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그래퍼가 꿈이 아니었어요?
*이 글은 한겨레21 제1400호에 실린 <남플리:남들의 플레이리스트> 임승원 편 에 분량상의 이유로 담지 못했던, 하지만 저와 동행한 친구에게 큰 위로를 주었던 대화들을 추가한 인터뷰 글입니다. 다시 한번 임승원과 한겨레21에게 감사합니다!*
느슨해진 한국 유튜브 신에 긴장감을 주는 채널이 등장했다. ‘제 이름은 원이고요. 이곳은 제가 시끄럽게 독백하는 곳! <원의 독백>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양 갱스터(폭력배) 할 것 같은 외모에,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유창하게 말하는 이 남자는 임승원. 1993년생으로 현재 서울 성북구 원룸에 거주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를 인터뷰하고 싶진 않았다. 그의 비디오는 영상 제작자인 내가 꿈꾸던 유머와 세련미와 서정성을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은 인터뷰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가 패션 브랜드 무신사의 오프라인 공간 ‘무신사테라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 주인공이 되어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상점)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기 어린 마음으로 달려가 보니 어린 남성들이 그를 “형” “형” 하며 따르고 있었고, 그가 사는 원룸이 현대미술관의 오브제인 양 고스란히 옮겨져 전시돼 있었다. 한쪽에선 스웨트 셔츠(흔히 ‘맨투맨티’라고 하는)를 팔았는데 가슴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learn to say fuck you to the world everyonce in a while.”(세상 사람들에게 엿 먹으라고 말하는 법을 배우자.)
사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를 패기 넘치는 20대 남성 유튜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올린 영상 ‘날 보러 와요’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여기엔 이런 내레이션이 있다.
(구독자 수가 늘수록) 저는 과대평가받는 기분이에요.
조회수가 떨어지면 걱정돼요.
당신이 저를 잊을까 봐 겁이 나요.
그래서 나는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내가 다시 솔직해져도 나를 그대로 사랑해줄 건가요?
이 남자, 어쩜 이렇게 자신의 취약성을 잘 드러내지? 그 모습이 아름다우면서 보통 ‘관종’이 아니구나 싶었다.
정말 제대로 보셨어요. 저 관종 맞아요.
그리고 이 모든 건 철저한 브랜딩에 입각했습니다.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수업 시간에 배운 걸 자신에게 적용해보기로 했다. 평범한 20대 남자 문과생도 브랜딩이 될까? 본인에게 무기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다 긁어모으기로 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글씨 쓰는 걸 좋아하고, 영어 하는 걸 좋아하고, 겨울에 반바지 입는 걸 좋아하고. 그중 보기 좋은 것만 카메라 앞에 내세웠다. 비주얼에 통일감을 줬고, 독백을 뜻하는 ‘monologue’와 자기 이름 ‘won’을 합쳐 ‘wonologue’ 로고를 만들었고, 영상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첫 스펠링 m이 w로 바뀌는 순간에 ‘띵’ 하는 소리도 넣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띵’ 하는 순간 반응하길 바랐어요. 사실 제가 반응하길 원했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를. 풀어진 상태에서 집중하는 모드로요. 언젠가 이 채널이 유명해진다면, 건너편 방에서 띵 소리가 들릴 때 ‘아, 저 사람도 <원의 독백>을 보고 있구나’, 이렇게 되면 좋겠어서.”
브랜딩의 천재인가? 제발 나도 해달라 애원하고 싶었다. “브랜딩은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거든요. 자기 앞에 표지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 표지가 나의 실제 모습이랑 너무 다르면 그걸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어요.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숨기기보단 잘 포장할 것!”
그를 좋아하게 된 것도 ‘모태솔로의 겨울’이라는 영상 때문이었다. 자기가 그동안 ‘안 팔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멋질 수 없었다. “그 영상엔 제 진심이 담겨서 그랬어요. 저는 결점을 내보이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고칠 의지가 있거나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저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그 점을 개선하고 싶어서였죠. 그게 아니라면 내 단점까지 사랑할 수밖에요. 나는 뚱뚱해. 근데 나는 뚱뚱한 내 모습이 너무 좋아.”
고흐는 말했다. 나는 내 장점과 단점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임승원은 마지막으로 창작에 불을 댕기는 영상 3개를 추천했다.
CASEY NEISTAT — DO WHAT YOU CAN’T
창작의 불씨를 댕기는 성냥
유튜브라는 영화에 트레일러가 있다면.
