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김민들레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미친 듯이 책을 읽어 제꼈다.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안 읽으면 혼날 것처럼
밤새 빠져들어 읽었다
그 길밖에 없는 것처럼
다시 사랑에 빠졌다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멈출 수 없는 브레이크처럼
밤새 쓰는 것만 생각했다
그 길밖에 없는 것처럼
또다시 사랑에 빠졌다
달리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달린 거리만큼 내 땅이 될 것처럼
해만 뜨면 달릴 것만 생각했다
달리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그러다 예순을 향해간다
사랑에 빠질 일이
이제 그리 무에 많겠는가
언덕 오르다 지친 사람처럼
잠시 쉬었다가 다시
뚜벅뚜벅 올라갈 뿐이다
습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