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우스 명상록
현재를 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
-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
은선 님이 보내주신 문장을 읽고 한참을 쳐다본다. 무슨 뜻일까?
나는 현재를 보고 있을까? 과거나 미래 걱정에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 경계하라는 말일까?
요즘 나의 걱정은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일단 11월 23일에 있는 인천 마라톤 풀코스 덕분에 긴장이 된다. 첫 풀코스도 아니고 여섯 번째 도전인데도 몸은 벌써부터 긴장을 하고 있다.
몇 개월 전부터 장거리 훈련을 마쳤고, 장거리 훈련으로 인해 종아리 근육통이 생각보다 오래갔지만 지금은 회복 상태다. 음식을 골고루 먹고 있으며 물도 하루 2리터씩 먹고 근육 운동 위주로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 감기에도 걸리지 않으려고 따뜻하게 입고 있으며 뛰지 않을 때는 1시간 산책을 하고 있다. 잠도 충분히 자려고 한다.
풀코스는 항상 고통을 동반한다. 잘 준비해도, 잘 준비하지 못해도 항상 인간의 한계를 만난다. 다섯 번의 풀코스 대회에서 무릎이 아프기도 했고, 고관절이 아프기도 했고, 쥐가 나기도 했고, 쫄딱 비를 맞으며 뛰기도 했고, 발톱이 들리기도 했고 항상 변수가 생긴다. 그럼에도 완주 의지로 해냈다.
이렇게 내가 컨트롤하기 힘든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고 해내고 싶다. 그게 흥미와 성취감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그에 버금가는 긴장감, 두려움도 동반한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떨림과 긴장을 받아들이면서 현재 내가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만이 현재에 집중하고 나의 모든 것을 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책도 생각이 난다. 현재가 유일한 실재라고 말하며 이 순간을 살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재에 머무르기, 현재에 대한 인식, 지금 이 순간에 살기를 많이 고민한 적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자유를 향한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43p -
마음과 나 자신은 다른 존재일까요? 에크하르트 톨레는 과거의 눈으로 보면 현재를 파악하기 어렵고, 미래의 눈으로 보면 역시 현재를 축소해서 본다고 했다. 나는 과거의 눈으로 보는지, 현재의 눈으로 보는지, 미래의 눈으로 보고 있는지 마음을 살펴본다. 과거가 '나'이기 때문에, 미래가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고 ~했어야 했는데, ~하면 행복할 텐데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을 발견하는 방법이고 그 순간에 살 수 있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으면 몸을 들여다보라고 톨레는 말한다. 몸 안에 감정이 들어있다고. 나의 몸 상태는 내가 느끼기에 일요일 마라톤에 대한 미세한 긴장감이 있다. 그게 나의 몸 상태이고 마음 상태이다. 살펴보고 바라보고 왜 그렇지 하고 질문하라고 한다. 바라봐 주고 수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과 감정, 마음은 차분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글쓰기는 마음의 안정, 성찰의 힘이 있으니까.
최근에 읽은 '김상욱의 과학 공부'에서 양자물리학 소개 중에서 관찰자 효과가 있었다. 관찰자가 있기만 해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가수가 노래를 할 때 평소와 다르게 관객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설명할 수 없는 관찰자 효과다.
마음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관찰하기만 해도, 그렇구나 수용하기만 해도 마음은 관찰자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현재를 관찰자처럼 바라볼 때 현재에 집중할 수 있고 그 현재가 전 삶에 펼쳐진다면 모든 것을 보는 게 아닐까? 그래서 아우렐리우스도 '현재를 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이 아침 고요하게 글을 쓰며 사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