2X9 — FLY TO THE SKY
짤막한 영화에 담긴 후회와 번뇌와 질투와 상실.
원독도 많은 감정을 담아 남기고 싶다.
nathanfielder — THIN WATERMELON
내가 생각하는 비디오의 최고 장점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수 있다
네, 여기까지는 한겨레21의 임승원 편에 대한 기사입니다. 1800자 분량을 맞추느라 모든 내용을 담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덧붙이는 녹. 취. 록...! 지면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 공개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남플리 시리즈를 함께 쓰는 김주은 님과 함께 갔다.)
김주은 : 이번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승원님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간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다음 행보가 꼭 영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임승원 : 네, 제 꿈은 유튜버가 아니에요. 제가 유튜브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이유, 저작권 있는 음악을 쓰는 이유랑도 맞닿아 있는데, 유튜브는 저라는 브랜드를 담기 위한 도구 중에 하나일 뿐인데 이걸로 돈을 버는 순간 더 큰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린다는 생각을 했어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버린다는 느낌?
정성은 : 황금알 뭐가 있는데요?
김주은, 임승원 : ???
정성은 : 헤헤
임승원 : 궁극적으로는 이 브랜딩을 통해서 뭔가 더 큰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꿈꿔요. 아직은 모르겠지만 결국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커뮤니티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걸 위해서 달려가는 하나의 소통 창구이자 도구, 그게 <원의 독백>이라는 채널인 것 같아요.
김주은 : 완전 방향성이 잡혀 있군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영상 레퍼런스로 많이 언급해요.
임승원 : 네, 근데 그게 조금 아쉽기는 하죠. 사실 영상미는 대체되기 쉬워요. 좋은 카메라 써서 고급 장비로 찍으면 영상미는 금방 대체되는 속성이거든요. 그래서 영상미보다는 다른 요소들을 더 가져오려고 하고 있어요. 임승원이라는 사람이 얘기하고 있는 이야기의 주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원의 독백>의 작업인 것 같아요. 너무 퀄리티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게 조금 어렵죠. 최근 들어서는 또 많이 관심 가져주시니까 조회수 이런 것도 신경 쓰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제한된 시간과 재원 사이에서 가장 쉽게 신경 쓸 수 있는 거는 영상이거든요.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원래의 방향성은 영상미 영어 뭐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정성은 : 그러면 영상이랑 영어를 빼면 본인의 그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임승원 : 평범한 모두가 이런 걸 할 수 있다
정성은 : 평범한 남자인 걸 되게 강조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느끼는 평범한 한국 남성에 비해서는 더 무해한 느낌인데.
임승원 : 허허. 그런가요? 음... 저는 남한테 비치는 저의 모습이 물 같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어요. 어떤 그릇에 담 든 모양이 바뀌면서.
정성은 :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하는 건가요? 아름다운데요? 저도 사람들을 모으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자주 했어요. 하지만 남자 고객을 모으기가 힘들더라고요. 일단 그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물어보면 다들 pc방에 있대요. 하지만 꼭 거기에만 있는 게 아닌데. 그런데 원의 독백 오프라인 스토어에 오니까 팬들이 다 남자야. 그것도 자기 취향이 있는 남자들? 어디서 이런 남성들을 다 데려온 거죠?
임승원 : 되게 신기한 게 (2022년 2월 기준) 제 채널 구독자수가 현재 4만 명인데 그중 92%가 남성이고 8%가 여성이에요. 10대 20대가 80%.
김주은 : 와! 그런데 댓글 창도 참 클린 한 것 같아요. 악플이 없는? 댓글들이 섬세해요. 지켜줘야 될 것 같은 느낌?
임승원 : 감사하죠. 한편으로는 약간 괴롭힐 맛이 없는 느낌인 건가도 싶어요.
김주은 : 승원님 덩치도 있다 보니... 뭔가 올리면 다칠 것 같은 느낌이려나(?)?
임승원 : 제가 꿈꾸는 <원의 독백>의 방향성도 덩치 크고 착한 동네 형? 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어서 그가 하는 얘기라면 한 번쯤 들어보고 싶은 느낌을 주고 싶어요.
정성은 : 결국... 온건하고 멋있는 깡패... 아니에요?
김주은 : ㅋㅋㅋㅋㅋ 힘 숨 찐(힘을 숨기고 있는 찐따) 느낌인가?
