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설중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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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둘과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눈발이 하나 둘 날리기 시작한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가로등에 비친 눈발은 참 이쁘다며 옷깃을 여미며 걷는다. 모자가 없는 둘째는 머플러로 머리를 감싸고 다시 걷는다. 조금 오다가 말겠지. 요즘 자신만의 관심사와 회사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겨울밤이 좋다.


20분쯤 걷고 나니 커피가 마시고 싶다며 카페를 찾는다. 이쁜 카페가 있다며 딸들을 따라나섰는데 지하다.

창 넓은 카페에서 눈 오는 거리를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따라나섰지만 다행스럽게도 자리가 없다. 역시 눈은 창밖으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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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은 순순히 집으로 돌아갈 기세가 아니다. 두 번째로 찾은 카페가 주황색 벽으로 눈길을 끈다.


Screenshot_20260124_083007_Instagram.jpg?type=w386 따듯한 동온 님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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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는 따뜻한 동온 님의 그림에서 본 그 카페다. 따뜻한 감성의 디지털 드로잉을 하는 따듯한 동온 님의 그림이 떠올랐고 얼른 찾아본다. 눈 오는 날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도 맛있었다.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네 자매 여행의 일본 여행을 두 딸이 자유여행처럼 일정을 짜주고 같이 가기로 했다. 물론 언니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남아 있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이지만 20대 두 여자가 짜는 일정이라면 언니들은 덜 불편하게 이동할 수 있겠다. 일명 '걸스파티 여행'이라고 이름까지 지었다. GIRLS는 아닌 것 같은데.. GIRLS 였지...


60대 언니들은 숙소가 편안할 것, 음식이 맛있을 것, 온천이 있을 것, 09:00~17:00 일정으로 하루 1~2군데만 다닐 것, 자연을 접하는 일정을 좋아한다. 모두 일을 하기 때문에 여행은 힐링여행을 원한다. 일본의 벚꽃과 온천이라면 반은 좋아할 것 같다. 역시 산책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온한 저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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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말처럼 펑펑 온다. '펑펑'이라는 어감이 눈 내리는 모양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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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아들은 떡하니 이 사진을 보냈다. 새벽 1시가 넘게 귀가했는데 오랜만에 친구들과 아주 재미있게 눈싸움하면서 요렇게 생긴 수레를 타고 놀았단다. 아들도 자신만의 설중 산책을 하면서 보냈구나.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김민들레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세 아이에게 두꺼운 내의와 부츠를 신기고

나가는 데에만 반나절

그리곤 공원 눈밭에 누웠다

마치 눈이 솜이불처럼 포근하다


막내는 처음 눈을 만난 날

쪼그려 앉아서 눈을 만지더니

차갑다고 울어버린다

중심마저 잃고 엉덩방아를 찧는다


빨리 필름을 감은 15년 뒤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나보다 더 큰 키의 두 딸과

눈이 쏟아지는 날 산책하다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식사 후에는 꼭 커피를 마셔야

뭔가 개운하다는 성인이 되었다


막내는 새벽 1시에 귀가했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다가 늦는다

첫눈을 만지고 울었던 기억을 하고 있을까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니

내 머리 위에만 하얗게 눈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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