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그 아침을 웃으며 맞을 것인지, 찡그리며 맞이할 것인지, 졸리며 무덤덤하게 맞이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빗자루를 거리를 쓰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는 주인공 히라야마.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집을 나서는 문을 열며 하늘을 먼저 쳐다보며 미소 짓습니다. 마치 햇빛이 자신에게 비추듯, 미소는 자신에게 웃어주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시작되는 이불 개기, 양치, 수염 깎기, 화분에 스프레이 하기, 청소 복장으로 갈아입기, 현관에 놓아둔 핸드폰, 지갑, 카메라, 열쇠와 동전을 집어 들고 집을 나섭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에게는 나름의 루틴과 변화가 있고 질서가 있습니다. 그 루틴이 그의 삶을 말해주고 평온하게 만들어주죠.
이 영화에서 전달해 주는 메시지는 일상, 루틴, 고요함, 평온함, 청소일에 대한 사명감, 음악, 독서, 사소한 만남이 전부입니다. 그 안에서 항상 미소를 지으려고 하지만 아픔이 있는 과거가 보입니다.
음악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감독의 스토리텔링 기법입니다.
첫날 출근하는 차 안에서 카셋 테이프로 듣는 노래입니다.
The Animals의 The Houe of Rising Sun (1964)입니다. 영어 가사 내용은 뉴 올리엔스 출신으로 해 뜨는 집(감옥)을 표현하고 후회하는 내용인데 가사 없이 들을 때는 슬프고도 애잔하고 절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주인공이 과거에 대한 상실이나 잘못이 있어서 후회하면서도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 의지를 노래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시작 10분 동안 대사가 없고 빗질 소리, 준비하는 소리, 미소만 두어 번, 그리고 노래가 나옵니다.
두 번째 노래는 일 끝나서 퇴근하며 듣는 노래입니다. The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 (1969)입니다. 가사는 떠난 여인의 눈빛을 생각하며 애처롭게 부르는 내용입니다.
Sometimes feel so happy
Sometimes feel so sad
Sometimes feel so happy
But mostly you just make me mad 가사가 들리더군요.
이날 그의 하루는 길 잃은 아이를 찾아주려다 아이 엄마가 아이 손을 먼저 닦아주는 모습이 나옵니다. 동료 청소부 젊은 남자는 투덜거리며 청소하고요. 이상한 몸짓을 하는 노숙자와도 무언의 교감을 합니다. 별다를 일 없는 일상의 하루가 지남을 알려주지만 느낌은 좀 자잘한 일들이 있었다고 말하는 듯한 투의 담담한 노래로 들렸습니다.
두 번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 루틴은 똑같습니다. 빗질 소리 들으며 ~ 캔커피 뽑고 차에 탑니다. Otis Redding의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1968) 노래를 들으며 미니밴을 타고 출근합니다.
Sittin' in the mornin' sun
아침해를 받으며 이곳에 앉아있다
I'll be sittin' when the evenin' come
저녁이 돼도 이곳에 앉아 있을 것이다.
Watching the ships roll in
배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And then I watch 'em roll away again, yeah
그리고 다시 배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
아침해를 받으며 일하러 가는 히라야마를 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아침은 신선한, 새로운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게 하니까요.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나름대로 조금의 변화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노래입니다. 매일 자기 전에 독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책꽂이에 책이 가득, 카셋 테이프도 가득, 벽장에는 햇빛과 나무를 흑백으로 인화한 사진이 가득하더군요. 그리고 매일 음악과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그의 과거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젊은 청소부 동료의 여자친구인 아야와 셋이서 차 안에서 들은 노래입니다.
Patti Smith의 Redondo Beach (1975)입니다. 패티 스미스는 여류시인이자 가수입니다. 가사 내용은 말다툼하고 떠난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요, 목소리가 아주 특이합니다. 마치 아야가 다카시는 마음에 들지 않아라고 투정 부리는 듯한 느낌의 노래입니다.
