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민영 Jan 16. 2024

상상의 나래를 펼친 구엘 공원

스페인여행 1일 차 구엘공원

가우디의 자연친화주의와 예술성이 돋보이는 구엘 공원 Parc Guell     

바르셀로나 여행은 가우디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고 석양빛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할 즈음 구엘공원으로 향했다.

구엘 공원은 뷰포인트와 포토 포인트가 있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에우세비 구엘이 설계를 의뢰해 지은 주택과 공원이다.

구엘은 직물공장 대부호였으며, 타일업과 부동산업을 하기도 했다. 엄청난 부자였던 구엘은 가우디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가우디에게 투자했다.


구엘은 공원을 지을 때 영국의 가든시티를 모티브로 했으며, 아테네의 델포이를 재현시킨 전원주택단지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60채의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었고 고급 건축물을 세워 엄격히 사생활을 보장하는 담을 쌓아 일반인과 격리된 유토파아적 도시 공동체를 세우려고 했다. 요즘말로 상류층 전원주택이나 타워팰리스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주택단지 위치가 바르셀로나 외곽이어서 사람들이 왕래하기 불편했고 마차가 다니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시대를 앞서간 탓인지, 불행 중 다행인지 구엘 주택은 한 채도 분양되지 못했다. 부동산업자로서 구엘의 꿈은 무산되고 공원으로 시민에게 돌아갔으니 천만다행이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풍부한 상상력과 자연친화적인 다양한 기법이 가미된 공원이다. 사그라드 파밀리아 성당과 함께 구엘 공원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성당과 마찬가지로 구엘공원도 사전에 예약해야 하며 현지 가이드와 동행하여 입장해야 한다.


해가 질 무렵 공원 입구에 들어설 즈음에는 날씨가 쌀쌀해졌다. 낮에는 더워서 가디건 정도만 걸쳤다면 이제는 제법 두꺼운 패딩을 입고 스카프도 목에 둘렀다.


구엘 공원 정문 입구에는 가우디의 집이 있다. 작고 아담한 갈색 건물이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인다고 한다. 공원 안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길가에는 야자수가 심어져 있었다. 파란 앵무새도 볼 수 있었는데 야자수와 앵무새는 스페인 식민지였던 서인도제도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야자수 덕분에 남부 열대지방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석양이 조금씩 내려앉고 멀리 바르셀로나 도시  풍경과 바다도 보였다. 정원 주위를 꾸며놓은 굴곡진 나무뿌리 같은 조형물 위에 식물과 꽃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아래에 놓인 의자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10여분 빠르게 걸어가니 넓은 광장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만 한 크기의 광장이었다. 광장 부위로는 타일로 만든 구불구불 굴곡진 의자가 있었다. 파란색 타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파도치는 바다가 연상되었다.  가이드님이 의자에 앉으라고 하면서 의자바닥에 있는 타원모양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과 등받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인체 모형에 맞춰서 만들어진 벤치라고 했다. 앉아보니 등받이도 엉덩이도 편안하며 딱 맞춤형 느낌이었다. 사진을 잘 찍으면 꽃송이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사진 촬영은 그렇게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의자에 앉는 것도 잠시 저 멀리 노을 지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와~ 구엘 공원은 저녁노을 지는 때에 방문하는 것이 딱 인 것 같다. 가우디는 공원의 위치를 이런 자연 풍경까지 염두에 두고 지었을까?  

멀리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옅푸른 바다가 물들고 있고 바르셀로나 도시가 펼쳐졌다. 그사이를 뚫고 탑과 지붕 집 두 채가 노을 지는 도시 속 하늘을 뚫고 살포시 올라왔다. 어라! 저건 뭘까? 마음이 바빠졌다.

광장 끄트머리쯤 다다라서 바라보니 노을 속을 뚫고 올라온 탑과 지붕은 광장 아래에 있는 집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과자집 같았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 과자집과 바르셀로나, 멀리 지중해와 노을 진 하늘은 달콤한 상상의 나라 동화 속 세계로 인도했다.

바로 여기가 구엘 공원의 중요한 뷰 포인트이자 포토 포인트다.           

가우디 저택과 구엘 공원 입구
아름다운 타일 장식과 인체 맞춤형 타일 벤치
구엘 공원 광장
구엘 광장에서 바라본 저녁노을과 바르셀로나, 저 멀리 지중해인 바다가 보인다


광장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는 나무뿌리처럼 기둥을 만들고 돌을 쌓아 올린 울퉁불퉁한 기둥 다리가 있다. 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만든 구불구불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일명 ‘파도 동굴’인데 마치 파도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착각이 든다. 이곳을 걸으면 마치 나무뿌리가 뻗어 있는 땅속을 걷는 것 같다. 파도 동굴 위로는 나무며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나무뿌리는 비어있는 기둥 안으로 뻗어 내린다고 한다. 가우디가 얼마나 자연에 가깝게 작품을 만들려고 했는지 알 수가 있다. 물동이를 이고 있는 사람의 모습도 장식되어 있어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나무 뿌리 모양 파도 동굴


파도 동굴을 내려오면 그리스 신전처럼 86개의 돌기둥 방이 있다. 유리와 세라믹으로 도리아식 기둥을 만들었는데 시장으로 사용하려고 했단다. 천장은 타일조각, 파편 된 병과 돌로 4개의 태양모양 원반형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사계절을 의미한다고 한다. 가우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을 꿈꾸었다고 한다.  기둥은 상인들의 휴식까지 고려해서 지었고, 기둥은 사람 시선의 각도를 생각하여지었다고 한다. 아름답다고 하기보다는 기하학적인 안정감이 느껴지며, 그리스 로마의 신전처럼 느껴진다. 신들의 시장쯤 될까.


