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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산책로를 찾아서, 관악산 무장애숲길 실패




“여기가 아닌가 봐”


관악산 무장애 숲길이라면 휠체어도 유모차도 갈 수 있다는 글과 사진을 보고 출발했어요. 


날씨는 흐린 아침이었지만 비가 멈추었고 비 덕분에 선선해져서 더 좋게 느껴졌어요. 


‘관악산 무장애 숲길 제 2주차장’ 내비게이션을 찍고 갔는데 관악산 입구 서울대역 1번 출구를 지나 서울대 정문으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네비따라 가다가 막다른 골목을 만나 되돌아 나왔어요. 


조금 전에 지나친 관악산 입구 근처가 맞을 것 같아서 다시 내려갔죠. 몇 년 전에 가본 기억과 달리 주차장이 없어졌고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다시 폭풍 검색 시작~


주변 관악 문화원에 주차가 가능하다는 글을 읽고 주차를 하고 휠체어를 타고 나왔는데 경사가 심하고 휠체어가 지나다닐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결국 나왔어요. 남편은 관악 문화원. 주변과 관악산  무장애 숲길 연결 통로가 있을 것 같아 주변을 다 돌아봤지만 없다고 했어요. 


다시 검색해 보니 입구에서도 30분 이상 걸어가야 무장애 숲길이 나온다고 하네요. 


발목 수술로 일주일 내내 집안에 갇혀 있어서 휠체어로 산책할 수 있는 길을 찾았건만 역시 쉽지 않네요. 근처 공사로 인해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여의치 않았어요. 남편도 주차장에서 바로 데크로 연결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넘어져서 다치면 안 될 것 같다면서 철수하기로 했어요. 


그나마 토, 일요일 잠깐 나무와 하늘과 바람을 만나는 시간인데 저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어요. 


여기서 돌아서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집 근처 광명안양천 구로방향이라도 산책하기로 했어요. 


매일 아침마다, 저녁마다 러닝 했던 곳이라 나을 때까지는 가고 싶지 않았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거기라도 가자고 했죠.

도로 옆 인도는 울퉁불퉁해서 흔들릴 때마다 발목 수술한 다리를 붙잡고 천천히 이동했어요.  턱이라도 만나면 남편은 낑낑댔죠. 


휠체어를 타 보니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분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어요. 턱도 그렇고 도로가 움푹 패인 것도 그렇고 경사도 심해서 불안한 곳이 많이 보이더군요.  다치지 않았으면 잘 보이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내가 원하는 나무 그늘과 바닥이 평평한 곳에 도착했어요. 


아침마다 이곳을 달릴 때 얼마나 시원하고 상쾌하던지요. 





지금은 휠체어와 목발을 갖고 왔지만 나무가 주는 위로는 여전했어요. 밖은 햇빛으로 더웠지만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나무를 쳐다보는 이 시간이 무척 행복하더군요. 


매일 나올 수 없으므로, 자유롭지 못하므로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러닝 하는 분들도 몇 분 보이고 부부, 아이, 친구들끼리 산책하는 모습만 봐도 아주 흐뭇했어요.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별을 보고 시를 짓다 깜박 잠이 들었어요. 





위로


           김민들레


아픈 다리를 이끌고 벤치에 누우니

나뭇잎이  살짝살짝 흔들린다

빈 공간이 별을 만들어 반짝반짝거린다


큰 기둥은 바람에도 꼼짝 않으니

꼭대기 잔가지와 기둥에 듬성 삐져나온 가지만

옅은 미소로 살랑살랑거린다


반짝이는 별빛에 눈이 부셔 살짝살짝 잠이 들다

수술의 고통과 통증을

나무와 벤치는 아는 듯 나를 잠시 쉬게 한다

빈 공간이 나를 별로 만들기 위해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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