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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Jan 09. 2024

바르셀로나에 입성하다

스페인 여행 1일 차 몬주익언덕/몬주익올림픽경기장/람블라스거리

장장 16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바르셀로나에 입성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이스탄불에서 환승,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 현지 시각 오전 10시 30분경(한국 *시차 8시간).



비행기 이륙과 착륙할 때 기압 차로 좌측 귀통증으로 조금 고생했고, 다리는 퉁퉁 부었으며, 좁은 비행기 좌석에 오랫동안 꼼짝없이 갇혀 있는 것이 여간 고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디어 스페인에 도착했다는 기쁨, 여행 시작이라는 설렘은 장시간 비행의 고단함을 날렸다.    

  

바르셀로나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영상 13도 늦가을 날씨. 한낮으로 갈수록 기온이 더 올라 18도까지 되었다. 티셔츠에 스웨터만 걸쳐도 될 정도였다. 밤이 되니 7~8도로 내려가서 조금 쌀쌀했지만, 약간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바람을 막기 위해 스카프를 두르니 춥지 않았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함께 여행할 여행객은 가이드 포함해서 30명이었다. 두 명에서 여섯 명 정도로 대부분 가족 동반이었고, 혼자 온 사람도 있었다. 패키지여행은 여러 명이 함께 다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간 약속을 잘 지켜야 하며, 인솔자의 안내에 잘 따라야 한다.


공항에서 내려서 버스로 갈아탈 때 일행 중 한 분이 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짐차에 캐리어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현지인 3명이 엘리베이터를 안내하겠다며 에워싸더란다. 소매치기하려는 눈치가 보여 빠르게 대처해서 불상사는 없었단다. 여행을 막 시작하려는 찰나 식겁했다. 경각심. 자나 깨나 조심하자. 소매치기! 가이드님은 버스에서 내리기만 하면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말했다.


우리 여행 가이드님은 인솔과 가이드를 도맡아 한 능력자다. 불어를 전공했고,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스페인이 방영된 후 한국인의 스페인 관광객이 늘었단다. 프랑스에서 가이드를 하다가 스페인 현지 가이드를 하게 되었단다. 현지 가이드만 십 년 넘은 최고의 베테랑이다. 패키지여행은 가이드를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시차 적응의 여유 없이 바로 관광이다.

관광버스에 캐리어를 옮겨 싣고, 여권과 유로를 넣은 밸트백을 허리에 착용했다. 지갑과 화장품, 안경 등은 크로스백에 챙겼다. 남편은 물, 우산, 장갑, 잡동사니를 넣을 백팩을 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바르셀로나 첫 관광은 몬주익 언덕과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이었다.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가이드님은 썰을 풀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하면 떠오르는 우리나라 인물 황영조 선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는 우리나라 최초로(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는 일장기를 달았다) 금메달을 땄으니 우리나라 영웅이다.

몬주익 언덕을 오를 때 마지막 일본과 맞붙었다. 언덕길만 오르면 곧 결승점인데 그 언덕길을 살짝 돌 때쯤 일본을 앞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단다. 한국과 일본과 맞붙는 경기는 무조건 한국이 이겨야 한다는 불굴의 의지.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 앞 도로변에 1992년 바르셀로나 마라톤 금메달 리스트 황영조 선수의 기념비가 있다. 바르셀로나와 경기도가 협약을 맺어 만든 기념비다. 마라톤이 열릴 당시 바르셀로나 날씨는 최악의 무더위와 최악의 난코스 조합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감격스러웠으면 기념비를 세웠을까. 사실 이런 기념비는 예전이라면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겠지만 우리나라 국격이 많이 올라간 요즘은 예전만큼은 감동은 줄어든 것 같다. 어쨌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마라톤 황영조 선수다.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 문이 열려서 다행히 사진을 찍었다. 스포츠에 관심이 적어서인지 올림픽 경기장에 대한 감흥은 별로 없었으나 푸른 잔디가 깔린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잘 나왔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찰칵찰칵. 황영조 선수가 여기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생각하니 남다르게 여겨진다.                

몬주익 언덕/ 황영조선수 기념비
경기도지사와 바르셀로나 시장 협약비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 입구/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 이곳에서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걸었다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을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람블라스 거리로 이동했다.

람블라스 거리는 바르셀로나 북쪽 카탈루냐 광장에서 남쪽 항구의 포르탈 데 라우 파우 광장까지 1km에 이르는 거리다. 도로변에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빽빽하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가로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운데 인도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노점상으로 꽃과 액세서리, 음식 등을 팔기도 했다.

