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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하다 보니 어쩌다 작가가 되었다. 필사의 힘


독서하다가, 필사하다가, 어쩌다가 시집을 출간하셨어요?


가끔씩 듣는 질문입니다. 독서를 하다 보니 거의 모든 책에서 작가들이 읽지만 말고 쓰라고 하더군요. 나는 아직 쓸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능력도 없는데 왜 자꾸 써보라고만 하는지 보는 저도 갑갑했죠. 그래서 필사부터 하고 내 글도 써보자고 단계를 두었어요.



쓸 능력이 아직 없다.


쓸 능력이 없어서 안 쓰는 것이지, 내가 일부러 안 쓰는 건 아니라고 자문자답하기도 했어요. 글을 잘 쓴다면 내가 안 쓸 이유가 없다면서요. 잘 써야 글을 쓰는 것인지, 못 써도 쓰다 보면 잘 쓰게 되는 것인지 고민했더랬죠.


쓰다 보면 잘 쓰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요. 마음대로 안 써지는 그 시기가 제일 갑갑한데 자꾸 쓰다 보니 어느새 문턱을 넘게 되었어요. 아직도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쓰고 싶은 표현은 하게 된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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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루한 필사가 그렇게 글쓰기에 도움이 되나요?


네. 저는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가장 큰 도움은 논어 필사였어요. 다른 분이 리더인 모임에 참여해서 10개월 정도 필사하고 느낌을 썼어요. 처음에는 논어가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른 상태에서 쓰기도 하고 아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에 대해서 느낌과 경험과 아는 내용을 써나가기 시작했죠.


현재 읽고 있는 최진석 교수님의 <<건너가는 자>>에서도 논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논어에 대한 해석이 다 다른데 어떤 것을 읽어야 하느냐고 친구가 묻더래요. 논어를 공부하는 동안 자기만의 논어를 만나게 될 거라고 답하더군요.


제가 그런 저만의 논어를 해석하는 글쓰기를 필사하면서 한 거였죠. 이 내용은 이럴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과 느낌 경험을 쓰면서 저의 글쓰기가 방황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어요. 어떤 단어가 나오더라도 나의 의견을 쓰기 시작했어요. 정답이 있는 문장이 아니니까, 연습이니까 부담 없이 한 모양입니다.


매일 다른 주제에 대해서 주 6일, 10 개월 정도 한 구절 필사하고 거기에 따른 생각과 느낌을 쓰게 되면 글쓰기에 당연히 도움이 되겠죠. 필사만 하는 것은 도움이 덜 된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느낌, 경험, 실천 내용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나만의 논어를 만드는 과정이 최진석 교수님이 말하는 '건너가는 자'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필사 효과 같이 나누고 싶었다


논어 필사 효과 후 니체의 말, 도덕경, 시집 필사 모임을 운영했어요. 역시 같이 쓰는 분들도 한결같이 읽는 것과 다른 경험이었고 독서의 5배 효과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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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와 글쓰기는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도구였다


필사와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했어요. 글쓰기로 내면이 깊어지고 생각도 깊어지고 실천을 하려고 자꾸 노력하게 되더군요. 읽고 흩어질 생각들이 글쓰기로 각인되니 자꾸 행동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 성장을 하게 되었어요.


브런치 작가가 되고, 북클럽, 필사 모임, 시집 출간 모임, 시인 등단, 풀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내면이 강해지면 외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기거든요. 작은 성과들이 모여서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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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가 되고 시인이 되고 전자책을 출간한 후에도 계속 필사를 하고 있고 제 글도 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체되어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점진적으로 배우고 있으니 성장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죠.


훌륭한 책으로 독서의 경험과 필사의 경험 덕분에 제 글들이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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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자신을 알고 내면을 탐구하는 일이 모든 일의 시작입니다. 독서를 하든지, 글을 쓰든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든지 자신을 알아야만 거기에 맞게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으니까요.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글을 쓰기는 아주 힘듭니다.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글이 써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쓰기는 자신의 온몸을 통과해서 나오는 아주 능동적인 작업이고 자신의 탐구하는 일입니다. 자세하게 섬세하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글쓰기의 과정입니다. 남의 생각으로 글을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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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로 나만의 한 줄을 창조하라


필사하면서 어떻게 나만의 한 줄을 쓸 수 있을까요? 필사만 하면 불가능합니다. 필사 후 곰곰이 왜 이 글을 필사하게 되었는지, 왜 마음에 와닿았는지, 어떤 연관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는지 글을 쓰게 되면 나만의 한 줄이 완성됩니다.


시 같은 경우는 시 한 편을 필사하고, 맨 마지막 행에 나도 한 행을 써보는 겁니다. 처음은 어렵지만 자꾸 시도하다 보면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한 행이 되고 시 한 편을 쓰게 되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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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시집도 필사만 하다가 창작 시를 짓는 분들이 너무 잘 지어서 공동시집을 5권 만들었고 지난 기수부터는 단독 시집을 만들어서 저를 포함하여 6권이 출간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시를 쓰려다가 내 마음을 치유했다


8~9기에 참여하시고 9월 2일 시작하는 10기 출간 모임에도 참여하시는 유영숙 시인의 말입니다.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글쓰기가 자신도 치유가 된다는 것이죠.


저도 상담 심리를 공부할 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결국은 저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부로 바뀌었어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자신의 마음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찌 알겠어요.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존중, 기부, 헌신은 자신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의 확장이 글쓰기로 표현된다면 더 깊어지는 자신, 더 넓어지는 자신, 더 성장하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필사를 하다가 어쩌다가 작가가 된 이야기 필사,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

-헤르만 헤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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