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작가의 '공간 인간'에서는 모닥불의 상징적 의미가 아주 많아요. BC 40만 년 전 모닥불은 태양만을 바라보던 인류에게 또 다른 태양의 역할을 해주었어요.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었고 소화가 쉬워지니 영양분이 뇌로 가면서 지능도 높아졌죠, 당연히 음식의 종류도 발전을 하게 됩니다.
밤에도 활동을 하게 되고 동굴에서도 생활이 가능해지죠. 이 불이야말로 인류에게 공간 확장을 가져다준 도구입니다. 동그랗게 앉은 불과 평등한 거리는 관계에서도 아주 중요하죠. 모두 불과 적당한 거리에서 불의 온기를 나누고 역사상 처음으로 안과 밖의 개념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안의 개념이 생기면 밖의 개념이 자연스레 생기듯, 나와 너의 구분, 우리와 타인의 구분도 생기게 됩니다.
모닥불을 같이 쬐는 사람, 그것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우리라는 공동체를 형성했어요. 음식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 식구라고 불리듯 예전에도 음식이야말로 생존이기 때문에 더 중요했겠죠. 현대 모닥불은 캠핑, 단체에서 캠프파이어, 고깃집에서도 불을 사용하며 그 옛날의 추억을 되새기곤 하죠.
이렇게 불의 상징성을 ' 공간 인간'에서 익혔는데 백석 시인의 모닥불을 읽게 되었어요. 남다르게 보이더군요.
모닥불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 빠디(이빨)도 너울 쪽도 짚검불(마른 짚)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꾀도 기왓장도 닭의 짗(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 늙으니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 사위도 갓사돈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로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 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백석 시인의 모닥불은 1연에서 모두 태워버리기도 하고 2연은 사람들을 나이, 직업, 위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쪼여주기도 합니다. 어휘들이 예전 스타일이어서 낯설지만 의미만은 전달이 됩니다. 그러나 3연은 아주 슬프네요. 몽둥발이는 팔다리가 없는 몸통을 말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모닥불로 인한, 부모가 없는 할아버지의 고통이 느껴집니다.
모닥불이야말로 모두 태워버리기도 하고, 모두 온기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함이 있기도 하지만 고통을 줄 수도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닥불이 좋지만은 않는 중의적인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유현준 작가의 공간 인간에서의 모닥불은 인류에게 아주 다양한 상징성과 좋은 도구로서의 모닥불이었으나 백석 시인의 모닥불은 온정과 고통이 느껴지는 모닥불입니다. 세상의 모든 도구는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모닥불처럼 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됩니다.
이제부터 캠핑 가서 모닥불을 보게 되면 다양한 생각이 들 것 같고 가족들에게도 아마 이 스토리를 이야기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