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3일 금요일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인스타는 좀 줄이기로 했다.
너무 순간의 감정으로 업로드 하다 보니, 하트 알람이 끝날 때 즈음엔 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오래 지속되는 마음을 가져보고 싶은데, 그런 걸 근성이라고 하나? 일기를 쓰면 근성이 생길까.
오늘은 실수로 친구를 괴롭혔다.
"난 너가 부러워. 너는 A도 있고 B도 있고 C도 있잖아."
바보.
이게 얼마나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지도 모르고.
상대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의도도 있었다는 게 더 어리석다.
"엄밀히 말하면 나의 A는 이런 상태고 너도 B 했고 이젠 C 할거잖아."
친구는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가 차마 말은 안했지만..."
그러더니 주섬주섬 자신의 '없음'을 꺼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있음'을 밝혀주기 위해.
순간 정신이 확 차려졌다.
이런 말을 들으려 했던 건 아닌데...
내가 친구의 무언가를 착취하며 인정투쟁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미안했다.
이럴 때면 드라마에서 본 일본 사람이 되고 싶다 (?)
마음을 잘라 100개 정도의 서랍에 나눠 넣고
하이! 하이! 하면서 조금씩만 꺼내 단정하게 내 보이는.
카톡으로 진행된 일이라 15분만에 종료되긴 했지만
이젠 이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
징징대는 건 어쩌면
가깝고, 애정어린 관계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건 분명 어떤 라포가 형성된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행위인걸
몇일 전 페북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더 이상 서로에 대한 책임도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책임이라는 단어 안에는 늘 리스크가 공존하기 마련이니까. 서로에게 의존받고 의존하고 싶어하는 끈적한 관계는 사라져간다. 대신 '나도 힘드니까 나한테 징징거리지 마! 대신 나도 안 징징거릴게.'식의 건조한 관계가 늘어간다. 현대인들은 '확인'을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돈을 주고 성(sex)을 사게 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사랑은 이렇게 망해가고 있다. (엄기호 강의 발췌)"
확인을 외주화 한게 인스타그램의 하트 같은 건가?
그래서 내가 허무함을 느끼는 건가?
직접 고용이 필요한 시대다.
오늘 일은 반성하되, 이런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감정노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징징의 레퍼런스를 다양화하는 방법만이 살길이다!
"다음 번에도 징징댄다고 약속해"
"응"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