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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TX 광명역 평화마라톤대회 하프 실패 후기

풀 마라톤 도전하다


뙤약볕의 고통은 달콤하고 매혹적인 열매로 반긴다

-광명 마라톤 클럽 박 회장님-


2022 KTX 광명역 평화마라톤 대회



2022년 9월 25일 일요일 2022 KTX 광명역 평화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깝기도 하고 풀 마라톤 연습으로 광명 마라톤클럽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광명 마라톤 클럽 러닝 크루


밤에도 걱정인지, 긴장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하프는 4회 이상 완주해서 그래서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고 풀코스 대비 훈련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26k도 달렸는데 21km는 거뜬히 해내자.


2022 KTX 광명역 평화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니 대회 분위기가 난다. 총 3600명이 참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평상시 연습보다는 많이 들뜬 분위기가 연출된다.


잃어버린 배 번호와 티셔츠가 든 서류봉투


엊그제 광명 마라톤클럽에서 달리기 훈련 후 받은 티셔츠와 배 번호가 든 서류봉투 3개를 산책로에 두고 왔다. 뒷날 가보니 없어졌다.


산책로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계신 하천관리과에 전화해 보고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봉투에 광명 마라톤클럽과 내 이름이 있어서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은 찾지 못하고 마음만 부산한 대회 전날을 보냈다.


대회 주최하는 곳에 전화했더니 대회 당일 운영 본부에서 다행히 배 번호와 기록 칩을 준다는 말에 안심을 하고 총총거리며 받으러 갔다.


남편과 아들은 4.8km를 신청했다. 남편, 아들 배 번호, 티셔츠까지 잃어버려서 3장의 배 번호를 받고 티셔츠는 집에 있는 옷으로 입고 왔다. 나는 다행히 비슷한 색깔의 형광색이 있어서 그걸로 입었다. 대회라면 같은 옷을 입어야 제맛이지. 아쉽다.


뭔가 삐거덕 거리는 조짐인가?


달리지 않겠다는 아들에게 좋아하는 치킨을 사주며 겨우 참가하게 되었다.

2019 KTX 광명역 평화마라톤 대회에는 셋 모두 4.8km를 뛰었는데 그 이후 나는 계속 연습을 했고 둘은 전혀 연습을 않아서 운동 삼아 참가해 보라고 한 것이다. 걷다 뛰다 하면서 부담 없이 하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재미 들여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달리기 전 스트레칭


달리기 전 구석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준비를 했다. 긴장이 되었다. 국가대표 선발전도 아니고 취미로 달리는데 왜 자꾸 긴장하는지 모르겠다. 즐겁게 달리면 될 텐데 잘 달리려고 욕심을 부려서 그런가 보다.


스타트~


시작부터 낮은 오르막이다.


속도를 내지 않고 10km까지는 7분 10초대로 달리려고 송 훈련부장님과 전략을 짰다. 반환점 돌고서는 6분 50초대로 해보자면서. 반환점 돌고 힘이 남아있을까 걱정했지만 그렇게 해야 후반에 에너지가 남아서 완주할 수 있다고 한다.


10km 구간 기록


10km 구간까지는 계획한 대로 7분 10초/km 전후로 잘 진행되었다. 08시 30분이었지만 해도 없이 구름이 가리어져서 그리 뜨겁지도 않았다.


5km에 식수대가 있어서 물도 많이 마시지 않고 한 모금만 마시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9시 30분이 넘어서 반환점을 돌 때는 해가 뜨겁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침과 저녁에만 달려서인지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보통 06시에 달리기 연습을 하면 9시 이전에는 끝났기 때문에 이렇게 햇볕 아래에서 달려보지는 않았다.


11~21km 구간 기록



14km에서 점점 힘이 들기 시작했다.

15km에서 결국 걷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힘이 나질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식수대에서도 목만 축이고 가려했지만 자꾸 쉬게 되었다.

중간중간 언덕길은 왜 자주 나타나는가?


