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길 건너편에서 음악이 들리네, 무슨 소리지?"
"무슨 축제인가? 대회인가?"
"아, 맞다, 9월 13일 구로구 마라톤 대회 있다고 했어."
"가서 보자"
일요일 남편과 07시쯤 산책하다가 음악소리가 들렸어요. 하얀 천막도 보이고 행사가 있는 것 같았죠. 구일역을 건너가보니 19회 구로구 연맹 회장배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이었어요.
현장 접수하는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각 2만 원씩 둘이 이체하고 배 번호와 기록 칩을 받았죠.
간단히 산책하려고 나왔던 터라 부랴부랴 러닝복과 러닝화를 신으러 집으로 돌아갔고 남편은 가볍게 근처에서 조깅하면서 기다렸어요. 그래도 집이 근처라 여유롭게 도착했고 사진도 찍으며 출발을 기다렸어요. 역시 가까운 곳 대회는 이런 장점이 있어요.
우연히 대회를 만나 남편과 뛰는 것도 재미가 있죠.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달리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네요.
부부가 같이 뛸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입니다.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들 중 부부 회원도 5팀이나 있지만 혼자 뛰는 분들은 항상 배우자와 뛰고 싶어 하는 로망이 있습니다. 남편이 하프까지는 가능해서 하프 대회 같이 완주했고 남편은 첫 풀코스를 실패했어요. 27km에서 무릎이 아파서 포기했어요. 저는 같이 뛰었던 23 jtbc 마라톤 대회에서 저는 4시간 58분으로 완주했고 쥐가 나서 고생한 대회였어요. 비도 많이 왔죠.
9시 10분 출발했어요. 인원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금방 인원이 흩어지더군요. 저의 페이스대로 7분에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죠. 차근차근 한 발자국씩 나아갔어요.
집 주변이라 아주 익숙해서 훈련인지, 대회인지 분간도 안 갔지만 최선을 다 하리라는 마음은 남달랐어요. 발목 골절 수술 후 10km 대회는 두 번째라 아직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다행히 지난번 서산 코스모스 황금들녘 마라톤에서 10km 완주를 했지만 걷뛰를 해서 이번은 천천히 뛰더라도 걷지는 말자고 다짐했어요. 1시간 22분 더운 날이었기 때문에 오늘은 7분 페이스로 1시간 10분쯤을 목표로 정했어요.
9시 30분이 지나니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합니다. 아침에는 선선한데 9시 넘어서는 아직 덥습니다.
반환점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모든 반환점은 반가움이 시작이자 고통의 시작이기도 하죠.
2.5km에서 식수를 건너뛰었더니 목이 말라서 5km 반환점에서는 아주 달게 물을 마셨어요. 마라톤을 할 때마다 느끼는데 물 한 모금의 중요성을 매 대회마다 절실하게 느낍니다. 평상시 마실 수 있는 때가 행복이란 걸 배우게 되죠.
봉사하시는 아저씨가 배 번호를 부르면서 아주 크게 파이팅을 외쳐주셔서 같이 웃었고 힘이 났어요. 조용히 깃발만 흔들어도 되는데 이런 자기 역할을 더 크게 하시는 분들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어떤 분들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하고, 어떤 분들은 힘내라고 각자에게 말해주고 어떤 마인드라서 이렇게 다를까요?
마지막은 조금 더 힘을 내봅니다. 몇 분 후 충분히 쉴 테니 최대한 스퍼트를 해봅니다. 6분 33초 페이스로 마무리를 했어요. 매우 좋은 페이스입니다. 1시간 10분이라는 기록도 만족스럽습니다. (기록칩은 1시간 9분 58초) 재활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풀코스 훈련할 때마다 페이스를 생각해서인지 시계를 쳐다보지 않아도 그나마 고르게 페이스를 유지한 것 같아요.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뛰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kmc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님이 남편과 제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우리 부부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셨습니다.
막걸리 한 잔과 두부, 김치를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달리고 나면 뭐든지 다 삼켜버릴 듯 맛있습니다.
메달을 받고 우연히 행운을 얻은 것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서 귀가했어요. 집 근처 대회, 단거리 대회는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하프나, 풀코스처럼 숨이 턱턱 막힐 때까지 뛰지는 않으니까요. 이렇게 뛸 수 있음에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다음 대회도 걸어서 갈 수 있어요. 영등포구청장배 마라톤을 신청했어요. 서울 신청교 근처에서 출발한답니다. 삶에서 소소한 재미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운동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 중의 하나입니다.
6년 러닝 경험을 담은 전자책 마무리 작업을 하고 등록을 했습니다. 골골 체력에서 마라톤 풀코스 체험을 50p 전자책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