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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수술 10일 차, 나는 내가 강한 줄 알았다

나는 내가 강한 줄 알았다. 

아파 보니 이리 약한 것을.

낫지 않는 병도 아니고 그리 심각한 병도 아니다. 

단지 발목 골절로 수술했고 3개월 고생해야 하고 좋아하는 러닝을 하려면 재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1년 후 철심을 빼는 수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미리 걱정할 일도 아니다. 

생활의 루틴이 깨지니 마음이 흔들린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이 약해진다. 

매일 운동하다가 멈추니 기분도 다운된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보니 더 우울해진다. 


현재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사하기로 했다. 

누워서라도 책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앞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목발을 짚고 화장실을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가족들이 매 끼니를 챙겨줌에 감사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가만히 있으면 통증만 없어도 감사하다.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운동을 선택할 수 있을 때가 행복한 시절이다. 

아침마다 러닝하고 산책한 시절이 행복한 시절이었다. 

산책로에서 나무를 보고 꽃을 보고 사람들을 보는 게 행복한 일이었다.

가족들과 외식하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게 행복한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해 보는 과정이 기쁜 일이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걸어 다니는 일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의자에 1~2시간 발목 통증 없이 앉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절이었다.

가족들의 밥을 해주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고 개는 일이 숭고한 일이었다.

나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스스로 준비할 수 있을 때가 행복한 시절이었다.

나을 동안 시간 조절을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시때때로 감정이 변한다. 

감사함을 느끼다가 무료함을 느끼고 우울해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좋은 글을 읽고, 글을 쓰며 해소하고, 감사를 하며 이겨내려고 한다. 



<발목 수술 삼과 골절 10일차>

-이틀에 한 번씩 동네 병원에서 수술 부위 소독하기(반깁스 상태)

-목발 짚고 이동, 병원 이동 시 보건소 무료 대여한 휠체어 가족 도움으로 이동

-수술한 왼쪽 발바닥은 아직 바닥에 닿으면 아픈 상태

-10분 이상 서 있거나 목발로 이동 시 수술 부위 피가 쏠려 통증이 몰려옴

-의자에 30분 이상 앉아 있기 힘듦, 수술 부위 피가 쏠려 통증 생김

-하루 종일 누워서 다리를 올려놓아야 함.

-밤에 잘 때 돌아눕기가 힘들고 불편한 자세로 자니 자꾸 깸

-밤에 덜 깬 상태에서 목발 이동 시 조심, 비틀거리다가 악 소리 나옴. 

-목발 짚고 물건을 들고 오거나, 집어 올 수가 없어서 아주 불편함. 가족 도움 필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없던 변비도 생겨 과일, 야채, 물 충분히 섭취

-집중력 있게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가 어려움, 한 자세 오래 있기 힘듦. 쥐가 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둡니다. 저도 제 상태와 앞으로의 진전 상황이 무척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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