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잘 도착하고 낯설고도 익숙한 세탁 세제 향기만으로도 '아, 런던이구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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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향기만으로 '아, 이곳이구나, 아 이랬었지' 하는 추억이 있었을까?
고교 시절 밤에 버스에서 내리면 감귤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도로 주변에는 감귤밭이 있었고 낮에 없던 향기가 밤에는 짙게 났던 기억이 난다. 커서 보니 제주 공항에서 감귤꽃 향수를 팔고 있는 것을 보고 향기를 맡아보니 그 향기와 비슷했다. 향기는 나를 고등학생으로 데려간다.
지금도 나는 스치는 모든 것들을 스쳐내지만은 못하고 너무도 아끼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깊고 다정한 감정과 태도들이 헐값에 떠다니는 모습을 보는 게 여전히 여럽고 서운하고, 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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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야 할 것을 스쳐지나지 못하고 되새김질하면서 괴로워한 적도 있었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들을 그냥 흘려보내기는 내가 내공이 단단해져서야 흘려보낼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아끼고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투정하며 흘려보낸 것들을 이제는 다정하게 바라본다. 아이들의 모습, 빨래하고 설거지, 밥 하는 일들이 예전과 달리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 아직도 나는 집안일이 어렵다~^^
나중에 80이 되어서 나는 무엇을 후회할까?
열심히 일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가족들에게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까?
쓸데없는 곳에 감정 낭비한 것을 후회할까?
삶을 제대로 즐기고 여행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매 순간 여유와 감사를 가지면서 생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용기가 없어 도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무한한 나의 가능성을 펼치지 못해서 후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