아야가 왜 이 노래를 마음에 들어 했을까요? 누가 봐도 다카시는 참 가볍고 성의 없고 진중하지 않는 청년으로 밉상처럼 보였어요. 반대로 아야는 한껏 멋을 부렸지만 말은 아끼는 듯한 느낌이었죠. 나중에 테이프를 돌려주려 가서 히라야마에게 기습뽀뽀를 하는 바람에 눈이 동그래지죠.
잔잔한 일상이지만 이렇게 자그마한 사건들이 보이지만 별 반응 없이 보내는 주인공입니다. 다 내려놓은 듯한 투의 행동과 말투와 눈빛이었어요.
The Rolling Stones의 (Walkin' Thru the) Sleepy City (1964)의 노래를 들으며 퇴근합니다. 이 노래 가사는 혼자 외롭게 도시를 걷는다는 가사 내용입니다. 후배 동료에게 남은 생활비를 다 털어주고 나서 쓸쓸함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4일 차 아침은 Kanenobu Sachiko (金延幸子)의 Blue Fish (青い魚) (1972) 노래로 출근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니 옛날에는 모두 이 손바닥 안에 있었는데 지금은 차가운 바람만 남아있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의 지난날 영화로운 시절을 회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별 감흥이 없는 노래입니다. 가수의 목소리가 그리 정겹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주인공에게는 특별한 가사가 아니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Lou Reed의 Perfect Day (1972)는 다카시 여자 친구로부터 기습 볼 뽀뽀를 당한 날 퇴근 후 들었던 노래입니다. 가사를 찾아봤어요.
Just a perfect day
완벽한 하루,
drink sangria in a park
공원에서 샹그리아를 마셔요
and then later
그리고 나중에
when it gets dark we go home
어두워지면 집에 가요
Just a perfect day
완벽한 하루,
feed animals in the ZOO
동물원에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and then later a movie, too
그리고 나중에 영화도 보고,
and then home
집으로 가죠
Oh it's such a perfect day
오, 정말 완벽한 하루예요.
I'm glad | spend it with you
당신과 함께해서 기뻐요.
oh such a perfect day
정말 완벽한 하루예요.
일상에서 이런 소박한 일을 노래서 완벽한 하루라고 하고 있습니다. 아마 히라야마도 같은 생각으로 이 노래를 들었을 것 같습니다.
5일 차 The Kinks의 Sunny Afternoon (1966)입니다. 방 안에서 인화된 사진을 선별할 때 나온 노래입니다. 휴일의 평온한 하루를 표현하는 노래입니다.
경제적인 것은 세무사가 몽땅 가져가 버렸고 따사로운 오후가 전부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주인공의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있는 오후를, 휴일을 여유롭게 보내고 있다는 표현을 노래로 했군요.
6일 차에는 조카가 방문합니다. 조카가 만지작거리던 테이프입니다. Van Morrison의 Brown Eyed Girl (1967)입니다. 처음에는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 같았어요. 엄마와 싸워서 집을 처음으로 나왔다면서 히라야마와 청소하는 곳에도 같이 가고 청소도 도와줍니다. 자전거도 같이 타죠.
조카도 삼촌의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삼촌이 예전에 선물한 카메라도 들고 왔더군요.
하루를 같이 다니면서 삼촌이 음악, 자연, 청소일, 사소한 만남, 사진 찍기, 자전거 타기, 독서 등을 보면서 일상의 자잘한 행복을 배워갔을 것만 같습니다.
삼촌도 조카의 해맑은 모습을 보는 장면이 가장 밝은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Hey, where did we go
안녕, 어디로 갔었지
Days when the rains came
비가 오던 날들
Down in the hollow
골짜기 아래
Playin a new game
새로운 게임을 하며 놀았지
Laughin' and a-runnin', hey hey
웃고 달리고, 헤이 헤이
Skippin' and a-jumpin'
건너뛰고 점프하며
In the misty mornin' fog
안개 자욱한 아침에
With our, our hearts a-thumpin'
우리의 심장이 두근거렸지
And you, my brown eyed girl
그리고 너, 나의 갈색 눈의 소녀
You my brown eyed girl
너, 나의 갈색 눈의 소녀
11일 차 아침해를 보며 출근하며 들리는 노래입니다. 히라야마의 웃다가 우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표정으로 희로애락 모든 걸 말해주는 듯합니다. 칸 영화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Nina Simone의 Feeling Good (1965)입니다.
