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인류사
그리고 상상의 힘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다.
“책이 벽돌 책인데 어떻게 읽으려고 하느냐?”
“헉! 그러면...”
나도 은근히 부담이 되어 가벼운 책으로 선정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다른 회원이 말했다.
“집에 있는데 읽지 못했다. 이 기회에 도전해 보고 싶다.”
회원들의 투표가 이루어졌고, 이 책이 9월 독서모임 도서로 선정되었다.
650여 쪽에 이르는 이 책을 받아 든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떻게 읽어야 하나 걱정부터 앞섰다. “두꺼운 책을 읽고 나면 뿌듯한 자신감이 생긴다.”는 독서모임 회원 중 한 분의 메시지를 응원 삼아서 도전하기로 했다. 읽어 내야야 하는 책이니 ‘그래 벽돌 책 이번에 나도 깨 보자!’라고 마음먹었다.
제4부부터 읽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분량이었으며 근대라 접근하기가 쉬울 것 같았다. 다행히 근대 과학이 무지를 인정하면서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글의 흐름을 타느라 처음엔 더뎠으나 집중하기 시작하니 속도가 났다. 4부를 다 읽고 나니 처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인류사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주요 권력투쟁을 중심으로 연대별로 이루어진 기존의 역사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작가는 인류 역사를 인지 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이다. 인류사를 이렇게 4부로 나눈다는 것이 완전 새롭다.
제1부 인지 혁명이다.
인류는 여러 종 중에서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인류는 다른 종과 속을 공격하여 대량 학살 함으로써 살아남았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대륙을 이동할 때마다 거대 동물과 다른 종을 살상했던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또 인류에게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에 의한 인지 혁명으로 인류가 지구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언어를 사용하고 허구를 말할 수 있고,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동물과 차별화되는 뒷담화, 소문, 이야기 등은 허구를 믿는 것으로 출발하여 전설, 신화, 신, 종교 등 상상의 능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불과 도구를 이용하고 언어를 사용하여 인류가 발전했다는 점은 학창 시절 학습된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다. 그러나 인간의 공격성과 상상력이 인류 진화 발달에 중요한 요인이라니 살짝 충격을 먹었다.
제2부는 농업 혁명이다.
수렵채집에서 농업으로 정착 생활을 하면서 외견상 집단의 힘을 키우고 외형상 성공하였다. 그러나 개개인의 노력을 배가해야 했고 노예 같은 노동을 해야 했다.
작가는 ‘밀이 인간이 길들였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할 정도로 농업혁명에 대해 부정적인 것 같다. 농업혁명으로 생산성이 증대되었으나 노예가 생기고 서열로 구분되는 위계질서가 생겼으며 압제와 착취 사회가 발달했다고 한다. 농업혁명으로 질병과 영양 불균형이 생겼으며, 동물을 가축화하면서 동물의 생활방식과 욕망을 짓밟았다고 했다. 인간은 수렵채집 생활보다 농업혁명으로 더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농업혁명과 정착생활로 인류문명이 발달했다고 좋은 것으로 학습 한 나로서는 인류의 불행의 씨앗은 농업혁명이었다는 작가의 주장에 머리를 세계 얻어맞은 것 같았다.
제3부는 인류 통합의 시대다.
인류가 통합된 세계로 가는 기초가 되었던 것은 보편적 질서를 이루면서 가능했다. 보편적 질서는 화폐와 제국, 보편적 종교이다. 상상의 산물인 이 세 가지 보편적 질서는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다.
돈은 물질적 실체가 아니라 심리적 피조물이지만 자신들의 집단적 상상을 믿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돈을 믿는 것은 네가 돈을 믿기 때문이고, 너는 내가 돈을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류가 제국을 이루면서 인류문화가 발전했다고 주장하며 제국의 모든 유산을 거부하는 것은 인류문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식민지 민족의 반발과 학살과 피해가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제국을 받아들이고 제국화 되면서 발전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비판적 시각을 많이 가진 부분이다. 만일 일본에 많은 사람들이 혹은 제국주의를 믿는 사람들이 이런 유발하라리의 주장을 왜곡한다면 큰일이다. 일본이 식민지 피해자와 나라에 제대로 된 사죄나 보상을 하지 않는 이유가 이런 주장 때문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러워졌다.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주장한다. 다신교에서 일신교로 바뀌면서 많은 학살이 이루어졌던 종교 역사를 비판한다. 작가는 종교를 통해 인간과 신으로 구분하였으며 동물을 엑스트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종교인에게 논란이 많을 듯한 주장들이다.
제4부 과학혁명은 근대 초기 유럽은 어떤 잠재력을 개발했기에 근대 후반 세계를 지배했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과학은 무지를 인정하면서 탐험을 시작했고, 과학 문명이 발전했다고 한다. 현대 과학은 자본주의의 결합으로 더 진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4부에서는 행복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현재와 미래 역사인 기술혁명의 시대에 생명공학, 사이보그, 비유기적 생명체 등 인류 욕망과 연결된 인류의 불멸을 향한 프로젝트에 대한 염려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책 내용은 논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많은 질문과 의문 혹은 비판적인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인류사에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반드시 비판적 독서가 필요하다.
인류는 당연히 만물의 영장이고, 농업과 정착 생활은 인류 문화사의 꽃이며 기술과 과학문명의 발전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에 경종을 울렸다. 거대 동물들이 멸종되고 자유롭던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서 심한 불균형과 자유를 박탈당하며 살고 있는 점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끊임없는 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 인류의 행복과 지구의 역사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작가는 역사연구의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역사는 자연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더 많은 가능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문에는 책을 쓴 이유가 잘 나와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해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또한 이 같은 이해 덕분에 생명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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