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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끼 받아먹는 발목 골절 환자 삼식이가 되었다.


마라톤 발목 수술 회복 과정



나는 하루 세 끼 꼬박꼬박 받아먹는 삼식이가 되었다~^^


발목 골절로 수술한 지가 14일 차다.


통증도 조금씩 사라지고 며칠 후면 수술 실밥을 빼러 간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목발로 움직이고 있고 발이 닿으면 아프기 때문에 거의 생활을 침대에서 하고 있고 화장실만 다닐 수 있어도 감사한 일이다.


먹는 것에 그다지 식탐이 없어서 하루 두 끼를 먹기도 하고 간단히 때우기도 했는데 환자가 되고 나니 달라졌다. 세 끼 꼬박꼬박 먹고 배고프다며 간식도 자주 달라고 한다.


일단 아침, 저녁에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밥을 필수적으로 먹으려고 한다. 그냥 먹으면 속이 쓰리고 위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루 세 끼 밥을 해주는 가족들이 문제다. 서로 시간을 정해서 교대로 해줄 수 있도록 시간 안배를 하는 것 같다.


저녁과 주말에는 남편이 퇴근해서 밥을 해주기 때문에 가장 편안하게 먹는다. 먹고 싶은 메뉴도 해달라고 하고 내 식성에 맞게 잘 해준다.


문제는 아침, 점심이다. 남편이 7시 이전에 출근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일어나는 시간까지 밥을 기다려야 한다. 10시에도 아침을 주고 4시에도 점심을 준다. 그래도 줄 때까지 기다린다.  자기들도 뭔가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메뉴도 있는 반찬에 먹기도 하지만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면 난처하기도 하다. 라면, 떡볶이, 파스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아이들은 무지 좋아한다.



#삼식이 에피소드 1


간장 계란밥


남편도, 딸 둘도 모두 없는 저녁 시간. 중3 아들만 있는 날이다.



아들 아침밥으로 해주던 간장 계란밥



메뉴는 간장 계란밥을 해달라고 했다. 밥, 열무김치, 계란프라이, 간장, 참기름, 참깨만 있으면 되니 간단하다. 가끔씩 내가 아들에게 해주기도 했으니 잘 하겠지.



"엄마, 간장을 좀 많이 넣어서 짤 것 같아. 그냥 드세요 ㅎㅎ"


"그래, 잘 먹을게"


아, 이건 그냥 먹을 수준이 아니다. 짜다.ㅠㅠ


"아들아, 밥 좀 더 갖고 와, 짜니까 밥을 더 넣어야겠어."


"엄마.... 밥이 그게 전부에요...."


"그래..... 그냥 먹을게"



나중에 딸들에게 물어보니 낮에 엄마 밥을 챙겨주고 딱 한 그릇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남긴 밥 한 릇이 '신의 한 수'라고 하면서. '신의 한 수'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 것 같은데...그 한 그릇이 없었다면 엄마는 라면 먹어야 했다면서.


어찌나 웃기던지 셋이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냥 나온 밥 한 그릇이 아니었다.




#삼식이 에피소드 2


점심을 3~4시에 주는 이유



둘째가 점심을 주는데 자꾸 오후 3~4시에 준다. 1시 전후가 되면 배가 고픈데 시간이 늦다. 토익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나름 인강을 듣거나 공부에 집중하나 보다 생각했다.


큰딸이 둘째에게 물어본다.



"너는 왜 점심을 3~4시에 드려?"


"1시에 점심을 드리면 3~4시에 배고프다고 간식을 드려야 하니까 간식 시간에 점심을 드리는 거지. 그리고 7시에 아빠가 와서 저녁을 먹으면 딱 맞거든"


"뭐?"



셋이 앉아서 웃고 말았다.


그래,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퇴원하고 10일이 지났는데 남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너희들은 힘들겠지 생각하지만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힘들고, 귀찮고, 숭고한 일이기 때문이다.




 #삼식이 에피소드 3


깻잎은 신의 한 수



아침밥



제일 준비하기 힘든 아침밥이다.


큰 딸이 볶은 고기에 계란, 김치찌개, 열무김치, 김을 준다. 신의 한 수인 깻잎까지 썰어 넣는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신이 한 수'다. 없어도 되지만 넣었을 때 배가 되는 맛.  관심 한 숟가락을 더 넣은 맛이 된다.


음식은 그런 것이다.


하루 세 끼 삼식을 받아먹어보니 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알겠다.


얼른 나아서 다시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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