Birds flying high, you know how T feel
새들이 높이 날고 있어, 내 기분 알지?
Sun in the sky, you know how I feel
하늘의 태양, 내 기분 알지?
Breeze driftin' on by, you know how I feel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잖아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yeah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ooh
And I'm feeling good
새로운 추락이고,
새로운 날이야,
새 삶이지
Fish in the sea, you know how I feel
바다 속의 물고기, 내 기분 알아?
River running free, you know how I feel
자유롭게 흐르는 강, 내 기분 알아?
Blossom on the tree, you know how I feel
나무 위의 꽃, 내 기분 알지
Dragonfly out in the sun, you know what I mean, don't you know?
잠자리가 햇볕을 쬐고 있어 무슨 말인지 알지?
Butterflies all havin' fun, you know what I mean
나비들은 모두 재미있어, 무슨 말인지 알잖아
Sleep in peace when day is done, that's what 1 mean
하루가 끝나면 편히 잠들어, 그런 뜻이야!
And this old world is a new world
그리고 이 낡은 세계는 새로운 세계야
And a bold world, for me
대담한 세상, 나를 위해
Stars when you shine, you know how 1 feel
네가 빛날 때 별들, 넌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잖아
Scent of the pine, you know how I feel
소나무 향기, 내 기분 알지
Oh, freedom is mine
자유는 내 것이 고,
And I know how 1 feel
내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
It's a new dawn
새로운 추락이고,
It's a new day
새로운 날이야,
It's a new life for me
새 삶이지,
And I'm feeling good
그리고 기분이 좋아
전체 가사를 다 들려주는 마지막 엔딩 장면입니다. 그만큼 이 가사가 중요하다는 뜻이 되겠지요.
아침해가 뜨면 자잘한 일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돌아와서 책을 읽다 잠드는 소소한 하루이지만 그 자잘한 일상을 평온하게, 감사하게,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시집 필사 모임을 하면서 영화 '패터슨'을 꼭 보라고 하는데요. 버스 기사이지만 잔잔한 일상을 시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하곤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패터슨이 생각났습니다.
제 전자책 중 '나는 오감으로 읽는 여자'가 있는데요, 오감으로 독서하는 것처럼 영화도 오감으로 한다면 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빗질 하는 소리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나네요.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나서,
잔잔한 일상이 쌓여 위대한 삶을,
여백이 있는 삶이 소중한 삶임을,
나의 보잘것없는 삶도 소중한 삶임을,
반복되는 일상이 새로운 날임을,
고귀함은 어떤 소소한 일을 하느냐에 담겨 있음을,
아침을 맞는 자세가 하루의 자세, 삶의 자세임을,
누구에게나 삶의 아픔 다 갖고 있음을,
그럼에도 매일 아침 웃으며 맞이해야 함을 배웁니다.
사소한 일상 중 음악, 독서, 사진 찍는 시선, 진중한 말, 미소, 여유, 깔끔함, 자연은 히라야마를 고귀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들이었습니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 기쁨으로 채워졌나요?
저는 아침에 06시에 일어나서 시 한 편 필사하고 창작시 짓기, 한 페이지 독서하고 산책하거나 조깅을 1시간 합니다. 산책이나 조깅하는 아침이 하루의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중학생 아들 아침을 챙겨주면서 시작합니다. 주 5일 블로그 쓰기도 하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달라져 있겠죠. 쓰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들입니다.
평범한 하루가 나중에 쌓이면 비범한 하루가 되겠지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영화 속 음식점 주인이 항상 히라야마 주인공을 맞이하면서 말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