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후(The day after)'
영화 : 그 후 (The day after)
감독 : 홍상수
출연 : 권해효, 김민희, 김새벽, 조윤희
개봉 : 2017. 7.6
권해효는 업계에서 인정받는 문학평론가이자 나름대로 성공한 출판사 사장이지만, 한편으로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새로운 만남을 갈구하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회사 여직원을 만나기 위해 매일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출근할 정도로 욕망에 충실하고, 때때로 그런 자신이 한심해서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소심하고 겁이 많다.
그는 온갖 수모를 겪으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와서 능청스럽게 과거의 삶을 이어간다.
김민희의 '왜 사세요?' 라는 기습 질문에 '왜 사는지 알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알고 있다고 해도 궤변에 불과하거나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일 것'이라고 얼버무리면서 난처한 상황을 회피하는 사회화된 속물이기도 하다.
만약 그가 '왜 사세요'라는 질문에 척척 답을 할 정도로 자기확신에 찬 사람이라고 하면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이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관이 쉼없이 뒤바뀐다. 인생에서 어떤 순간은 돌봐야 할 대상이나 지속적 관계가 중요할 수 있고, 또 어떨 때는 새로운 만남이나 성적 충동을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상수는 성공한 중년남자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남은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나약하며 변덕스러운 지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사랑과 삶의 이유를 되묻게 한다.
'결혼은 새장과 비슷하다. 밖에 있는 새들은 들어오고 싶어 난리지만, 안에 있는 새들은 나가고 싶어 몸부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