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간 알래스카 순록 사냥에서 배운 것은?


SE-d63993dd-a0a8-48cd-92fd-43b52cc3ac1e.jpg?type=w773 편안함의 습격



문명 세계의 엄청난 안락함에 대해 새삼 가슴 깊은 곳에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 있다는 것이다. 돌아오고 나서 일주일 동안은 수도꼭지를 틀 때도, 차를 몰 때도, 비닐 팩에 들어 있는 재건조 음식이 아닌 진짜 음식을 먹을 때에도 계속 바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편안함의 습격 438P -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을 이야기책빵 북클럽에서 읽고 있어요.


*독서 분량 : 396~441P

33일간 알래스카에서 티피와 준비해 간 음식, 순록 사냥으로 보낸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죠. 체력, 마인드를 무장하지 않고서야 지내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일을 또 누군가는 해내고 오는 이런 책을 출판했어요.


직접 가지 못하지만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이 책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자신이 경험한 만큼 사고가 넓어지고 깊이가 달라지니까요. 통찰이 있는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깨닫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겪어봐야 아는 삶의 진리가 있어요. 그 체험의 한계가 있기에 책으로 경험하며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거겠죠.


추운 곳에서 5주간 지내다가 돌아왔을 때 당연히 작가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가 올라올 듯합니다. 편하게 바로 얻을 수 있는 물, 자동차 이동, 집 등 알래스카와 비교가 되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났을 거예요.

아이들과 1박 2일 캠핑만 다녀와도 아이들이 말하곤 했어요. 부엌 싱크대야 고맙다, 화장실아 고맙다, 침대야 고맙다 하고요. 재미도 있지만 캠핑은 불편함을 경험하고 옵니다. 짐을 싸야 하는 불편함, 텐트를 치고, 도구들을 정리하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일들이 모두 수고로움을 거쳐야만 하는 일이죠.


아이들이 고등학생 이후로는 가려고 하지 않아요. 짐 싸기가 불편하다는 겁니다. 바리바리 싸 들고 가서 하는 일들이 귀찮아지면 이젠 사춘기에 접어든 거죠. 저의 부부도 불편하고 귀찮았지만 저희들에게 힐링이었고 아이들에게 자연과의 경험을 해주고 싶어서 한 일들이었는데 말이죠. 불편함과 감사를 깨닫고 온 캠핑이지 만족합니다.


봄이 되면 남편과 둘이서만 캠핑 다녀야 할까 봐요~^^ 하룻밤 캠핑도 이런데 알래스카라면 오죽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읽어간 책입니다.



한편 더 깊은 차원에서는 시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래서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마커스 엘리엇은 도전적 과제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우리 인생 스크랩에 추억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 편안함의 습관 439P -


불편한 체험 속에서 시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하는군요. 미디어가 없는 지루한 시간, 이겨내야 하는 시간들이 많은 공간 속에서 시간에 대한 인식을 하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작가는 배웠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짧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 기회였어요.


작가와 같이 알래스카 모험(?)을 하면서 같은 생각을 저도 하게 되었어요. 순록 사냥을 통해서, 음식에 대해서, 추위를 견딜 때 시간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했거든요. 도전적 과제는 인생에 추억을 남기는 선물을 준다고 합니다. 도전하는 일이야말로 어려웠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거겠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일은 기억하기 마련이니까요.


어떤 어려운 과제가 추억으로 남았을까? 가족과 겨울 캠핑을 갔을 때 쇠로 만든 팩도 땅에 박히지 않는 날이었어요. 전기장판을 가지고 갔어도 추웠던 기억이 있어요. 막내가 4~5살쯤 춥다고 울더라고요. ㅎㅎ그 이후론 겨울 캠핑은 가지 않았지만 추억으로 남았네요. 눈 쌓인 한라산을 딸 둘과 같이 올라간 경험도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이 힘들어서 토할 것 같았다고 아직도 이야기합니다.



나의 현대 사회의 문제들이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나를 흔들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졌다.

- 편안함의 습격 440P -


와우~ 커다란 통찰입니다.

현실의 문제가 큰 문제가 아니라 작은 문제들이었다는 것, 나를 흔드는 것들이 사라졌다니 알래스카에 다녀올 만합니다. 저는 자신 없습니다만...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요소들이 사라지면 나머지는 문제가 되지 않은 작은 문제로 생각되지 않을까요? 의식주만 해결하더라도 얼마나 행복한가요. 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았던 두려움, 공포만으로도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함이 항상 알래스카에서 느꼈겠죠.


재독하면서 읽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2회를 읽었어요. 작가와 같은 깊이의 체험은 아니지만 비슷한 체험을 독서로 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일상에 대한 감사, 편안함에 대한 감사, 자연에 대한 감사, 시간에 대한 감사, 불편함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한 책으로 저도 조금 더 단단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삶의 지혜는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