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 봐요

이 책 어때, 서평

by 하민영

잘 못하면 다시 하면 되고, 더 연습하면 된다.


과학고, 카이스트 졸업, IT 전문 변호사를 꿈꾸며 연세대학교 로스쿨 합격, 2012년 간단한 시술 도중 발생한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장애인인권센터 변호사를 거쳐 2020년 지방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다.

작가의 프로필만 보면 화려하다 못해 버라이어티 하다.

작가가 이룬 성과보다 고통과 아픔에 더 마음이 머무른다. 과학고 수재가 카이스트에서는 낙재생이었다. 진로를 변경해서 IT 전문 변호사를 꿈꾸었으나 시력을 잃었다. 시력을 잃었을 때 부정하고 절망했으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새로운 길을 간다.


보통의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삶을 포기하거나 부정하며 나락의 길을 걷게 된다. 작가에게도 삶을 포기하고 싶을만큼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지만, 절망을 극복하고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고도 소소한 성취감을 쌓으며 괜찮은 삶을 산다. 신체적 건강은 잃었지만 자아존중감과 자아효능감, 삶의 의지 등 마음만큼은 무너지지 않았다.


과거에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던 일을 하나하나 배워야 하는 자신의 현실에 화도 나고 절망할 법도 한데 의료사고를 낸 의사를 원망하지도 않고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에 좌절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날마다 미션을 끝내고 집에 갈 때면 두려움이 하나씩 성취감으로 바뀌어 간다.


예전이라면 전혀 어렵지 않을 일을 어린아이처럼 새롭게 배워야 한다.

혼자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니고 산책하는 법을 배운다. 베이글을 구워서 크림치즈를 바른 후에 물을 끓이고 프렌치프레스에 커피를 내린다. 바느질을 하고 사과를 깎는 법을 배운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탄다. 에스컬레이터도 타고 회전문도 지난다. 무의식적으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배워야 한다. 어린아이가 글자를 배우듯 점자도 배운다. 보행훈련을 받고 일상생활 훈련을 받아야 가능한 일들이다.

처음에는 안 될 것 같지만 해보면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하나하나 배우는 과정에서 예전처럼 잘할 수는 없지만 소소한 것들을 성공하며 자신감이 쌓였다고 했다.


“도전하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된다. 잘 못하면 다시 하면 되고, 더 연습하면 된다. 무엇보다 예전에 할 수 있던 것들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했다.”


마라톤에 도전하고 복학하여 공부도 시작한다. 장애인을 도와주는 봉사자와 친구들 덕분에 쉽지 않은 로스쿨 공부를 해낸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교재가 따로 없어서 봉사자들의 도움을 얻어 수업 내용을 워드로 옮겨서 음성인식으로 들으면서 공부한다. 눈을 감고 공부할 때는 쏟아지는 잠과 싸워야 한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라. 도전을 하고 노력해 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늦지 않다.”




같은 상황이라도 현실을 어떻게 인지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과거에 머물러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연연한다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가 남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고, 길을 잘못 들었으면 돌아가면 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조금 방황하고 돌아가더라도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친구들의 필기 자료를 전달받거나 밥을 같이 먹으러 가주는 등의 도움이 없다면 작가가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도움을 준 교수나 선배 판사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을 성과인 듯하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장애인의 사회적 활동의 어려움과 피해사례들을 읽을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 혹은 동정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한 사람으로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제도의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장애인을 상대로 사기 치거나 학대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사는 어딘가 불편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한 인간일 뿐이다.”라며 작가는 장애인을 한 인간으로서 바라봐 줄 것을 희망한다.


에세이를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으나 작가의 삶만큼은 울림이 크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에 감사하며,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뭐든해봐요_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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