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마라톤 클럽에 그날 그날 달린 기록을 단톡방에 올리는데 3월 26일 한국 마라톤협회 온라인 대회 하프 도전한다고 글을 올렸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세라 2~3주 전부터 개인 훈련만 하고 정기 후련은 당분간 미루기로 한 터였다.
박 00회장님이 송 00훈련 부장님에게 동반주 일정 잡아보도록 제안을 하신다.
더불어 최단기간 이달의 회원으로 선정되었다고도 알려주신다. 풀 마라톤 완주하신 분들이 가득한 단톡방에 내가? 2~3월 코로나 확진으로 2~3주 빼고는 주 3일 꾸준히 달리려고 했고 그 기록을 단독
톡방에 올렸더니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선정하셨다. 이런 자잘한 기쁨이 나를 달리게 한다.
하프는 2021년 12월 19일 달리고 나서는 2번째 도전인데 혼자서 슬슬 달리려고 했는데 동반주를 하신다니 왕부담이다.
" 아... 으... 같이 달리면 제 페이스대로 천천히 뛰기 힘든데... 한강 편의점에 들려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같이 달리면 아무래도 마음의 부담이 생기고 쉴 수도 없는데 이거 큰일 났네.'
라고 올렸는데 반박 불가의 답이 올라온다.
" 뛰시는 시간 알려주시면 잘 맞춰드리겠습니다.^^"
"동반주 해드리고 사진도 찍어드리고 그런 지원이 클럽의 역할입니다. 부담 가지지 마세요, 일정 공유해 주시면 제가 카보샷 준비하겠습니다."
송 훈련부장님과 회장님이 번갈아 지원 요청을 하셔서 감사히 동반주 하기로 했다.
토요일을 대비하여 목요일 5km, 금요일은 5km로 가볍게 달려주었다. 컨디션만 좋게 하려고 무리하지 않았다. 지난주 20km 달리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뒷날도 몸이 전혀 아프지 않아서 하프 도전을 하게 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프 달리는 토요일 주말엔 일정도 빠듯하네.
06시 50분 ~ 7시 50분에 시집 필사 줌을 하고
08시 ~10시에는 3p 시간관리 3급 자기경영을 강의해야 한다.
10시 30분 하프 달리기~
일요일은 3 P 코치과정 마지막 조별 모임으로 메인, 바인더 서브 바인더도 모두 들고 가야 해서 미리 보완해야 한다. 하프 달린 후 준비할 수 있으려나.
금요일 저녁에 뉴스를 보니 주말에 비가 온단다.
세게 와서 달리지 못하던가 흐리기만 했으면 좋겠다.
비 오는 날 하프 도전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주룩주룩 온다.
시집 필사 줌 나눔과 시간관리 강의를 하고 보니 아직도 비가 온다. 일단 우산 쓰고 가보자, 비가 많이 오면 산책이나 하고 오지 뭐. 비가 나를 막을 수는 없다.
하프 출발점 광명 햇살광장
클럽에 가보니 회장님과 부장님이 와계셨다.
비가 오고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서 많은 분들이 오지 못하셨다고 한다.
비가 마침 멈췄고 이왕 온 김에 달리자고 한다.
역시 마라토너 다운 마인드십니다.
나도 혼자라도 달리려고 했다. 지난주 20km 달릴 때 비가 왔는데 비 오는 날은 습기가 많아서 호흡하기도 편하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 달리기가 좋았다.
하프 도전 출발 후
첫 스타트부터 몸이 가벼웠다. 1~2km 구간을 7분대에 달리는데도 빠르지 않고 느리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유가 뭘까? 같이 달려서 그런가? 아직도 모르겠다.
10Km 구간별 기록
10km까지 송 훈련부장님이 7분 30초대로 거의 같은 걸음, 같은 시간대로 맞춰주셔서 시간이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게 더 신기하다.
별로 숨도 가쁘지 않았고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동안 연습했다고는 하지만 10km 달릴 때도 힘들었는데 오늘은 참 가뿐하다.
한강 반환점을 돌며
8km가 넘어서면 한강이 보인다. 한강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인다. 흐려서 시야가 멀리 보이진 않지만 그 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분이 든다. 주변의 경치에 따라 덜 힘들기도 하고 더 힘들기도 하다는 게 나의 경험이다. 주변의 경치가 좋으면 아무래도 그 정취에 휩쓸리기 때문에 덜 힘들다.
같은 풍경이 계속 나오는 거리는 참 지루하다. 왼발 오른발도 지겹게 반복하는데 거리마저 같은 풍경의 연속이라면 참 암담하다.
회장님은 사진도 찍어주시고 가방에 생수도, 초코파이도, 처음 보는 에너지 겔 카보 샷도 준비하시는 바람에 호사를 누리면서 달렸다. 이런 정도 클럽의 역할이라면 풀 마라톤도 가능하겠는걸.
간식과 물을 준비해 주시는 바람에 편의점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20km 연습할 때는 초코파이도 사고 물도 사면서 발걸음을 쉴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 고수들과 달리니 쉴 틈을 안 주신다.
지난번 하프는 2시간 55분 기록이니 이번에는 2시간 30분으로 들어오자가 목표를 잡으신다. 허걱!