임승원 : ㅋㅋㅋㅋㅋ 뚱뚱해도 덩치 있고 멋있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래서 비주얼적으로도 좀 더 덩치를 키우고 싶어서 요즘 운동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정성은 : 아니 모든 게 브랜딩이잖아... 멋있어... 사실 저는 일상을 찍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즐거워 비디오그래퍼를 꿈꿨는데, 막상 영상으로 돈을 버니 어느 순간 재미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떨어져서 힘들었어요. 그러던 차에 선생님 영상을 봤고 너무나 공감했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같은 거요. 그래서 당신의 최종 꿈이 영화감독이나 영상적인 것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게 신기하고, 원래부터 의도하신 건가요?
임승원 : 네. 원래부터 그 너머를 꿈꾼 것 같아요.
정성은 : 그런데 영상을 이렇게 잘 만든다고요?
임승원 : 영상이라는 매체에 매몰되는 순간 자꾸 디테일에 신경을 쓰게 되잖아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걸 저는 경계해요. 왜냐하면 저는 혼자서 움직이기 때문에 자원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 집착하는 순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시간이 없어져요.
정성은 : 대박... 시간이 없어진대 ㅠㅠ
임승원 : 물론 영화 같은 것도 언젠간 해보고 싶죠. 근데 먼 얘기인 것 같아요. 배워본 적도 없고.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쌓아서 기회가 닿는다면 좋겠죠.
김주은 : 그럼 영상이 목적이 아니면 뭐가 또 목적이 있을까요?
정성은 : 정치? 유튜버 출신 정치인 너무 재밌겠다.
임승원 : 정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는 뭔가 일단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목표인 것 같아요.
김주은 :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 무신사 테라스에 잠깐 보니까 구독자들끼리 서로 인스타 팔로우하고, 두세 번 온 친구가 저번에 온 친구 기억하고. 서로 장난치고 이런 풍경들이 있더라고요.
임승원 : 그러니까요. 결국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구축 가능한 공간을 갖는 게 꿈이에요. 거기서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 기회도 찾고, 어떻게 보면 살롱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공간의 주인은 제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창작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그 공간에 모여서 친구들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흩어지고 또 모여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음성으로 만든 공간이 클럽하우스인 것처럼요. 제가 베트남에 갔었는데 거기서 어떤 카페를 갔어요. 인센스 향과 담배 연기로 자욱한 곳이었는데 공간에 정말 다양한 연령대들의 사람들이 모여 어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어떤 사람들은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 과정에서 스스럼없이 옆 테이블 사람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없잖아요.
정성은 : 그렇죠. 헌팅 포차 아니면.
임승원 : 사실 한국에서 핫 플레이스 하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공간이잖아요. 그걸로 끝. 그런데 그 공간에 사람들이 계속 오가면서, 이를테면 그곳에선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반말을 하는 문화가 있다든지.
정성은 : 유토피아를 꿈꾸나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 같아요.
임승원 : 그런 공간을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 되게 막연해서 어디 얘기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원의 독백>이 일기장으로서 기록해 주고 있으니 그걸 발판 삼아서 제 힘을 기르고 궁극적으론 더 큰 자본이 필요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정성은 : 그런데 큰 자본이 들어오면 개인의 색깔이 많이 못 묻어날 수도 있잖아요.
임승원 :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계속 독립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잘 정리가 안 되는데, 결국에는 이런 순수한 걸 응원해 주고 후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넷플릭스가 그런 존재가 되고 있지만 나중엔 새로운 플랫폼이 생길 수도 있겠죠.
김주은 : 자본이라고 하는 게 대기업 자본 이런 게 아니라 나랑 마음이 맞는 사람들의 후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임승원 : 지금 상황이랑 조금 먼 얘기라서 조금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긴 한데 다시 말씀드리면 저는 나라는 사람의 어떤 능력을 믿어주는 누군가가 그게 기업이든 단체든 개인이든, 후원이란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뭔가 응원을 해주면 그거를 발판 삼아서 더 재밌는 거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길 거라고 저는 믿고, 또 그거에 또 보답을 하려고 노력을 할 것 같아요.
