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들이 중에 생각나는 곳이 있으신가요? 비행기를 타고 멀리 다녀오셨나요?
저는 가족들과 1박 2일 경주를 다녀왔어요. 여행은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준다고 하죠. 여행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었던 것, 문제 상황에서 해결하는 방법 모든 것이 자신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가족은 경주 박물관, 불국사, 석굴암, 동궁과 월지, 경주Expo공원(솔거미술관)을 다녀왔어요. 남편과 저는 25년 만에 경주 재방문이고, 두 딸은 수학여행과 친구들과 다녀와서 2~3회째, 고1 아들은 첫 방문이에요.
남편과 저는 박물관을 좋아해서 꼭 가야 한다고 했고 아이들보다 부부가 더 오래, 관심 있게 박물관을 세세하게 흥미롭게 살펴봤더랬죠. 가족과 함께 갔던 경주 솔거 미술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곳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솔거 미술관이었어요.
우선 경주 EXPO 대공원으로 가면 11개의 체험존이 있어요. 멀리서 보더라도 너무 멋진 원각사지 8층 석탑을 모티브로 건물을 만들어서 눈에 띄었어요. 거기에서 여러 가지 체험존을 들렸는데 저는 솔거 미술관이 가장 좋았어요. 초등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존들이 많아요.
경주 EXPO 공원 입구에서부터 솔거 미술관 홍보판이 세워져 있어서 미술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좋은 곳이 많아요. 더운 여름휴가철이나 둘러보는 분들이 많지 않았는데 조금만 서늘해도 산책하기도 좋고 둘러보기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타미 준이 바람의 건축가라고 불리는군요.
그림도 벽에 걸지 않고 건축가답게 천에 인쇄해서 설치했군요. 어떻게 전시하느냐에 따라 그림이 또 달라지죠. 이렇게 주변을 빙빙 돌아가면서 그림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더 그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작가의 창의성도 돋보였어요.
이타미 준 그림과 직접 지은 건축물을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요. 저는 건축물보다 그의 그림에 더 눈이 가더라고요. 그림들이 모두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세세하게 연필이나 만년필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하나하나 그린 게 너무 정성스러웠어요. 모든 그림이 다 그렇지만요.
큰딸은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이타미 준이 지은 건물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최근에 아이패드 디지털 드로잉으로 마녀 위니 그림책 장면을 그렸는데요. 건축물에 대한 섬세함과 구체적 장면들이 그냥 볼 때와 그릴 때는 엄청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림 작가님들의 세심함에 놀라기도 했고요. 이런 정성이 들여져야 그림이 완성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아주 대작인 수묵화입니다. 제목을 몰라서 아쉽네요. 직접 폭포 앞에, 숲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거대한 그림입니다. 제목을 모를 때는 관객이 지어도 괜찮아요. 관객이 그림을 보면서 느끼거나 위안을 받으면 관객의 그림이니까요.
저라면 '자연 앞에 서다, ' 피서', '넋을 잃다', 자연이 전시관이 되다' 중에서 고를 것 같아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제목을 지으실 건가요?
폭포가 바로 저기서 바로 흘러내릴 것 같지 않나요?
말이 별로 없는 고1 아들은 이 그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느낌이었는데 저녁에 물어봐야겠어요.
경주답게 석굴암을 산속 깊은 곳에 그린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배경은 거의 흑백인데 석굴암만 노란색으로 눈에 띄게 그린 것도 석굴암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지역에서 봤으면 감흥이 덜했을 텐데 경주에서 보고, 불국사를 다녀온 후 보니 느낌이 달랐어요. 흑백으로 또는 명암만으로 그리는 게 고수 화가들이죠.
그림도 어느 지역, 어느 장소, 어떤 사람과 가느냐에 따라 감상평이 달라지요. 가족들과 그림에 대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어요.
소나무와 기와집들이 가로로 길게 그린 작품인데요. 경주에는 소나무와 기와집들이 참 많았어요. 일부로 역사 관광지다 보니 그렇게 컨셉을 잡고 있는 것 같았죠. '소나무 밭 기와집'? 또는 송와(松瓦:소나무와 기와)이라고 지을까요?
수묵화로 봐도 너무 멋진 소나무 줄기와 기와집 지붕입니다. 직접 눈으로 봐도 멋진데요, 수묵화로 하나하나 그렸을 생각을 하니 더 정감이 갔어요.
아이패드 디지털 드로잉을 그리고 있다 보니 그림에 대한 관심, 세세한 손 터치에 대한 과정들이 더 눈에 보이더군요. 그림이야말로 정성, 아이디어, 시선, 시간, 애정이란 생각이 갈수록 들어요. 기와를 직접 얹을 때 손이 가는 것처럼 그림을 그릴 때도 기와 하나하나 그렸겠지요.
경주 휴가 가서 경주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스타벅스를 가보고 싶었어요. 겉으로 보면 스타벅스가 기와를 얹은 장면을 인터넷 화면으로 많이 봤기 때문에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마음이 바뀌었어요. 스타벅스는 가지 않기로 했어요.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경주의 거의 많은 식당, 빵집, 화장실, 공공건물들이 거의 기와지붕을 하고 있더라고요. 스타벅스 지붕만 그런 게 아니었던 거죠.
이왕 경주에 갔으니 경주풍이 나는 곳을 다니고 싶었어요. 보는 곳마다 기와집이 많아서 여기가 경주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어요.
가족들과 함께 간 미술관이라 더 기억에 오래 남겠어요. 특히 수묵화 작품들이 아주 큰 사이즈로 대작이라서 경주와 오버랩되어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