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과 필사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낭독 코칭도 받아보고 낭독으로 북클럽도 진행해 본 결과 문득 낭독과 필사의 공통점이 떠올랐어요.
낭독은 책이든 미디어에 있는 글자를 그대로 읽는 것이고 필사도 글자를 그대로 베껴 쓰는 면에서는 비슷하지요. 누군가 쓴 글자를 그대로 읽을 것인가, 그대로 쓸 것인가만 다르죠.
그런데 그냥 읽기만 하는 낭독에도 숨을 불어넣고 감정을 넣고 쉼을 넣으면 생명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경험을 낭독 코칭을 받으면서 체험했답니다. 글의 분위기에 맞게 잔잔하게 읽기도 하고 거칠게 읽기도 하고 빠르게 읽기도 하고 느리게 읽기도 하면서 변주를 주더군요. 중후한 목소리를 냈다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는 다시 가볍고 어린아이처럼 읽기도 했었죠. 긴 글이라도 아주 다이내믹하게 읽는다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낭독이었어요. 어떻게 읽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죠.
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그대로 쓴 글이면 죽은 글이나 다름없죠. 그것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 감정을 넣고 나의 글을 넣어야 합니다. 필사 후 과정이 가장 필요하죠. 필사한 내용에 질문을 하고 답을 해보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다 쓴 다음 나만의 한 줄 이상 글쓰기가 창의력을 기르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죠. 단순한 필사만 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필사 모임에서 필사했더니 아무 소용이 없더라 하는 분들과, 필사해 보니 아주 효과가 있었다며 독서 100권 보다 나아요 하는 분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는 이유는 필사 후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필사한 글을 반복해서 읽고 나에게 맞는 질문과 대답, 그리고 나만의 문장을 만들어보는 경험은 필사 글이 살아서 나에게 온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글을 필사하는 것은 좋은 작가의 생각의 발자취를 경험하는 거니까요.
낭독도 읽는 사람에 따라 글이 달라지듯, 필사도 쓰는 사람에 따라 글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