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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Nov 13. 2022

나의 데미안

이 책 어때, 서평


오늘은 데미안이다.

고전 중에 고전이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데미안은 어렵지만 감동이 있다. 재밌다.


배경지식으로 알으면 좋을 것들이 많다. 성경, 음악, 융 심리학 등등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르고 읽어도 괜찮다.

문학작품 그대로 빠져들어도 좋다.




첫 번째, 나와 데미안

고등학교 열대여섯 살 때 배경지식은 전무했고, 모두 다 책 내용을 이해한 것도 아니었지만 감동을 받았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십 대의 소녀는 단지 이 세문장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세상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포기를 모르고 힘차게 살았다.


그 이후 쭉 내 인생 책을 물으면 '데미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힘들 때마다 계속 데미안을 읽은 것은 아니다.

아들이 사춘기를 겪을 때 책을 권하면서 한 번 더 읽었고, 이번 독서모임을 위해서 다시 읽었다.


책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내가 십 대 때 뭘 알고 감동을 받았지? 제대로 이해한 거 맞아?


지금도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데미안은 감동적이다.


#독서모임 128책친구에서  @백소잉, @해피영 @문작가 @마치아 @행복숲 @슈퍼하니 @정아북수다 @세리 @단순한진심 @미두리 @하민영이 함께 했다. @마치아님의 발제와 진행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마치아님은 유령처럼 있다가 독서모임에 처음 참여했지만, 차분한 목소리와 여유 있는 진행은 연륜을 느끼게 한다.


회원들은 자신의 어둠의 세계에 있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현재의 자신이 깨야 하는 알은 무엇인지 자신이 하는 투쟁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으며, 종교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둘째, 독서모임과 데미안

독서모임을 통해서 데미안을 깊게 읽는다.


첫 번째 토론 주제는 어렸을 때 우리가 느꼈던 안락한 가정과 반대로 대비되는 세계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어둔 세계는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의 집-선의세계, 아버지의 집 - 하녀 직공 어둠의 세계가 공존한다)

책친구 들도 유년시절 크로머의 세계가 있었다. 만화방에 들락거리고, 엄마의 돈을 훔치고(@해피영님의 이야기는 놀람 그 자체), 부모들이 하지 말라는 짓을 퍽도 했다. 우리의 자녀들도 역시 우리의 어린 시절과 같이  물건을 훔치거나 친구와 싸우는 등 어둠의 세계를 갖고 있다.  잠깐이나마 부모로서 어둔 세계를 지나는 자녀들도 생각해본다.


나의 크로머의 세계는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지난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유년시절에는 100원짜리 노트 산다고 했으면서 70원짜리 노트 사고 30원은 군것질을 했다. 시렁에 얹어놓은 팥떡을 동네 친구 모두를 데리고 와서 다 먹고 엄마에게 혼났다. 초등 5학년 때는 선생님을 때리고 싶은 사람은 나오라고 해서 교단 앞으로 나갔고 바로 후회했다. 몇몇이 선생님을 때렸다.

중학교 때는 친구가 숙제 노트 빌려달라고 했는데 안 빌려줬다. 곰국을 곰을 끓인 국이라고 알려주어 친구가 놀림받게 했다.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 별명을 붙이고, 선생님 별명으로 가사를 개사해서 노래를 만들어 선생님을 놀리기도 했다. 하이틴 로맨스는 책상 밑에 숨기고 읽었다.

대학교 때는 민주화의 바람에 학생운동과 데모에 앞장서며 사회의 부조리, 어른의 세계에 투쟁했다.


지금은 어둠의 세계는 완전히 벗어났냐고? 데미안의 길에 이르렀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여전히 자기 자신의 길에 이르는 과정이고, 어둠과 밝은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하며 내 길을 찾는 여행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 토론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데미안을 어떻게 읽는지 궁금해서 물었는데, 종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종교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독서토론의 묘미는 샛길로 새는 것이다. 책과 관련된 것만 토론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구불구불 샛길로 갔다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독서모임 재미다. 삶과 마찬가지다.


세 번째 토론은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여러분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어떤 투쟁을 하고 있나요? 앞의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길게 토론하지 못했다.


싱클레어는 마지막에는 데미안과 닮았다는데..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으로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독서모임 회원들은 죽을 때까지 자기에 이르는 길을 찾아 갈 거라고 했다.

어떤 이는 그것이 책임이라고도 했고, 독립이라고도 했고, 성장이라고도 했다.

나는 자기에 이르는 길을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의 길에 이르면 또 다른 길로 떠나는 여행이 인생인 것 같다. 완전히 자신에 이르는 길도 완전한 운명 같은 길을 찾을 수도 없는 인생. 우리는 새로운 여행을 찾아서 쉼 없이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이 만만치 않다. 의심하고 질문하며 내자신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편안하고 안락한 다른 사람의 길을 따라갈 것인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셋째, 다시 나와 데미안


책을 읽기 전후에 데미안을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서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다. 데미안은 워낙 고전이라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의 데미안 후기 블로그를 읽는다. 설민석의 해석과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정여울 작가의 강의도 듣는다. 민음사의 해석도 본다.

바흐의 마태수난곡과 북스테후데 오르간 연주 파스칼리아(헨델의 음악)를 듣는다.

128책친구 @미두리님 덕에 데미안을 모티브로 했다는 BTS의 피땀눈물 영상을 감상한다. 이 영상은 6년 전 영상으로 9억 뷰가 넘는다. BTS는 데미안 책 판매에 일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성경내용과 융 심리학을 찾아본다. 성서도 나중에 더 읽어봐야겠다. 융 심리학을 읽으니 데미안의 철학적 심리적 바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헤르만 헤세는 어떤 사람이었지?

어떤 삶을 산거야. 헤르만 헤세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데미안의 사상적 바탕은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또 다른 헤세를 찾아 여행을 떠나야겠다.


책 내용을 정리했다. 정리하고 이해되지 않았던 '야곱의 싸움'부분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으니 조금 이해되었다.

데미안을 해마다 혹은 힘들 때마다 읽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데미안을 다섯 번 하는 북클럽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데미안은 깊이 있는 책이다.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지만 인간의 성장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나도 다시 읽기로 했다. 다시 한번 데미안에 빠져보기로 했다. 시간을 내어 데미안을 모티브로 한 전시회도 찾아갈 예정이다.

이후 데미안은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올지 기대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라는 문장까지 보태어 다시 데미안에 빠진다.




데미안이 남긴 마지막 문장을 마음에 남기며,

앞으로의 삶도 내 자신 안으로 귀를 기울이며,

내 안의 나를 찾아가련다.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 기울여야 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듣겠니? 그리고 또 뭔가 있어! 에바 부인이 말했어. 네가 언젠가 잘 지내지 못하면 날더러 네게 당신의 키스를 해달라고. 나에게 함께 해준 키스를....... 눈을 감아. 싱클레어!"




#데미안_헤르만헤세

#128책친구_독서모임

#서평_마흔한번째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단_하민영

#엄마와딸함께읽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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