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2회차 관람을 남편과 했어요. 지난번 후기는 노래를 따라가며 간단한 스토리를 기록했는데요. 이번에는 인물이 자꾸 생각나더군요.
히라야마는 어떤 인물일까요?
60대 초반으로 부유하고 지적인 인물이었고 직위도 있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루틴에서 보이는 부지런함, 깔끔함, 시간 관리,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봐서 조직이나 사업체 리더의 역할이기도 했을 것 같아요.
여동생이 기사 딸린 차를 가지고 조카 니코를 데리고 오는 것을 봐서는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기 관리하는 모습을 이불 개기, 수염 깎기, 청소 등을 보여주는데 음식 하는 모습은 없는 걸로 봐서 음식은 할 줄 모르는 것 같았어요. 늦게 귀가해서 라면이 상했나 냄새 맡고 겨우 물 끓여 먹는 것을 보니 유추가 됩니다. 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겠다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아버지와 마찰이나 갈등이 심하게 있었겠지요.
동료 다카시가 결혼했었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아요. 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았겠지요. 더군다나 말 많고 진중하지 않은 다카시에게 굳이 하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5,6년 단골가게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터놓지 않더군요.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과 삶을 나름대로 잘 꾸려보려고 하나 마음속 상처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있는 것 같아요. 다카시에게 돈을 준다거나, 아야에게 카셋 테잎을 빌려준다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눈인사를 한다거나, 화장실 청소하면서 사용자를 배려하는 모습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행동이거든요. 다카시에게 돈을 다 내어주고 차 기름이 떨어지는 상황도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을 봐서는 마음이 약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합니다.
독서, 분재, 사진 찍기, 자연을 보는 습관은 오랫동안 형성된 것 같아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취미거든요. 분재를 소중히 하는 것을 보니 생명을 중시하는 사람 같고, 사진 찍기도 사람이 아닌 나무를 흑백으로 찍는 것은 나무의 단순함, 구조의 아름다움만을 강조하는 스타일 같아요. 자연과 연결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얼굴이 편안해 보였어요.
히라야마도 사람인지라 매일 루틴처럼 하는 일도 조카 니코가 왔을 때, 니코를 데리러 동생이 왔을 때, 야근했을 때는 독서하지 못하고 착잡한 마음이 엿보이더군요.
루틴이 있기에 흔들렸던 마음도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힘들 때는 평상시 하던 대로, 평상시 일터로 돌아가는 게 가장 빠른 회복의 방법이니까요.
다카시는 어떤 인물일까요?
다카시는 히라야마 청소 동료로서 20대로 보이고 아주 가벼운 인물이에요. 복장에서부터 단정하지 못하죠. 수염도 깎지 않고 나오는 걸 봐서는 히라야마와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청소는 핸드폰 보면서 하고, 돈은 없으면서 연애는 하고 싶어 하는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히라야마의 카셋 테이프까지 팔라고 하는 오지랖도 보여주죠.
일도 전화 한 통으로 그만두겠다고, 빌린 돈도(히라야마가 줬지만) 갚지 않고 말이죠. 니코와 하룻밤 사랑을 하고 싶어하고 말도 많고 즉각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이에요. 쓰다 보니 완전 히라야마와 비교가 되는군요. 돈 없으면 사랑도 못하냐고 투덜대는 것도 진중한 히야마와는 정반대입니다. 다카시로 인해 히라야마가 더 부각되는군요.
노숙자는 어떤 인물일까요?
노숙자 아저씨는 혼자서 나무를 안기도 하고, 체조 비슷한 걸 하기도 하고, 나무를 등에 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말은 서로 하지 않지만 눈빛은 주고받는 사이 같아요. 히라야마가 아마도 노숙자도 과거에는 무언가 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상처받은 인물로 공감해 주는 표정이었어요. 다카시가 말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노숙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아요.
아야는 어떤 인물일까요?
아야는 다카시 여자친구입니다. 샛노랗게 단발머리를 하고 화장을 짙게 하고 나타나죠. 가벼워 보이지만 이 역시 아픔이 있어 보입니다. 카셋테이프를 돌려주면서 혼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나름대로의 상처가 있는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히라야마에게 기습 뽀뽀한 이유는 뭘까요? 외로운 사람이라는 동질감이 느껴졌을까요... 모르겠네요. 추측이 가능하신 분 댓글로 써주세요.
니코는 어떤 인물일까요?
히라야마의 조카로 가출해서 무작정 가방 하나 메고 삼촌에 집 앞에서 기다립니다. 엄마와의 갈등으로 나온 것 같은데 삼촌과의 대화를 보면 아주 순진해 보입니다. 청소하는 곳도 따라다니고 도와주기도 하는 것을 보니 예전 히라야마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부유하게 자라서인지 어머니가 기사 딸린 자동차를 타고 데리러 옵니다. 순순히 어머니를 따라나서는 걸 보니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였어요.
니코의 어머니 역시 히라야마에게 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을 때 고개 젓는 것을 보더니 존중해 주는 모습이었어요. 청소를 진짜 하고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는 것을 보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죠.
단골 술집 여주인은 어떤 인물일까요?
엔카 가수라고 하더군요. 영화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동네 가게 여주인 같은 푸근한 모습이었어요. 이것만 봐서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몰랐는데요, 전 남편이 나타나면서 이혼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전 남편은 암이 걸려서 전 부인에게 사과와 감사를 하러 온 것이죠. 이 부부 역시 각자의 상처를 가진 인물로 표현한 것 같아요.
혼자 샌드위치는 먹는 여직원은 어떤 인물일까요?
히라야마가 절(?)에서 나무를 보며 사진도 찍고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요, 늘 같은 자리에서 혼자 빵을 먹는 여자가 있습니다. 아마도 20대 중반일까요?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는 은행, 기관 같은 곳에 일하는 여자 같았어요. 표정도 그다지 않고 단지 먹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고 낯선 사람에게 무덤덤한 스타일이었죠.
일본이 혼술, 혼자 식사하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매번 혼자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을 봐서 사교성이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인물입니다.
그나마 자주 나오는 인물을 살펴봤는데요, 각자 나름의 상처가 있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사실, 모두에게 각자만의 아픔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위대한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살아가는 삶 자체가 각자 겪어내야 하는 일투성이니까요. 그것을 누구는 하루를 경외하면서, 감사하면서, 투덜대면서, 슬퍼하면서, 외로워하면서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는 어떤 하루로 살아갈 것인지, 어떤 기쁨으로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면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