정성은 : 근데 궁금한 게 어떻게 이렇게 꿈을 크게 키워요? 저도 재밌는 거 하는 거 좋아하는데 사실 재밌는 거를 하면서 돈을 벌기도 쉽지 않잖아요. 거기에 급급하다 보니 큰 꿈을 꾸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임승원 : 지금 계속해서 먼 미래 얘기를 하게 돼서 어려운데, 평소에 저는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딱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좀 더 집중하는 타입이라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런 것들은 모호하게 그려놓으며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밟아나가는 것 같아요. <원의 독백> 같은 경우도 채널을 키워 유명해져 무신사의 지원을 받아 티셔츠를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팔아야지 하는 그런 계획은 없었어요. 근데 뭔가 한 스텝 한 스텝이 나갈 때마다 기회가 하나씩 왔어요. 하나에 집중해서 끝내면 그다음 문이 열리고. 그런 식으로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정성은 :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근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 구독자 수를 비공개해뒀네요? 초반부터 그런 것 같던데.
임승원 : 맞아요. 저는 숫자로 판단되는 게 싫었어요. 초반에는 ‘구독자 수가 적으니까 별 볼 일 없을 거야’라고 생각할까 봐 싫었고, 지금은 ‘구독자가 늘었지만 이 정도면 볼 만하겠지’ 해서 구독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허수를 없애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제 채널에는 정말 저에게 관심 있는 사람만 남기를. 실제로 그렇게 4만을 만든 것에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껴요. 이번에 팝업스토어 하면서 더 느꼈어요. 불특정 다수를 향해 광고하는 채널이 되기보단 정말 저한테 관심 있고 제가 하는 말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재밌는 거를 해보고 싶어요.
정성은 : 아까부터 계속 재밌는 걸 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승원님에게 재밌는 건 뭐예요?
임승원 : 저는 저의 창작 활동을 사람들이 응원해 주는 게 너무 좋았고, 그걸로 힘을 많이 받다 보니, 이런 경험을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많이 하게 되는 거? 그게 저에겐 재미 같아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제가 만든 걸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그것에 힘을 많이 받았어요. 이걸 평범한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게 영감을 주고 싶어요. 팝업스토어에서 기억에 남았던 건 저를 통해 접어 두었던 창작 욕구를 펼쳤다는 사람들이에요. 평소에 접어두었던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비디오 찍는 걸 시작했다, 노래 만드는 걸 시장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그냥 흥미 있는 대로 가볍게 던지는 것들이 소중한 창작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김주은 : 저도 그랬어요. 이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구나 하는 게 보이니까, 나도 저렇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승원님을 따라 하고 싶어 막 이런 느낌보다도.
임승원 : 사실 저는 콘서트 갈 때 그런 걸 많이 느끼거든요. 저 사람처럼 무대에 서보고 싶다 하며 영감을 받아요. 그거를 제가 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봤을 때 본인들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는 거죠. 그래서 저는 지금 비디오를 하고 있지만 다른 장르로 표현이 되기를 원해요.
정성은 : 와, 저도 1년에 한 번 음악 페스티벌 갈 때가 제가 가장 영감 받고 열심히 살고 싶어 하는 날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스웨트 셔츠 저 샀는데 매진됐더라고요? 인터뷰 끝나면 리셀 해야겠군요... 흐흐. 근데 여기 티셔츠에 문구 넣었잖아요. 무슨 뜻이에요?
임승원 : 아, 이게 원의 독백 에피소드 중 하나에서 얘기했던 건데 솔 르윗(Sol Lewitte)이라는 시인이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한 문구거든요. 너무 공감이 됐어요. 그러니까 세상은 나한테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는 걸 <원의 독백> 하면서 많이 느꼈거든요.
정성은 : 아니,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는데도요?
임승원 : 제가 야심 차게 유튜브 채널 시작한다고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이번에 이런 에피소드 올라갔어 봐줘하면 다들 좋다고 알겠다고 했는데 보면 조회수 2… 그걸 보면서 세상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상관없겠다. 그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싶었어요. 자유로울 수 있을 때 최대한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많이 해 두자고. 그렇게 쌓아두고 기록해나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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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인터뷰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를 살며,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결을 지녔지만, 어떤 면에 있어 집요하게 탁월한 그를 만날 수 있어 행운이다. 잠깐 만나 이야기 나눈다고 뭔가를 배울 수 있진 않지만, 이제 막 뭔가를 해보려는 사람의 숨소리를 옆에서 들은 기분이다. 유튜브라는 이상한 매체 덕에 우리는 인생엔 20대만 있는 게 아니고 늙어도 재밌게 산다는 걸, 세상엔 TV 속에 나오는 화려하고 정상인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란 걸 혁명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더욱 기대된다. 그 세상 속에 우리가 각자 어떤 역할을 할지도 궁금하다. 먼 여정, 지치지 않고 잘 가기를.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