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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Oct 15. 2022

자전거 도둑

읽었으면 써라, 이 책 어때

어른이 읽어야 할 동화


박완서 작가의 단편 동화 6편이 실려 있다. 교과서에 실려서 유명한 책이고, 독서지도사의 초등학교 4학년 필독서라고도 하고, 판사님이 소년범에게 추천했다고도 하는 책이다.      


<자전거 도둑> 워낙 유명해서 읽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도덕성이란 무엇이며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 상가 뒷길의 전기용품 도매상의 꼬마 점원이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자동차를 우그러뜨렸고, 손해배상으로 오천 원을 내야 했다. 수남이는 저당 잡힌 자전거를 들고 도망을 갔고, 졸지에 자전거 도둑이 되었다. 도둑질을 부채질하는 사람들, 도둑질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통쾌하다고 말하는 주인 영감님, 도둑질에서 죄책감이 아니라 쾌감을 느끼는 자신을 보면서 주인공 수남이는 갈등하게 된다.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도시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닭을 키우고 달걀을 팔아서 여비를 마련하도록 한다. 도시 여행에서 상처받은 아이. 도시 문명을 모르는 것이 무식할까. 토끼풀 하고 괭이밥 하고 헷갈리는 것이 무식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무식하다고 놀리는 도시 아이들에게 되갚아 주는 방법이 기발하다.


<시인의 꿈> 얼음판처럼 매끄럽고, 티끌 하나 없이 정갈한 아파트 광장에 자동차 모양의 낡은 집에 사는 시인 할아버지가 있다. 도시는 시를 잃어버렸다. 몸이 잘 사는 법과 마음이 잘 사는 법은 따로 있다. 소년은 할아버지를 만나 ‘마음이 잘살게 되는 법’을 알게 된다.


<옥상의 민들레꽃> 살기 편하고 시설이 고급이고 환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궁전아파트에서 할머니 두 분이 목숨을 끊었다. 어른들은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쇠창살을 달자는 의견과 자물쇠를 걸자는 의견을 내지만 좋은 의견은 아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아파트 옥상에 민들레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이만이 안다.


<할머니는 우리 편> 엄마는 더 좋은 아파트 더 큰 아파트 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여러 번의 이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다시 학군이 좋다는 집으로 이사하려는 엄마와 아빠에게 할머니는 그 좋은 학교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임금님>은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임금님은 사시장철 춥지도 덥지도 않게 날씨가 좋고 기름진 고장에 작고 아름다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이 나라 헌법은 이 조 두 줄로 되어 있다. ‘이 나라의 백성들은 고루 행복할 권리가 있다. 단, 임금님보다는 덜 행복할 의무가 있다.’ 임금님은 자기 백성이 자기보다 행복할까 봐 미행을 나선다. 미행 중 작은 마을의 촌장이 자기보다 행복한 것을 보고 그의 권력과 재산, 가족과 자유를 빼앗고 목숨까지 빼앗으려고 한다. 임금은 촌장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촌장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읽히려고 구입했던 책인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읽는 <자전거 도둑> 이런 내용이었어?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엄마가 샀단 말이야? 책 내용을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어른들이 읽어야 하는 동화다.


도둑질에 대한 죄책감마저 상실한 부도덕한 사회, 도시의 삶은 유식하고 시골의 삶은 무식하다고 놀리는 아이, 물질적 풍요만을 좇아서 시와 자연 그리고 마음을 잃어버린 아파트의 삶, 좋은 학군이란 돈 잘 벌고 학력 높은 부모가 많은 곳에서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모여 사는 곳, 행복이란 물질적 풍요라는 생각이 가득한 우리 사회에 작은 울림이라도 필요하다.


천천히 읽으면서 물질문명 사회로 변화한 도시의 모습, 잊고 살았던 자연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소중함, 몸이 아니라 마음을 잘 살게 하는 법, 삶의 가치와 행복한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 찾아보면 좋겠다. 현재 삶의 가치와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촌장의 모습에서 찾아보면 좋겠다.    


사약을 받은 촌장의 모습은 질투 가득한 임금님으로서는 빼앗을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촌장은 임금님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잠시 잠깐 슬픔을 느꼈지만, 곧 평온해졌다. 이 세상을 온통 껴안을 수 있을 만큼 인자하고 너그러운 얼굴을 했으며 티끌 하나 없는 것처럼 순수하고 평온했다. 그건 불행한 얼굴도 행복한 얼굴도 아니었다. 다만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자전거도둑_박완서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하민영

#엄마와딸함께읽기좋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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