람블라스 거리를 중심으로 중세풍 건축물과 미술관, 박물관, 시우타데야 공연이 몰려 있고, 잡화점과 카페, 거리 예술가들이 많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이브인 당일은 예술가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오가는 사람들은 많았다. 람블라스 거리를 가려면 예전에는 마약상이 오고 가는 우범지역(지금도 우범지역으로 보임)을 지나야 했다. 바쁘게 이동하면서 바르셀로나 도시를 만났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하다. 분위기는 겨울이라 그런지 차분하게 느껴졌다.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로 크리스마스를 많이 즐기는 편인데, 주로 가족과 보낸다고 한다.


30여 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거리의 풍경을 즐기고 싶었지만 바르셀로나에 왔으니 아들에게 줄 선물 축구 유니폼을 구매하러 매장을 방문했다.      

스페인 하면 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2023년 FIFA 랭킹 8위, 예전엔 1~2위를 달렸다. 스페인 축구에서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는 정치적 앙숙에서 시작하여 축구에서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관계다.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으면 안 되고, 마드리드에서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싸움이 난다나 어쩐다나. 그런데 몇 년 전에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 각각 다른 팀 매장이 생겼단다. 서로의 관계가 조금은 우호적으로 변했나 보다.


유니폼은 아들이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바르셀로나 두 개를 알려주면서 레알 마드리드 팀 것이 더 갖고 싶다고 했다. 레알 마드리드 것으로 픽업. 일행 중 모녀가 있었는데 딸(20대 젊은 아가씨)이 레알 마드리드 축구팬이란다. 아가씨도 소장용 유니폼을 구입한다고 하여 가이드님의 안내에 따라 우리 부부와 함께 매장으로 갔다. 아가씨 덕분에 유니폼 색상을 선택하고 견장과 선수 이름을 각인했다. 135유로 와~ 비싸다.


유럽에서 90유로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때는 여권을 보여주어야 한다. 100유로 이상 구매했다면 면세도 가능하니 면세(Tax Free) 신청을 하자. 면세를 신청하면 공항에서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나중에 카드로 돌려받을 수 있다.


스페인어는 올라(안녕하세요), 그라시아스(고맙습니다)만 할 줄 알았다. 현지 언어를 모르고, 짧은 영어로도 물품을 구매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만국의 공통언어 손짓, 표정, 몸짓. 아! 나도 영어 잘하고 싶다.   

람브라스 거리로 가는 길/ 바르셀로나 도시를 만나다
람블라스 거리/ 노점 잠화와 음식을 판매한다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 구매 완료 135유로


람블라스 거리에서 가우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가우디 후원자) 저택과 레알 광장에 있는 가로등이다. 구엘 저택은 철을 자유자재로 다룬 솜씨가 독특하다고 한다. 가우디는 주물제조업자 아들답게 철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는데 당시 건축물에서 철을 사용한 예는 없다고 한다. 입장해서 내부를 보면 좋겠지만 외관만 보며 사진으로 남겼다.


레알 광장에는 가운데 작은 분수가 있고 주변으로는 야자수가 있다. 광장 주변으로 독특한 집들이 빙 둘러 있다. 레알 광장에는 가로등이 두 개 있다. 가우디가 대학시절 디자인한 가로등이다. 모양이 독특하여 눈에 띈다.


레알 광장 주변에서 차 한잔 마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젤라토를 사 먹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바르셀로나 시내를 휘리릭 둘러보는데도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거리와 건축물, 사람들과 상점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기고 싶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때는 느린 여행을 해야겠다. 나중에는 물릴정도가 되었다.      

구엘 저택/ 철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단다
레알 광장 분수와 운치있는 가우디 가로등


스페인 여행에서 첫 끼는 파에야를 먹었다. 파에야는 프라이팬에 쌀과 고기, 해산물 등을 볶은 요리다. 우리나라의 볶음밥을 생각하면 된다. 약간 매콤한 것이 깔끔하니 우리 입맛에 제법 맞았다. 파에야와 함께 나온 샐러드, 조금은 딱딱하고 거친 빵, 오렌지는 거의 매 식사 때마다 나왔다.     

젤라또와 파에야 샐러드 빵


점심 후에는 일명 가우디 성당으로 불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가우디가 직접 설계한 '구엘 공원'을 방문한다. 너무 기대된다.


다음화에서 계속~~  



*시차란 현재 시각 차이를 말한다.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선을 경도 0도 선(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선을 기준으로 동쪽은 동경, 서쪽은 서경이다. 한국의 경우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표준시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본초 자오선보다 9시간 빠른 시간대이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8시간 시차가 난다. 바르셀로나는 그리니치보다 1시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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