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으로 3주 정도 쉬다가 겨우 컨디션 회복하고주 3회 달리기 연습하면서 하프까지 완료했건만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며칠 후 발톱이 아프기 시작한다.
발톱이 새까맣게 된 것은 하프 마라톤을 처음 도전한 2021년 12월 19일이다. 최고 16km까지 달려본 경험은 있었지만 20km는 처음이었고 눈까지 쌓인 날이었다. 눈이 없는 곳을 거의 대부분 달리긴 했지만 1~2km는 눈을 밟고 달렸다. 눈 때문에 신발, 양말이 젖어서 발에게는 최악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신발도 러닝 전문화가 아니라 일반 워킹화라 발에 무리가 갔다. 새까맣게 변한 발가락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병원이라도 가볼 것을, 아프지는 않아서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2회째 하프를 완주를 하면서 아프기 시작했고 발톱이 흔들리고 들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발톱이 올라오면서 낡은 발톱을 밀어내고 있었다. 마치 영구치가 유치를 밀어내듯이.
2022년 9월 풀 마라톤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는데 제동이 걸렸다. 마라톤 클럽 도움도 받으면서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말이다. 마치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 풀 마라톤을 달릴 의지와 체력이 있는 사람인지 포기할 사람인지.
무엇이 중헌디?
내 발이 중허지.
발톱을 혹사했으니 돌아온 것.
미안하다 발톱아.
발톱이 더 단단하게 자라나기를 바랄 뿐이다.
상처가 생긴 자리가 아물면 더 단단한 피부조직이 생기기 마련인데 발톱도 그럴까?
상처가 상처가 되지 않으려면 경험으로 배움으로 자산으로 삼아야만 가능하겠지.
욕심대로 풀 마라톤을 뛰면 무리가 생기는 법이다.
남편이 무리하지 말라고 가끔씩 이야기했는데 무리했나 보다. 발톱에게는.
내 몸을 살피면서 조금씩 연습량을 늘려야 했다. 내 몸의 어느 한 부분만 아파도 달리기 힘들다. 하물며 하프는 어쩌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까지 아프기 시작한다. 운동을 하다가 못하니 마음까지 우울하고 활력이 생기지 않는다. 활력이 생기지 않으니 몸을 움직이기 싫어지고 움직이기 싫어하니 아프게 된다. 선순환이었던 내 몸이 악순환이 되어가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나의 자가발전기를 돌려야 한다.
내가 나를 응원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코치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스승으로 삼지 않으면 원상복귀가 어렵다.
일을 과감하게 줄이고 어깨 치료부터 하고 있다. 하루 종일 노트북을 끼고 살았는데 많이 줄였다.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몸이 망가져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다른 영역의 일까지 망가지게 되고 결국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남편은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라고 긍정적인 말을 해준다. 나의 어리석음을 타박하지 않고 좋게 말해주어 더 반성하게 만드는 남편이다.
풀 마라톤은 겸손한 사람에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꾸준한 사람에게, 조절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