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밥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다
심장과 대동맥 수술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쓴 책이다. <외과의사 봉달희> <흉부외과> <슬기로운 의사생활 I>등의 의학 드라마에 참여했다.
제목이 특이했다. ‘미음의 마음’이 뭐지?
책의 부재로 병원의 밥이라고 되어 있다. 아하! 병원의 밥 이야기인가? 몇 꼭지를 읽었는데 정말 병원의 밥 이야기가 나온다. 특이했다. 의사가 의료지식이나 환자 이야기가 아니라 밥 이야기를 하다니 너무 의외였다.
프롤로그에는 병원의 하루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침밥’을 위해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자고 있는 새벽에 병원 지하 식당에 밥 짓는 소리가 들려온다. ‘병원의 밥’을 먹고 각자의 하루를 위해 흩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책에는 의사의 병원 밥 이야기와 환자의 병원 밥 이야기가 나온다.
늦은 심장 수술로 삼각김밥으로 겨우 한 끼를 먹은 이야기, 늦은 밤 응급수술을 위해서 잠을 깨워야 하는 의사가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버텨야 하는 사연, 짬 나는 시간에 우아하게 크로크무슈를 먹으려 했는데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은 의사의 이야기, “형, 나 스무 살까지 버티면 안 죽겠죠?”라고 묻던 아이와 얽힌 새우깡 이야기. 처음이자 마지막 환자와 육개장을 먹은 사연 등등 병원에서 작가가 겪었던 음식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고작 열여섯 살 환자를 떠나보낸 전공의였던 작가가 끈적거리는 밀크커피를 먹지 않게 된 사연도 소개되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신드롬’이 있어서 짜장면만 먹으며 쓰러져 자던 작가가 과거의 증상을 극복한 이야기에서는 ‘아 이런 증상도 있구나.’ 처음 알았다.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는 전공의의 일상은 짠하게 다가온다.
환자의 밥 이야기는 언제나 맛이 없는 환자식, 일명 콧줄이라고 부른 레빈 튜브 삽입 실습을 했던 학창 시절, 장루로 밥 먹는 특별한 환자식 등 환자 밥 이야기다. 떡볶이에 붕산을 넣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하여 미음을 먹었던 작가 이야기가 재미있다. 환자들이 싫어하는 미음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미음은 건강한 미래를 향한 작은 시작이다. 미음의 마음은 환자들의 미래를 지켜주는 작은 용기다"
장루로 복부에 구멍을 뚫어 직접 위로 유동식을 넣어주는 환자의 이야기는 먹는 것이 전쟁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폐암 수술 후 금식하라고 했는데 할머니 보호자가 할아버지 환자에게 몰래 호박죽을 먹여 발생했던 응급상황은 내가 병원에서 일할 때 몰래 보호자들이 음식을 먹여서 검사나 수술이 지연되었던 때를 떠올리게도 했다.
밥 이야기를 이렇게 따뜻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작가의 시선이 너무 아름답다.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진료할 것 같다.
책이 얇아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뒤늦게 찾아보니 브런치에도 업로드되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잔잔한 감동과 때로는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도 모자라 밤새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병원 의사들(전공의)의 고단한 생활도 엿볼 수 있다.
"일상의 음식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가는 실마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밥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밥은 하늘이다'라는 우리 조상의 말씀이 떠오른다.
#미음의마음_정의석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하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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