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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골절 철심 제거 수술 후기


발목 골절 철심 제거 수술 후기



수술실 들어가기 전 눈물이 났다.


이유는???


발목 골절 수술(삼과 골절) 후 1년이 지나갔고 드디어 철심 제거 수술을 했어요. 수술은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괜찮다고 하면서도 말이죠.


자세한 발목 골절 후기를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러너의 후기는 없어서 제가 써보기로 했어요. 다시 러닝 할 수 있을지 너무도 궁금했는데 그런 후기는 못 찾았거든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수술 후기, 재활 과정, 러닝 과정을 계속 기록했고 철심 제거 수술까지 쓰게 되었어요.


발목 골절 수술이 큰일이었고 철심 제거는 그보다는 약하다고는 하지만 두려움은 똑같았어요. 발목 골절 수술은 일주일 입원했고 깁스로 3개월 걷지도 못했으니까요. 철심 제거 수술의 두려움을 가지고 싶지 않아서 재활 후 조깅을 하면서, 산책을 하면서, 제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왔어요. 걱정을 해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알기에.


시 필사


수술 전날 입원을 했는데 기다림이 너무도 두렵고도 싫은 시간이죠. 일부러 책도 읽고 필사도 하고 블로그도 3편이나 쓰면서 다른 곳에 집중을 했어요. 특히 글을 쓸 때는 초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가장 많이 간 것 같아요. 밤이 되어서도 잠이 오지 않아서 남편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필사를 했어요. 필사는 하지만 글씨를 쓰는 것이지 의미는 잘 들어오지 않았죠.



시 필사하고 그림 그리기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남편을 보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번에는 수술 후에 남편 보고 울었는데. ㅠ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겠죠. 아이들 셋도 생각나고... 지나온 날들도 생각났어요.


남편은 삶에 미련이 남아서 눈물이 난 게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해요. 미련이기보다는 참 열심히, 하고 싶은 일 나름대로 하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 와중에 울면 안 된다고, 호흡하기 힘들면 수술이 힘들다고 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저를 발견했어요. ㅎㅎ





순식간에 수술이 끝나고 다시 병실로 돌아올 때는 가볍던 발이 묵직하게 붕대가 감겨 있었죠. 마취 덕분인지 통증은 아직 없었고 바로 누워서 8시간 있어야 하는 지루함과의 사투가 이어졌어요.


담당 의사는 철심 제거는 깨끗하게 되었다고 알려주셨고 뒷날 걸어서 퇴원할 거라고 했는데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이렇게 아픈데 걸어서 퇴원이 가능하다고? 남편에게 왜 8시간 바로 누워야 할까? 물어봤더니 아마 하반신 마취만 했기 때문에 마취가 풀리는 시간이 아닐까 하더라고요. 마취 풀리기 전에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것 같았어요.


수술 3시간 후 소변 체크를 해야 한 다다고 하는데 좀처럼 소변을 보고 싶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소변줄을 꼽을 수도 있으니 억지로라도 봐야 한다길래 물을 일부러 많이 마시고 겨우 해결했어요. 과정들이 간단하다고 하지만 수술이기에 산 넘어 산이었어요.


8시간 지나서 바로 앉을 수만 있어도 감사, 물을 마실 수만 있어도 감사, 화장실에 갈 수만 있어도 감사함을 다시 느꼈어요. 저녁 시간... 밥이 안 나온다. 배는 고픈데...


작년에는 수술 후에 죽이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굶어야 하나... 병원에서 누락...ㅠㅠ 남편 보고 도시락이라도 사 오라고 해서 외부에서 사 오고 해결... 하나도 쉽게 해결되는 게 없다고 하면서 삶 자체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간단하지 않다는 말. 공감 백배요~ 남편이 있어서 아주 든든했어요. 아이들보다는 남편이 저는 편해요.


문제는 예상대로 밤이었어요. 지난번 발목 수술할 때는 수술 당일 밤이 어찌나 아팠는지 통증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통증이 그다지 심하지 않을 거라는 말에 안심을 했지만 생살을 수술했는데 안 아플 리가 있을까요?


돌아눕기도 힘들고, 아프기는 아프고... 진통제는 들어가고 있다는데 왜 그리 아픈지... 급기야는 간호사한테 진통제를 더 달라고 했더니 이미 투여된 상태라 30분 후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다리라고 하네요. 5,10분 쪽잠을 자고 새벽이 오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요. 시간이 그만큼 지난 거니까요. 작년 수술보다는 통증 수준이 1/3 이기는 했어요.


시간을 아껴 쓰는 저인데도 시간이 빨리 흘러라 하고 바라고 바랐어요.





아침밥은 어찌나 반갑던지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소화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모든 일상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퇴원 수속을 기다리면서 아이패드로 디지털 드로잉을 그렸어요. 왜 꽃을 그렸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그리고 싶었어요. 그릴 수 있는 그림 대상이 별로 없기도 해요. 아직 실력 부족으로. ㅎㅎ 퇴원의 기쁨인가.


상처 부위 소독을 하고 퇴원을 했어요. 걸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이 제게는 해당하지 않았어요. 수술 부위가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죠.



다행히 붕대를 풀어서 발이 가볍기는 했어요. 걸으려고 했지만 결국 아파서 휠체어를 타고 차로 이동했어요. 모든 사람에게 다 해당되는 걸어서 퇴원은 아닌 걸로...




이제 발목에는 위의 사진 같은 철심이 없는 상태라고 하니 마음이라도 가볍네요.


퇴원 후 3일째가 되니 뒤뚱거리면서 걸을 수 있게 되네요. 2~3일 수술 부위 소독하고, 2주일 후 실밥 빼러 병원 가는 일이 남았어요. 그러고는 2개월 산책이나 하면서 회복을 해야 한다네요. 작년 5월에 생긴 발목 골절 수술이 거의 1년 후 철심 제거 수술로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아직 재활 과정과 러닝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다시 걸을 수 있을 정도만 되어도 아주 감사한 일입니다. 다시 초록 나무 아래를 러닝 할 수 있도록 재활 2개월 동안 근력운동이라도 열심히 해보렵니다. 의자에 앉아서 무릎 올리기를 어제부터 하루 200회씩 하고 있어요. 천천히 늘려갈 생각입니다. 저의 발목 골절 후기로 도움이 된다는 분들이 계셔서 쓰는 데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기억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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