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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과 여유, 한 끗 차이

게으름과 여유의 차이

by 하민영

11월 초 갑자기 불어닥친 추위에 몸이 얼어붙었다.


너무 추워서 꼼짝하기 싫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다.

추위를 핑계로 밖에 나다니지 않았다.

이불속에 몸을 꽁꽁 싸매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마음도 움직이기 싫어졌다.

조금만 여유를 부리기로 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합당한 이유를 댔다.


새벽기상 시간부터 여유를 주었다.

10분 늦게 일어나도 돼.

나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


10분이 30분이 되고, 30분이 1시간이 되었다.

하루 이틀 점점 늦게 일어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전에는 3시 반에도 일어났고 4시 반이면 일어났었는데,

5시에서 5시 반, 6시에서 6시 반으로 아침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았어.

잠시 쉬어가자.


겨우 출근 시간을 앞두고 일어나니 아침 미션을 수행하지 못할 때도 많아졌다.

그래도 여유를 부렸다.

한두 번 못 할 때도 있지.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한번 나에게 주기 시작한 여유는 이제 핑계가 되었다.

그럴 수 있어.

가다 쉬다, 쉬다 가도 괜찮아.

그래도 되잖아.

나와의 약속은 게을리하고 있지만, 꼭 해야 할 일은 하고 있잖아.


게으름의 시간을 여유로 포장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런데 시간이 길어지니 죄책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야.

브런치 일주일에 2개 업로드 해야지.

아침에 일기도 안 썼네.

운동도 귀찮아서 안 가면 어쩌라고.

더 추워지기 전에 후원에도 한번 더 가야지.

한자필사, 시필사는 언제 할 건데?


하지 않은 일들이 많아지니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여유였고, 그저 잠시 불어오는 게으름이었는데...

해야 할 일들이 쌓여가니 죄책감이 되었다.

자자. 죄책감 훠이 훠이.

이렇게 살 때도 있는 거지.

지금은 내 몸이 내 마음이 이걸 필요로 하는 거야.


게으름과 여유의 차이는 한 끗 차이.

내가 게으름을 부린다고 여기면 게으름인 거고

내가 여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여유인 것이다.

지금은 여유를 부려도 되는 시간.

나에게 여유가 필요한 때.


그래도 이건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니야?

라라크루 글쓰기 업로드 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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