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리뷰

료의 생각 없는 생각, 성장했던 시간은 가장 약한 시절


20250826_170652.jpg?type=w773 필로소피 료, 이효정, 료의 생각 없는 생각



내가 성장했던 시간은 단단해서 무언가 더는 필요하지 않던 더없이 야무지던 시절이 아니라, 가장 약하고 앞이 보이지 않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다시 두드렸던 한없이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

- 필로소피 료 57p


가장 약했던 시절, 방황하던 시절, 실패를 거듭하던 시절이 성장했던 시절이락 작가는 말한다. 성장은 탄탄한 대로가 아닌 결핍과 부족함에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땠을까 언제 가장 성장했을까?


연년생 자매를 낳고 갑갑한 시절을 보냈던 시절은 책 한 권만 읽어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책 속 세상은 내가 나가고 싶은 세상이었고 깨달음의 세상이었고 빛나는 주인공의 세상이었다. 그런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나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순간을 더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책이 도끼처럼 나를 둥글게 둥글게 깎아준다. 아이들도 모가 난 나를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준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교만하고 거만하고 철부지였을까 아직도 아이들은 깎아주고 있다. ㅎㅎ


또 약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역시 코로나 시기였다. 독서지도 수업을 하던 모든 오프라인이 차단되었을 시기 읽고 싶던 책이나 실컷 읽자며 코끼리가 풀을 사정없이 먹어치우듯 책을 읽어치웠다. 그 속에서 자꾸 읽지만 말고 써보라고 등을 떠밀었다. 한결같이 작가들은 쓰라고 했다.


내가? 내가 글을 쓴다고? 재능도 없는데? 내 속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조금씩 어설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가 없었다면 아직도 난 책만 읽고 있지 않았을까 읽는 것과 쓰는 건 정말 차이가 크다. 성찰의 크기, 경험의 크기, 행동의 크기, 성과의 크기가 다르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차이니까.

또 약했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몸이 아파서 마라톤을 시작한 일, 풀코스를 완주할 만큼의 체력이 길러졌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더 놀라자 빠질 일이다.


가끔 고장 나서 거꾸로 때, 머리 한 대 콩! 하고 다시 시작해요. 묘책 같은 거 떠올리지 않고 심각할 것 없이 그저 다시요.

- 필로소피 료, 61p


작가는 자잘한 실수, 거꾸로 일을 처리할 때 귀엽게도 그저 다시 시작하는 건 회복탄력성이 좋다는 뜻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내공은 아무에게나 있는 게 아니다. 95% 이상이 주저앉지 않을까?


보통 사람들은 1번 도전 후 실패하면 실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성과를 내는 사람은 10번 정도 도전한단다. 나는 2~3번은 해본다. 3회까지 실패하면 그만두자고 맘먹는데 3회 정도 도전하면 거의 성공한다. 실패의 기분은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있다.


1회는 실패가 아니라 그냥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부족함을 메꾸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다시 시도하게 된다. 묘책 없이, 심각할 것 없이 다시 시작하는 료 작가야말로 달인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다.

이유 없이 다시 시작하는 용기, 도전이야말로 내공이 있다는 증거다. 회복탄력성은 아무에게나, 훈련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너무 나 자신을 잘 안다는 미명 아래, 같은 패턴을 강요하진 않기로 했다. 뭐든 사소하게라도 경험해 보게 하고 그중 싫증 나지 않던 것을 쉬지 않고 계속하는 일. 그러다 계속하던 시간이 흐르면, 나도 모르던 진짜 나와 가까워지는 몹시 흥미로운 삶의 패턴

- 필로소피 료 62p


나도 나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매일 먹던 음식이니까, 매일 하던 일이니까, 매일 입던 옷이니까가 아니라 가끔씩, 조금씩의 변화는 나를 알게 하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도 나를 잘 몰라서 평생 알아가는 과정이 삶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소하게 경험해 본 일


-피아노 배우기

-플룻 배우기

-기타 배우기

-스쿼시 배우기

-수영 배우기

-캘리그라피 배우기

-타로 배우기

-사주 배우기

-시 쓰기

-스킨스쿠버 배우기

-일본어 배우기

-뜨개질 배우기

-디지털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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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게 하고 싶어서 배운 일이지만 그냥 한번 해보고 만 일도 있고 재미가 있어서 몇 년 배운 일도 있다. 플룻, 기타는 바로 그만두고 그나마 피아노는 1년 동안 배워서 가장 연주하고 싶었던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쳤을 때 스스로 감격스러웠다. 지금 연주하라고 하면 못 한다.


스쿼시도 배우다가 말았고 수영은 재미있어서 4년 이상 접영까지 모두 섭렵했고 온 가족이 모두 배우게 했고 같이 수영장에서 놀다 온 일도 많았다. 캘리그라피와 디지털 드로잉은 그림에 소질이 없던 내가 가능할까 하다가 배웠는데 재미있다. 소질이 없던 게 아니라 해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림은 계속 소질을 계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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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도 궁금하여 배웠는데 독서와 상당히 비슷하다. 같은 카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책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누구는 그냥 죽음이나 부정한 에너지로 생각하는 반면에, 죽음은 이제 모든 고통 끝, 새로운 시작이라고 설명도 가능하다. 타로도, 독서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좋아한다.


지난주에는 컬러 타로로 배웠는데 그림책을 보거나 색깔의 상징을 확장하는 개념이어서 흥미로웠다. 앞으로 그림책을 그릴 때 색의 상징을 활용할 것 같다. 물을 무서워했던 내가 수영도 못할 시절에 스킨 스쿠버를 했다. 바닷속 다양한 색깔의 물고기들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떤 용기로 바닷속 구경을 했는지 모르겠다.


뜨개질도 내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일을 그만두고 아이 옷과 아이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배웠는데 아직도 그때 만든 가방이 있다.


일본어도 배운 적이 있는데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지만 간단한 대화는 가능할까 모르겠다. 한자를 좋아해서 일본어가 재미있었고 1급 능력 시험까지 본 경험이 있다. 아주 어려웠는데 마치 국어 시험처럼 접속사 하나하나의 쓰임까지 다 배워야 했고 익혔지만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소한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오래 유지했던, 금방 그만두었건 간에 그 경험들은 나의 자산이 되고 다음에 무엇을 배울 때 기초가 되어주었다.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한 조연들과의 만남이 사소하게 경험해 본 일들이 아닐까 한다.


진짜 나는 만나는 게 아니다.

진짜 나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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