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1117호 독자모델'이지만
<항해자들> 모임 사진이 독자모델 사진으로 채택되어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꽤 감성적으로 답했으나 생각보다 이성적으로 실려 아쉬운 마음에 덧붙이는 원본 인터뷰.
1.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상 만드는 정성은 입니다. 궁극의 씨네필을 꿈꿉니다.
2. 어떤 사진인지 소개해주세요.
영화 <경복> 혹시 보셨나요? '영화가 뭐 이래' 로 시작했다가 '미친 너무 좋아...' 라고 눈물 흘리며 엔딩 크레딧과 마주한 영화인데, 그 영화 속 주인공들이 운영하는 영화 아지트가 있어요. 몇 달 전 오픈한 연남동의 <남국재견>이에요. 영화 모임 사람들과 그 곳에 갔다 찍은 사진이에요. 저 빼고 다들 인형을 들고 있네요? 근처에 인형뽑기 집에서 제가 다 뽑은 거에요.
3. 영화 모임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멤버는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모임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한달에 두 번 함께 영화를 보고 글쓰는 모임입니다. 모임명은 <항해자들> 이구요, 전길중이라는 친구를 주축으로 주변의 씨네필 친구들이 모이게 되었어요. 주최자 친구가 인류학과 생이라, 인류학의 고전, 말리노프스키의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에서 따왔어요. 영화를 제대로 보고 사랑하기 위한 머나먼 항해를 혼자 하는 건 힘드니까 외롭지 않게 같이 파도를 뚫고 헤쳐나가자는 의미래요.
4. 정성일 평론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임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와 함께 말씀해주세요.
제 주변에 영화를 좋아하는 멋진 남자 셋이 있는데 셋 다 정성일 평론가를 좋아하길래, 저도 그 분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모임과 연관지어 말하면, 시네마테크에서 열렸던 "아듀, 낙원" 담화 자리에서, 소심한 친구 전길중이 정성일 평론가에게 용기내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해요.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돌아온 답변이 이러하였습니다. "그건 오직 영화 친구들과의 소통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답변을 들은 지 3년이 지난 후에야 이 모임이 만들어 졌네요.
5. 가장 최근에 모임에서 함께 본 영화나, 이야기한 영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 입니다. 20명 가까이의 어색한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열악한 빔 프로젝트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요. 저는 두번째로 보는 건데 더 좋더라구요. 상영 후엔, 삶을 추동하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6. 영화를 혼자서 감상할 때와, 친구와 함께 영화 얘기를 나눌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추억이 생기는 것, 그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어떤 인연이든 유통기한이 있잖아요. 우리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다만, 몇년이 흘러 그 영화를 떠올렸을 때, 함께 떠올려 질 수 있다는 영광! 너무 큰 욕심일까요? 그래서 더 좋은 영화를 같이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생기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싶어서?
7. 지금은 외국에 계신 것 같습니다. 여행 중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퇴사준비생의 도쿄> 라는 신간 책의 북 트레일러 영상을 찍느라 도쿄에 갔어요. 누구나 한번쯤 퇴사준비생이 되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도쿄의 구석 구석 인사이트 넘치는 가게들을 엿보는 책인데요, 도쿄의 가게들을 돌며 느낀 건, 정말 소수에게 먹힐 법한 걸 극한으로 밀어붙여 다수를 설득한다는 점이었어요. <너의 이름은>을 볼 때도 그런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저도 이거다 싶은게 있으면 한번 끝까지 밀어붙여 보려구요. 한국 상업영화들에게도 너무나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8. 씨네21에서 즐겨 읽는 코너나, 좋아하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송형국 평론가님 아직도 글 쓰시나요? 대학교 4학년 시절, 그 분의 글을 읽고 좋아서 개인적으로 연락드린 적이 있어요. 익명의 푸념이었습니다. 언론고시생인데 너무 글을 못 쓰겠어요 ㅠㅠ 라는 ... 그런데 그 분이 장문의 답을 주셨어요. 그 응원이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몇년 후, 처음으로 글로 돈을 벌게 된 날, 그 분께 연락드렸답니다. 씨네21이 고마운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9. 씨네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의 굉장한 씨네필 친구가 올해 씨네21 영화기자 채용에서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졌어요. (그의 블로그http://anpyung.tistory.com/) 하하. 그래서 아주 쬐금, 원망도 했지만, 결국 그게 제 친구 인생에서 신의 한수가 되길 바랍니다. 씨네21도 지켜볼거에요 !! (라고 썼지만 편집당했다)
10. 마지막으로 영화 모임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영화로 기억되는 시간들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는 씨네필이 되자-아!
P.S. 여러분들 근데 단톡방에 답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