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피니시를 향해 드디어 인천 문학경기장에 들어섰다. 300m 정도의 트랙을 뛰는데 어찌나 발이 무겁던지... 보는 사람들만 없었더라면 아마 걸어서 터벅터벅 피니시까지 갔을 거다. 피니시를 향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스피드를 내어보지만 무거운 몸은 물먹은 솜 마냥 터벅터벅 겨우 뛴다. "아, 드디어 끝이다. 해냈다. 시간은 가고 거리는 줄어들기는 했구나, 완주해서 다행이다...."
발목 골절 후 수술하던 장면, 통증, 깁스, 걷기 연습, 1분 뛰기 연습, 5km, 10km 완주, 다시 핀 제거 수술 후 통증, 다시 걷기 연습, 5km, 10km, 하프, 30km, 32km, 35km, 종아리 통증 후 2개월 휴식, 다시 5km, 10km, 5km, 근력 운동, 대회 참가.... 여러 말을 혼자 삼키며 걷는 중에 딸이 사진을 찍어준다.
완주 메달과 Finisher Towel, 간식을 받고 이제야 한숨 놓는다. 다행이다. 아픈 곳이 없어서 다행이다. 훈련한 보람이 있구나. 35km 장거리 훈련 후 오른쪽 종아리가 2개월 동안 낫지를 않아서 5km, 10km도 겨우 뛰고 뛰고 맞이한 대회다. 그나마 2개월 전에 30km 이상 3회 훈련한 힘과 근력운동의 힘을 믿고 풀코스에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했다.
발목 골절 후 19개월 만에 풀코스 도전은 재활 완료라는 아주 큰 의미가 있다. 거의 2년 동안 제대로 뛰지 못했지만 뛸 수 있을 때에 5km든, 10km든 하프든, 근력 운동이든 틈만 나면 러닝 거리와 근육을 저축했다.
11월 22일 토요일, 대회 전날 미리 인천 문학경기장에 사전답사를 했다.
35km 이후 경사가 있는 고저도를 보고 힘들겠다는 생각에서 드라이브 겸 코스를 보려고 남편과 인천을 다녀왔다. 마지막 35km 이후 2단 콤보 언덕에다가 다시 낮은 언덕이 피니시 부근에 하나 더 있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과 각오를 단단히 하고 귀가했었다.
나중에 보니 kbs에서 생중계한 장면을 봤는데 내가 뛴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천의 러닝 풍경은 아주 아름다웠지만 뛰는 사람은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아주 좋은 컨디션이었다.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고 7도 정도, 낮 기온도 15도 정도, 해는 없고 구름만 낀다니 이렇게 좋은 날씨가 없다.
출발해서 25km까지는 가뿐했다. 간혹 구간 기록 목표인 6분 40~50초 페이스보다 빠르면 급하게 속도를 늦추곤 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만의 페이스로 완주한다는 생각에, 후반을 생각하자는 생각으로 페이스 유지를 하자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달래면서 조율했다. 몸과 마음이 이렇게 따로 놀 수가 있나. 계속 달래면서 어르면서 스피드 조절을 해야만 했다.
역시 문제는 30km 지점부터 몸이 무겁기 시작했다. 35km까지는 무난히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25km까지 유지되던 페이스가 밀리기 시작한다. 걷기도 하고 식수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광명 마라톤 클럽 32km 자원봉사팀을 만났다. 슬슬 쥐가 올라오려고 하던 참이었다. 오른쪽 종아리에 파스를 뿌리고 꿀물을 먹고 달린다.
이제부터는 내가 뛰는 건지 다리가 뛰는 건지도 모르게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천천히 뛰더라도 걷고 싶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힘에 겨워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무리하지 말자, 5시간 완주 목표를 다시 잡자고 생각하면서 쥐가 올라오려고 하면 천천히 걷거나 뛰면서 속도를 늦추면서 쥐 올라오는 것을 관리했다.
인천 시청 언덕 2단 콤보는 정말 사악하다. 유튜버가 말한 원수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가 인천 마라톤 코스. 겨우 올라갔는데 인천시청 앞에서 원형 로터리 돌고 난 후 만난 얕은 언덕은 더 미웠다. 그러고는 내리막이었다. 와 이제는 내리막으로 끝나는가 했다.
언덕이 또 있다.....ㅠㅠ 마지막 언덕까지 애를 먹인다. 그것도 35~40km 있는 언덕이라서 더 힘들었다. 차라리 초반이나 중반에 언덕이 있었으면 덜 힘들었을 것을.... 다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덕 3개의 만남은 체력을 시험하는 듯했다.
드디어 트랙을 만났다. 이제 300m만 가면 된다. 300m가 왜 그리도 길까나... 끝났다, 끝낸다...
결국엔 4시간 55분 10초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40~42km는 정말 기록도 좋지 않고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은 러닝이었다. 걷기는 싫었지만 걷게 되는 코스. 나중에 알고 놀라운 사실은 이런 안 좋은 코스임에도 광명 마라톤 클럽 7명 정도가 풀코스 개인 기록을 갱신했다는 것. 코스 탓이 아니다. 나의 훈련 부족, 언덕 훈련 부족이었다는 것을 부끄럽게도 깨닫는다. 언덕과 근력 운동을 더 키워야겠다.
혼자 뛰었으면 힘들었을 텐데 광명 마라톤 클럽이 함께 해서 완주할 수 있었다.
출발 전 응원을 하고, 도착 후에도 응원을 해주고 축하를 해주시니 러닝의 고통은 사라진다.
이번 대회는 아주 뜻깊었다. 김관행 회원님이 400회 완주한 대회다. 70대이신 분이 400회 풀코스 완주한 의미는 어떤 걸까? 2022년 첫 풀코스를 춘천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했는데 거기에서 300회 완주하셨던 분이다. 같은 대회에 뛰는 것만으로도 아주 영광이었고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각자만의 기록으로, 각자만의 스토리로 완주하셨던 분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발목 골절 후 풀코스 완주했다!
그 과정에서의 고통과 행복과 배움은 나 혼자만 안다!
이젠 2026년 3월 동아마라톤 풀코스 도전이다!
일주일 근육통으로 쉰 후 오늘 다시 5km 회복 러닝을 했다.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