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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자반 Feb 26. 2023

어떤 수학자가 되고 싶은가

책 리뷰) 약자들의 전쟁법

출처) ADOBE STOCK 저작권 무료 이미지 사이트


 세상에는 총량이 정해진 재화가 있다. ‘부’가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부(돈)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명예와 권력도 그러하다. 누군가 돈을 가지면, 누군가는 돈을 잃는다. 누군가 일자리를 얻는 것에 성공하면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는다. 

 삶은 경쟁이고 전쟁이다. 그것의 윤리적으로 타당한가의 여부는 차치하고 말이다.

 그 사실을 한국의 학생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체감한다. 1등의 자리는 단 한 명 만이 가질 수 있다. 모두가 선생님께 애정과 기대 어린 눈빛을 받지는 못한다. 누구나 원하는 좋은 대학을 모두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대학에 갔더니 그 안에서 A+을 받는 학생 수는 정해져 있다. A+을 받는 학생 중에서 좋은 대기업에 갈 수 있는 인원은 또 정해져 있다. 

 물론, 자신은 그러한 ‘전쟁’에서 벗어나 안빈낙도의 삶을 추구하고자 생각할 수도 있다. 적당하게 살며 내면의 행복을 알아가겠다고. 맞다, 그것도 훌륭한 삶의 태도다. 그러나 그것이 삶의 가치가 아닌 사람들,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가감 없이 거머쥐고 싶은 사람들, 무엇보다, 살아남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삶이 필연적으로 전쟁일 수밖에 없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전쟁하고, 투쟁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전사들에게 이 책은 고한다. 그대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약자들의 전쟁법’ 세 가지와 함께 내가 생각한 전략을 덧붙여 설명하려고 한다. 



1.     강자와 다른 방식으로 싸워라. (다른 방식)

 허무맹랑한 예를 들어보자면, 나와 우리 학교 수학과 교수님이 수학 대결로 승부를 본다고 했을 때 내가 이길 확률은 0일 것이다. 그러나 달리기 대결을 한다면 어떨까? 아마 더 젊고 팔팔한 내가 이길 것이다. (물론 교수님이 나와 달리기 대결을 하지 않겠지만) 반대로 체대 학생들과 달리기 대결을 해야 한다고 하면 재빨리 대결 방식을 수학 대결로 바꾸면 된다. 눈치챘는가? 약점과 강점은 상대적인 것이다. 현재 나의 상태, 그리고 내가 대결하는 상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수학과 대학원생인 나의 상황에 맞추어 생각을 해보자면, 나는 수학에 있어 천재는 아니다. KMO나 IMO는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고 영재들이 나온다는 방송을 보면 그들의 재능에 배가 아프다. 그래서 다른 수학과 대학원생과 수학 대결을 한다면, 나는 하위 30프로쯤 위치할 것이다. 그렇다고 수학을 포기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포기하라 이야기한다. 순수 학문을 말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강자들의 방식이다. 수학과 대학원생 사이에서 약자인 나는 다른 방식을 선택한다. 만약 우리 대학원생 사이에서 영어와 스페인어 대결을 한다면 내가 이길 것이다. (스페인어학과 친구가 싸우자고 붙는다면 다시 재빨리 수학 대결로 바꾼다. 다소 비겁하겠지만...) 혹은 발표 능력으로 싸움을 한다고 해도 내가 이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구를 하는 그 자체에서는 살짝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 연구를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하고, 그들의 설득과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생각한다. 어떤 수학자가 4차원 위상수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4차원 위상수학’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발길을 돌릴 것이다. 그러나 나라는 수학자는 한국의 기업뿐만이 아니라 영어권, 스페인어권의 시장까지 내 눈앞에 높여 있는 것이다. 


 어떤가? 이 정도라면 내가 가우스 같은 천재가 아니어도 수학을 해도 되지 않겠는가?



2.     강자와 반대로 생각하라. (다른 모델)

 저자는 나무늘보의 예시로 이 사항을 설명한다. 나무늘보는 매우 느리다. 고작 1분에 20cm을 움직일 만큼 매우 매우 느리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이상하다. 어찌하여 이렇게 느린 나무늘보가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답은 오히려 그 ‘느림’에 있다. 나무늘보의 포식자인 재규어는 시력이 좋지 않아 물체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한다. 그가 물체를 구별하는 방법은 바로 ‘움직임’이다. 나무늘보는 너무 느려서 재규어가 나무늘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그래서 오히려 반대로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바보다. 좋은 논문을 쓸 수 없다.’를 수천 번 되내어 보았다. 바보가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싹싹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선배가 지나가면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먼저 나서서 연구실을 청소하고 매일 환기를 시켰다. 수업이 끝나면 교수님의 칠판을 지워드리며 모르는 것을 질문했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학교에 나와 밤 10시까지 공부하며 자리를 지켰다. 빈 강의실 칠판 앞에서 내가 가르치는 과목의 수업을 연습하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점검했다. 


 그렇게 개강 후 첫 일주일을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10시까지 공부하는 학우들이 많이 없었다. 이렇게 지내면 적어도 졸업할 때쯤에는 ‘뛰어난’ 논문은 아니더라도 ‘봐줄 만한’ 논문은 쓸 수 있지 않을까?



3.     새로운 판을 만들어라. (다른 목표)

 약자가 강자와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오히려 판을 뒤집어 버리는 방법도 존재한다. 강자와는 다른 나만의 가치에 집중한 나만의 목표를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카카오 창립자 김범수 대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김범수 대표는 대학 시절 공부 대신 당구, 바둑, 고스톱 등에 푹 빠져 살았다고 한다. 소위 ‘잡기’라고 불리는 것들에 빠져 살았던 경험은 그가 추후 한게임 회사를 창립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그가 남들과 같이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세속적인 성공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좇다 보니 결과적으로 성공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내가 난제를 푸는 사람이 아닌, 오히려 난제를 만드는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살아온 나만의 경험이 있다. 학창 시절에 KMO, IMO를 겪지 않고 오히려 다른 뚱딴지같은 일을 많이 했기에, 학부 시절에는 토목공학을 전공했기에, 브런치를 운영하며 다른 수학과 대학원생들이 잘 읽지 않는 수많은 고전을 읽었기에,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그 누구보다 ‘특별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e'라는 문자를 보면 복소평면의 e가, 교량 현수선의 방정식 e가, 테일러 급수가, 인터넷에 올라왔던 e리터 생수의 '내 0.7리터는 어디갔지?'라는 밈이, 그리고 영어에서 s로 시작하는 단어가 스페인어에서는 e로 시작한다는 재미있는 사실이(star -> estella, student-> estudiante),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뛰논다. 




내 삶은 내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내 장단에 맞춰, 내가 추고 싶은 춤을 추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나는 어떠한 수학자가 되고 싶은가?


내가 갖고 있는 인문학적인 시각과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학적 난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해결하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수학자, 그것이 바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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