나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욕심은 없는데 2시간 30분이라니. 2시간 55분도 죽을똥 말똥하면서 완주했건만. 풀 마라톤 달리신 분들은 하프를 너무 가볍게 보시네. 나는 하프가 산처럼 아직도 높구먼. 나도 어서 그때가 오길 바란다.
특별히 편의점을 들릴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한강 편의점 근처에서 반환점을 삼고 돌아간다.
화장실이 가고 싶다.
다행이다.
쉴만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참아서 완주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들려야 할 것 같다.
생리적 현상이 이리도 감사할 수가. 땡큐~
반환점을 지나 간식과 물을 마시기로 했지만 조금 더 지나서 화장실에 들리겠다고 하고 거기서 에너지바와 물도 마셨다. 꿀맛 휴식~
그런데 화장실을 보고 간식과 물을 먹었는데 구간별 기록이 7분 30초대로 구분이 안 간다. 평상시라면 화장실과 간식도 물도 여유 부리면서 들리고, 먹었을 텐데 후딱 먹고 다시 출발했다.
기록을 보면 화장실 다녀온 티도 안 난다.
역시 고수는 다르십니다~^^
14km 넘어서면서부터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간다.
허리도 숙이고 엉덩이로 뒤로 빼게 된다.
" 허리 세우세요~"
뒤에서 박 회장님이 보고 있다가 한 말씀하시면 허리를 바로 세우게 된다. 앞에서는 송 훈련부장님이 뒤에서는 박 회장님이 매의 눈초리로 보고 있을 것 같다. 힘들어도 허리를 계속 신경 쓰며 달린다. 에궁.
완전 사면초가구나. 좋게 말하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좋은 시어머님 두 분이 계신 느낌이다.
"엉덩이 뒤로 빼지 마세요."
엉덩이를 뒤로 빼면 어깨가 앞으로 숙여지고 체중이 실리게 되니 더 힘들어진다고 하신다.
에너지가 떨어질 즈음 에너지 겔, 카보 샷을 주신다.
2~3주 전에 먹었던 기침 날 때 먹는 시럽 같아서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 물과 함께 겨우 먹었는데 다시 먹고픈 맛은 아니다. 에너지겔 때문인지, 뭘 먹었다는 기분 때문인지 다시 허리를 세우고 달려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도핑검사에서 걸리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신다. 그 힘든 와중에 웃기도 한다.
하프 처음 도전할 때는 물도, 간식도 앞 팀이 거의 먹어버려서 힘들었다. 지금은 전문 러닝화인데 지난 번은 운동화도 일반 워킹화라 무릎이 아팠다. 완주하는 고수들만의 장비,비법이 있으셨구나.
후발 주자로 오셨던 분도 합류하셨다. 세 분이서 같이 달려주신다.
17~18km는 정말 힘들었는데 기록을 보니 아주 평온한 기록이고 숫자가 참 아름답다. 회장님과 훈련부장님의 발걸음에 맞춰 달리다 보니 기록이 일정하다. 이래서 고수분들과 달려야 하는군. 참 안정적으로 뛴다는 기분이 들었다.
20km 넘은 지점
앞의 사람 어깨만 보고 달리라고 하신다. 어깨도 안 보인다. 그냥 헛발만 움직이는 느낌이다. 다리가 저절로 생각 없이 내디딜 뿐이다.
19km부터는 젓 먹던 힘까지 내어보자고 하신다.
짜낼 힘이 없다. 유지도 힘들다.
20km 지나고 1km 남아서는 빨리 21.1km 끝내고 싶은 마음에 전속력으로 달려서 6분 15초로 마감을 했다.
11~21.3km 구간별 기록
6분 15초로 달린 것을 보고 다른 구간을 좀 더 스피드 있게 달려도 되겠다고 하신다. 에너지가 남아서 뛴 게 아닌데. 동상이몽이다. 운동 삼아 마라톤클럽에 가입했더니 마라톤 선수 키우듯 알려주신다. 꿀팁을 감사히 쏙쏙 받아먹고 있다.
걸음도 팔자 걸음인데 뛸 때도 그리 보이니 일자로 발을 놓으려고 의식적으로 해보라고 하신다. 풀 마라톤 걸음 수로 따진다면 일자 걸음이 보폭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그만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단다. 디테일의 힘은 성공으로 가는 필수요건이구나.
하나하나 나아지고 있고 성장하는 모습은 보이나 어디까지 몸에 부담 없이 달려야 하나 하는 고민은 늘 하고 있다. 남편도 늘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 말에 동의한다.
하프 마라톤 기록
2시간 38분 25초
지난번 하프보다 17분이나 단축했다. 다리도 그때보다 아프지 않고 고관절도 괜찮고 걸을만하다. 그때는 아파서 걷기도 힘들었다. 많이 나아졌나 보다. 50이 넘어도 하프를 달릴 수 있고 연습할수록 성장한다는 것은 20~30대에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같이 동반주해 주신 세 분 덕이다.
역시 고수와 달려야 시간도 단축되고 몸도 덜 힘들다.
오늘 참 많이 배운 하루였다.
혼자서 하는 달리기와 같이하는 달리기는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알려줄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