걸으면 안 된다고 훈련부장님이 말씀하셨지만 뛸 수가 없었다.

이렇게 뛰다가 걷다가, 다시 정신 차리자고 달리고, 걷고 하다 보니 기록이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았다. 옆구리까지 아파지기 시작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특히 언덕에서는 속도가 아주 더뎌서 걷는 건지 뛰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남산 훈련과, 언덕 훈련을 했는데도 이리 언덕에서 맥을 못 추니 어찌할꼬......

훈련부장님 볼 면목이 없어서 힘을 내보자고 하는데도 몸이 왜 그리 무거운지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앞에서는 60대가 넘으신 노부부가 천천히 달리고 계신다. 아무리 추월하려고 해도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공이 있으신 분들이다. 이런 언덕에서 잘 올라가시다니.


이렇게 하프도 힘든데 풀코스 가능할까?

평지와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대회는 장난이 아니구나.

춘천마라톤 대회 코스는 더 오르막이라던데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연습 부족인가? 더 연습해야 했나?

의심의 의심을 가지고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발, 한 발만 생각하자고 다잡았다.

나와의 싸움이 아니던가.

이렇게 된 이상 완주라도 끝까지 해보자.

마지막 언덕에서는 하나, 둘 외쳐주셔서 겨우 넘었다.


완주 마지막 스퍼트~


마지막 스퍼트에는 박 000 님과 황 00님이 나와주셨고 같이 넷이서 달리기 시작했다.

훈련 부장님은 없던 힘이 어디서 나냐고, 전부터 이렇게 힘내야 하는데 왜 이제야 힘을 내냐고 하신다.


"힘이 없었던 게 아니네"


그럴까?

내가 힘이 있는데도 뛰지 않은 걸까?

의지의 부족이었나?


다 왔다고 생각하고 속도와 보폭을 넓히며 달렸다.

광명 마라톤 클럽 멤버들이 모두 나와서 박수를 쳐주셔서 뭉클했다. 이 꼴찌를 응원해 주시다니. 완주의 박수, 이겨냄이 박수인가.


멀리서 남편이 사진을 찍어준다.

수고했다고 손을 잡아준다.

헉헉 숨소리만 남는다.

건네받은 물병을 벌컥벌컥 맘껏 마신다.


" 아, 힘들다..."


메달을 받고 훈련부장님에게 90도로 인사했다.


" 같이 뛰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왼쪽 다리에 갑자기 쥐가 나기 시작했다. 남편이 주물러줬는데 아주 꽉 뭉쳤다.


아이고 아프다.


완주 후라 다행이다. 달리는 중이었으면 포기해야 할지도 몰랐을 테니까.


광명 마라톤 가입 후 첫 하프 완주


광명 마라톤 클럽 들어와서 첫 대회 하프 완주라고 클럽에서 황송하게도 꽃다발을 주셨다.

온라인 대회 2회, 개인 기록 3회 이상 하프를 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과 달린 오프라인 대회에서 하프는 처음이다.


하프도 만만치 않구나.


자신감을 잃었다.

기존 2시간 30분 기록이었으니 2시간 15분이 목표였는데 기록은커녕 달리다 걷다 해서 만족스럽지 않다. 완주지만 실패다.


2022 KTX 광명역 평화마라톤 대회 하프 기록증



대회 측에서 기록증 문자가 왔다. 2시간 38분 25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좋은 연습이었다고 생각하자.

그러나 마음은 무겁다.

풀코스 도전이 두렵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시고는 폴 코스 완주하신 고수님들의 명언이 쏟아진다.


첫 술에 배가 부르면 안 먹고도 산다.


아픔과 고통을 넘겨야 신세계가 보인다


오늘의 아쉬움은 내일의 큰 밑거름이다.


도전의 열매가 익어가는 중이다.


42.195km 도전 자체가 이미 보통 사람 아니다.


이제 다시 도전이다.


풀코스 마라톤이 쉬우면 도전하지 않았다.


이래야 풀코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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