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아침부터 오면 공식적으로 러닝은 쉽니다. 하루, 이틀 쉬어도 누가 뭐라는 사람은 없지만 저만의 규칙을 세운 거죠. 장거리 러닝 후 휴식을 취하거나 몸이 아주 무거울 때는 걷기라고 하려고 해요. 하루 빠지면 이틀이 빠지고 싶고 사흘째는 나가기도 귀찮아지니까요.
비닐우산을 쓰고 자전거를 쓰는 아저씨가 눈에 띕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로 가야만 하는 곳이리라 생각해 둡니다.
빗소리가 우산에 후드드득 떨어질 때는 소리에 집중하게 됩니다.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리니 다른 먼 곳의 소리는 묻히어 오히려 차분해집니다. 저 멀리서 전철역 불빛이 도드라져요. 평상시에는 희미하게 보이는 빛이 주위가 어두워지니 참 밝게도 빛나요. 우리의 삶도 그러지 않을까요. 뭔가 환경이 바뀌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는 날이 있어요.
고가도로 아래 야외 헬스장에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비가 쏟아지는데도 네 분이 운동을 하고 계시는 대단한 분들이네요. 마치 영화 필름처럼 위아 아래가 고가도로와 지면인 블랙으로 잘리니
더 운치 있어 보입니다.
다리 위 차들이 7시가 되기 전인데도 밀리기 시작했어요.
마치 폭포수처럼 빗물이 쏟아집니다. 우산이 휘청휘청 거리는 비에 무섭기까지 합니다.
초록 잔디는 비가 오는 날에 더욱 선명해져요. 비가 많이 와서 걱정되기도 하지만 보기에는 아침 생명력이 느껴져요.
러닝 후 마지막에 귀가 전 목이 말라서 여기서 꼭 목을 축이고 갑니다. 집에 가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지만 그 순간도 못 참고 먹곤 합니다. 은색의 수도꼭지가 오늘은 눈에 띕니다. 저 멀리 나무 사이에서 자동차 불빛이 보입니다. 맑은 날이면 보이지 않을 빛입니다. 우리에겐 흐린 날, 괴로운 날, 아픈 날에만 보이는 환한 빛,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희망으로 견디는 것 같기도 합니다. 비가 오는 날
소리와 빛이 유독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