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노견과 사는 일은..
등을 돌려 누우면 따뜻한 햇볕으로 몸이 훈훈해질 텐데
왜 나를 향해 누웠을까?
비누가 눈을 뜰 때면 눈이 마주친다. 하지만
눈 속으로 해가 쏟아져 들어가면 무엇이 보일까?
큰 눈을 가는 실처럼 만들고 나를 바라본다.
의자를 비스듬히 돌리고 몸을 비틀어 작은 네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그러면 뿌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제 내가 보이는 것일까?
나를 찾은 비누가 안심했는지 잠이 든다.
겨울 해는 금세 넘어가고 비누의 방에 그늘이 만들어진다.
편히 몸을 편걸 보니 다행이다.
그때 말이야. 쨍한 여름 산책길.
너는 1시간을 씩씩하게 걸었지.
함께 서있던 그늘 하나 없던 횡단보도.
작은 너에게 널찍한 그늘을 만들어 주던 그때.
넉넉한 내 몸의 쓸모가 참 기쁘고 감사했지.
그립다.
갑자기 빠르게 흘렀어. 시간이.
언젠가 이 시간도 그리워지겠지.
나를 바라보며 누운 너
그늘을 만들어 주던 나
오늘도 우리의 따뜻한 그때가 생겼으니 좋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것은
이유도 해답도 모르는 답답함을 참는 일.
오늘 빨래한 카펫을 더럽혀 다시 빨래를 하는 일.
강아지가 늙었다는 것은
아기가 어느날 노인이 된 일.
이별이 멀지 않음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일.
(내 마음이 이런걸 네가 모르면 좋겠다.)
그럼, 강아지가 산다는 것은
아무런 바람 없이 한 곳만 바라보며 사랑을 하는 일.
우리가 반려견과 산다는 것은
가족이 생기고 가족을 잃는 일.
꽁꽁 언 강물이 서서히 녹아 흐르는 일.
모난 곳이 동그랗게 되는 일.
비누야, 고맙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