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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리뷰

성장은 두려움을 추구한 일.

필로소피 료, 료의 생각 없는 생각, 독서리뷰


20250826_171151.jpg?type=w773 필로소피 료


데스코에서 3파운드 주고 하얀색 장미를 사고, 2층 버스에서 모두의 뒷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리버티에 들려 여전히 잘 있는 더없이 클래식한 타일과 난간을 확인하였으며 '해크니'로 가는 길에 레터링이 참 좋았고.... 계속 어어졌다.

- 38p -


료의 '필로소피 료'는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을 다채롭게 표현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이런 표현을 배울 수 있고 연습할 수 있다. 내가 보는 아침의 모습을 표현해 본다. 책은 읽기 위함이 아니라 읽고 생활에 실천하거나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니.


러닝복을 입고 아파트 입구를 나설 때면 여름과 달리 선선한 바람이 먼저 팔을 맞이한다. 오늘은 뛰기엔 딱 좋겠다는 말도 하기 전에 기분부터 좋아진다. 아파트 커브를 돌고 나면 내리막길이 있다. 내리막길을 총총 뛰어내려 가면 신호등이 삼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율한다. 대로변으로 가는 길, 아파트 입구로 가는 길, 대로변 뒷길로 이어지는 길이 서로 갈 순서를 지키느라 신호등만 쳐다본다.


초록으로 바뀌는 순간 공원으로 발길을 내딛고 초록 잔디와 작은 야외공연장 하얀 천막이 눈에 띈다. 초록 잔디 너머에 내 키 3배나 되는 나무 10여 그루가 놀이터를 감싸고 있다. 이 놀이터는 숲 속 놀이터처럼 나무 그늘에 있고 바닥엔 모래가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 놀이터를 지나치면 이제 나의 러닝 코스 안양천 나무 터널이 나온다.


누군가 성장했다는 것은 꼭 성공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두려움을 추구했음을 의미한다. 작든 크든 성장했다는 것은 어둡고 보이지 않음을 알고도 발을 내딛는 용기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누군가들이 말하던 어떤 성공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50p -


성장했다는 말은 성공했다는 말이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성공에도 크고 작은 성공이 있듯이 성장에도 크고 작은 성장이 있고 그게 성공이라고 왜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성장이 모여 성공이 되는 것이지. 성공은 뭔가 이뤘다는 뜻이니 성장이 성공이기도 하다.


성장은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을 하거나 내가 하는 일을 한 단계 두려움을 추구한 후 얻은 결과가 성장이다. 꾸준히 했음에도 성장이 보이지 않고 유지만 되어도 다행인 일도 많다. 두려움을 추구했다는 말은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증거다. 그런데 왜 성공이 아니란 말인가?


어떤 측면에선 결정 장애를 포함해 고민이 너무 많다는 건, 그게 돈이든 시간이든 감정이든 조금도 돌아가지 않도록 다각도로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커서일지도 모른다. 이런 반복적인 패턴으로 누적되는 스트레스 양이 생각보다 상당하며, 때론 의도하지 않는 재미있는 경험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54p -


결정 장애는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왜 결정 내리지 못할까?

어느 쪽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둘 다 비슷비슷한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아예 기울어진 이익이라면 선택하기가 쉬워진다. 선택하지 않고 받는 스트레스보다 선택하고 집중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하지만 살다 보면 아주 중요한 일은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필요한 게 가치관과 철학이다. 나의 철학에 맞는지, 나의 가치관에 맞는지 선택하고 결과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오히려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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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0_104108.jpg?type=w386 필로소피 료 41p와 우리 집 냉장고 야채들


'필로소피 료'에 나오는 영국 야채와 우리나라 야채는 뭐가 다를까? 가느다랗고 길쭉하고 잎까지 달린 당근, 보라색 줄무늬가 있는 당근. 우리 집에는 선명한 색의 초록 오이, 주황색 흙이 묻혀 있는 당근, 비닐에 쌓인 호박, 파프리카, 흑색 토마토, 적양배추가 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야채다. 색만 봐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아이들은 야채로 뭔가 반찬을 하면 맛있다는 표현보다 '건강해지는 맛이에요'라고 말한다. 맛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 시장 볼 때마다 야채를 산다. 엄마는 너의 입맛보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귀하게, 새롭게 소중하게 보는 시선을 '필로소피 료'책에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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