태어났을 때 가족의 일원이라고 남편이 말했다. 회사도 아닌데 ‘일원’이라니. 지금 생각해 보니 가족의 일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서 맞는 말이다.


남편 :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된 걸 환영한다.


엄마 : 나무야, 많이 보고 싶었어, 사랑해


발목 골절 수술로 통증이 심하고 러닝을 1년 이상 쉬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러닝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회복하면서 고민해 볼 일이다.


풀코스 뛸 때는 언제 끝나나 생각하면 암울하고 힘이 나지 않는다. 다음 식수대까지만, 1km만 더, 한 발 더 속으로 외치면서 눈앞만 생각해야 덜 힘들다. 지금의 상황도 언제 나을까 하는 것보다 다음 치료, 오늘을 잘 보내는 일에 집중하련다. 완치하여 러닝 하는 상상을 시각화하면서 말이다.



발목 골절 블로그 쓰기



어떤 일이 생기든 꼭 그 일이 나쁜 일만은 아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를 공감하는 글을 쓸 수도 있다. 또 다른 일을 하는 계기도 변화 속에서 생긴다. 그 의미와 틈새의 행복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마라톤으로 스펙터클한 세상을 경험하는 중이다.


풀코스 마라톤의 실패와 완주 경험, 마라톤 클럽, 마라토너인 지인들, 마라토너 작가들.


그리고 발목 골절 수술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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