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암스의 소설 '스토너'입니다. 스토너는 주인공 이름이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라서 대학을 가게 되었고 전공을 농과대학에서 영문학으로 바꾸고 교수가 되면서 살아가는 일생의 스토리를 다룬 책이다.
존 에드워드 윌리엄스는 1922년에 미국 텍사스주 클락스빌에서 태어났으며 1942년까지 미국 공군 소속으로 중국, 미얀마, 인도에서 복무, 덴버 대학교에서 학사학위와 석사 학위를, 미주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54년에 덴버 대학교로 돌아와 30년 동안 문학과 문예 창작을 가르쳤다.
저서 <<오로지 밤뿐>><<도살자의 건널목>><<아우구스투스>>등이 있다.
그가 읽던 책에 나오는 상상의 모습들을 펼쳐 보였다. 그러면 자신이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의 중에 아처 슬론이 그에게 말을 걸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과거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한데 모이고, 죽은 자들이 그의 앞에 되살아났다. 그렇게 과거와 망자가 현재의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흘러들어오면 그는 순간적으로 아주 강렬한 환상을 보았다. 자신을 압축해서 집어삼킨 그 환상 속에서 그는 도망칠 길도,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 스토너 26p -
이 장면은 그가 대학에 들어가서 외롭게 책을 읽는 장면이다. 외로워 보이면서도 책으로 변화하는 모습, 현실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이다. 내가 과거와 다른 사람이 되고, 과거의 망자가 현재의 삶으로 흘러들어오는 환상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된다. 책에 완전히 빠져든 모습이다. 작가와 주인공에게 공감이 되고 그 시대에 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현실로 돌아와서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지 고민하게 되는 게 책이다.
"모르겠나, 스토너 군?" 슬론이 물었다.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 스토너 31p -
슬론 교수가 스토너에게 교육자가 될 사람이라고 하는 말에 스토너도 놀라고 그의 인생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대학만 끝나면 시골로 다시 돌아가 부모님을 도와야 하는 현실에서 과를 바꾸고 교육자가 된다는 생각은 스토너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의 재능을 알아보고 00 될 사람일세라고 하면 어떤 느낌일까?
고교 시절에 영어 선생님이 '넌 잘될 거야, 잘될 수밖에 없어'라고 말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어 단어를 매일 꼼꼼하게 외워가는 모습을 보고 하신 말이다. 누군가가 믿어준다는 것은 엄청난 자신감을 준다. 난 잘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자신감, 그게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해준다면, 제3자가 해주는 말은 또 의미가 달라진다.
상담심리 공부할 때 리포트를 보신 교수님이 글을 잘 쓴다고 한 말씀 덕분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 계속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아웃풋 하려고 한다. 내가 모르는, 또는 용기 없어서 주저하던 일을 잘한다고 하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스토너도 그랬다.
스스로가 믿어주고 부모가 믿어주면 또 어떨까? 강력한 힘이 발휘되는 거다.
자신이 읽은 밀턴의 시나 베이컨의 에세이나 벤 존슨의 희곡이 세상을 바꿔놓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 작품들이 자신의 소재이기도 한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세상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스토너 41p -
밀턴의 시나 베이컨의 에세이, 벤 존슨의 희곡이 왜 세상을 바꿔놓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밀턴은 자유와 정의를 주제로 한 시를 썼는데 인간은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고 책임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곧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사상을 펼치는데 큰 영향을 주었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었다.
베이컨의 에세이는 어떤가?
예전에는 종교, 철학적으로 믿음을 설명했지만 과학을 공부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는데 실험, 관찰, 증거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혁명이 시작된 거다.
벤 존슨의 희곡은 어떨까?
벤 존슨은 셰익스피어와 같은 시대의 극작가인데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문제를 다뤘다. 왕이나 귀족뿐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가치가 있고 인간과 사회를 돌아보는 희곡이었다.
밀턴의 인간에게는 자유와 책임이 있어서 민주주의 자유사상을 알렸고 베이컨은 증거와 실험으로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과학혁명을, 벤 존슨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연극에 담아서 문화와 사회 변화를 일으켰다.
기존의 전통과 가치를 뛰어넘거나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기 때문에 세상이 바뀌고 문화를 바뀐 인물이었다.
작가인 존 윌리암스가 문예 창작과 교수를 30년간 지냈기 때문에 소설 속 영문학 교수인 스토너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경험, 연구한 삶이 고스란히 스토너에게 이입이 될 수밖에 없다.
스토너라는 소설은 스토너라는 사람이 어린 시절, 교수가 되는 과정, 교수가 된 후 결혼하는 과정, 교수 생활, 사랑, 아이 문제, 교수들과의 알력 문제, 결국 암으로 죽는다. 매 순간 평범하게 넘어간 적이 없고 항상 치열하게 겨우겨우 넘어가는 삶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존 윌리암스의 담담하고 세세한 표현들에 감탄한다. 그 속에 전쟁의 휘용돌이가 있다. 스승인 슬론의 아버지가 남북전쟁에서 사망했고, 스토너의 친구가 20대 전쟁에서 사망했으며 스토너의 사위도 전쟁에서 사망한다.
전쟁의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네. 전쟁은 단순히 수만 명, 수십 만 명의 청년들만 죽이는 게 아냐.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네. 사람이 전쟁을 많이
겪고 나면 남는 건 짐승 같은 성질뿐이야.
- 스토너 53p -
아직도 현대에 전쟁은 진행 중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어제는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공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어떤 이유에서건 전쟁을 통한 후유증은 몇 세대를 통해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전쟁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죽어버린다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AI 그림 전시회에 '별빛은 발끝에서 시작된다'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전쟁이 어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든 AI 그림이다.
스토너라는 소설을 통해서 난 무엇을 배웠을까?
난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야 할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건강, 가족, 일, 경제적 여유, 지인, 명예, 긍정, 유연성, 여유....
어떻게 하면 덜 후회할까?
-일에 대한 후회, 가족에 대한 후회, 즐기지 못한 후회, 실수에 대한 후회. 유연성과 여유...
죽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삶, 도움을 준 사람들, 가족, 내가 쓴 글(책), 영향을 준 인물들...
좀 더 애썼으면 하는 일은 무엇인가?
-건강, 가족, 여유로운 시선, 여유로운 마음
*한 줄 서평
난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살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아주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
-건강을 챙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가족을 챙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그냥, 열심히만 살아가는 살람들
-목표, 목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 스토너, 마지막 392P -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