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리게 만드는 일

오늘은 동그랗지 않지만...

by 그사이


오래전에 아이가 언론고시라 부르는 바늘구멍 같은 취업준비를 할 때의 일이다.

매일 각종 신문과 글을 읽고 매일 글을 쓰며 고된 날을 보냈다. 시간이 부족한 아이를 위해 동네를 돌며 신문을 사다 날라주었지만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나 역시 힘들었다.

방송사는 보통 1년에 한 번의 시험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데 세 번째 해가 되는 때였다.

아이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며 딜레마에 빠졌다고 했다. 글쓰기란 것이 정답이 없으니 대부분 초조한 준비생들은 서로 글을 공유하고 점검하는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싸움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스터디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나는 부드럽게 날카로운 말을 해줬다.

"음, 그럴 수 있겠구나. 그런데 뺐은 게 아니고, 충분히 다른 사람도 생각할 수 있는 흔한 글을 쓴 건 아니었을까?"


얼마 전 브런치의 글을 읽다가 "어, 이 제목과 글은 내 것이 아닌가?"

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인간사를 가지고 글을 쓴다. 얼마든지 그저그런 흔함으로 보일수 있기에 어떻게 다른 글을 쓸 수 있는가가 언제나 내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로 드나드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때면 어쩜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글쓰기의 짜릿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비슷한 또는 같은 소재에서 훌륭한 다름을 보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글은 나만 아는 내 것이라는 의심이 머릿속을 맴돈다. 댓글을 남길까 하다가 무엇을 남길건가 하는 생각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며 뭐 싸우자고 할 거냐?"

정확히 Ctrl + C & Ctrl + V 가 아닌데 괜히 말썽만 일으키고 출간도 한 그에게 피래미 같은 나는 분명히 질 테니 가만히 지나치기로 한다. 그런데 글쓰기가 위축되어 자꾸 손이 오그라든다. 일주일에 한 개의 글을 발행하려고 했는데 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안식년을 가지기로 했는데 갑자기 뭔가 불타오르는 감정이 생성되고 있다.

누구처럼 당락을 가려 자리를 빼앗긴 것도 아니고, 그 사람 생각이 나와 똑같을 수도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내 글이 자신의 글을 베꼈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먼저였을 뿐 흔하디 흔한 글을 쓴 거다.

종종 일어나는 창작물의 표절에 대한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어설프게 느껴진다.

절대로 괜찮지 않다.

'엄청난 수의 구독자가 있으니 나 하나쯤 없어져도 모르겠지.'

가만히 있기로 했지만 조용히 오랜 구독을 끊고, 결국 내 브런치 글로 소심한 복수를 한다.


그리고 소중한 다짐을 한다.

흔치 않은 글을 쓰자고..


그래. 움츠릴 일이 아니야.
흔치 않은 글을 쓰면 되는 거야.



이 경험은 동그래진 건지 정을 맞아 날카로워진 건지 잘 모르겠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