도리아식 방 밑에는 광장 위에서 떨어지는 빗물과 도리아식 기둥 안에 설치해 둔 하수관을 통해 떨어지는 물을 모아두는 물탱크가 있다고 한다. 이 모아진 물은 왕들이 지나다니는 계단에 있는 세 개의 분수 중에 세라믹 재질로 된 용의 조각상의 입으로 토하듯이 나오게 된다.  도리아식 아래로 왕이 다니는 계단을 상징하는 계단이 펼쳐지며 가운데는 낙숫물이 떨어지는데 마치 자연 호수 같다. 낙숫물이 떨어지는 지점에는 아라곤 왕의 휘장이 장식되어 있다. 참고로  아라곤은 스페인 북동부 피레네 산맥 남쪽에 위치한 가톨릭 왕국으로 11세기 나바라 왕국 봉건 영주형태에서 왕국으로 독립하였으며 15세기 스페인 통일 왕국의 기반을 구축했다.


아래 계단 중앙 분수대에는  연금술을 상징하는 불도룡뇽이 있다. 물이 흐르면 생명의 변화가 잉태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불도룡뇽 아래에는 의술의 신 아이스쿨라피스를 상징하는 청동 뿔이 달린 뱀 머리가 조각되어 있는데 이것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설이 있다. 용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뱀이다. 이 도룡용은 바르셀로나의 상징처럼 되어 있고 SNS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관광객이라면 이 도마뱀을 만져봐야 하는데, 가이드님 수신기가 잘 안 들려서 만져보지 못하고 사진만 찍었다.

 불도룡용과 청도마뱀은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용아래에 샘물을 받고 자란 나무들이 있고 분수가 있다. 졸졸졸 흐르는 낙수 물받이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것은 필수. 3형제가 부부가 함께 찍고 또 따로따로 찍었다. 낙수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오래도록 이루어지고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눈을 들어 분수와 도룡용 계단을 지나 아라곤 왕의 휘장 너머에 우뚝 솟은 기둥을 다시 보니 신전이 연상된다. 도리아식 기둥이 떠받들고 있는 지붕은 구불구불 물결치듯 구름이나 천상 어디쯤 되는 것 같다. 파란 하늘아래 지붕 위는 마치 신의 세계처럼 여겨진다. 저 천상계에서 은하수 계단을 타고 폭포수를 지나 내려오면 중간계쯤 될까? 계단 양 옆은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전체적인 모습은 그리 크지 않은데, 신계와 중간계 어디쯤에 인간이 들어와 있는 듯하다.

도리아식 그리스 신전 돌기둥
아라곤 휘장과 연금술 상징 불도룡용 vs 청도마뱀용
신전처럼 보이는 도리아식 기둥과 낙숫물이 흐르는 분수


분수 앞에 서면 과자집 두 채가 떡하니 눈에 들어온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인간계가 아닌 중간계쯤으로 여겨지는 것은 바로 이 과자집 때문이다. 광장 위에서 보았던 바로 그 집이 동화 속 세계로 빨려 들게 만든다. 요정이 요술 지팡이를 들고 톡 튀어나올 것 같다. 인간들은 헨젤과 그레텔처럼 과자집을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기도 하고 기웃거리기도 한다.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가우디가 동화를 모티브로 지었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책에서만 보던 모습이 이렇게 현실 속에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

지붕과 탑 모두 타일로 장식했는데 부드럽고 반짝이는 질감이 느껴진다.  타일 조각과 색상이 이렇게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리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과자 집 안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다. 들어가지는 않았고 밖에서 다시 보아도 마치 기념품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동화 속에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욕실에서만 보았던 타일이 집 외관과 공원 벤치 의자, 계단 등 공원에 쓰인다는 것이 독특하다.

구엘이 이 저택을 구상할 당시 타일업을 크게 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경제성을 생각한 구엘은 가우디에게 저렴하면서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저택을 지으라고 요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우디는 마음껏 쓸 수 있는 타일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했을 뿐이고... 이것은 그저 관광객의 상상이다.  

동화 속을 상상하게 하는 과자집


가우디는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괴테의 자연론에 따랐다고 한다.


구엘 공원을 보면서 가우디가 얼마나 자연에 가까워지고 싶어 했는지 곡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일 장식이 된 벤치와 장식물, 집과 지붕을 보면서 가우디의 상상력과 독창성에 다시 놀랐다. 하나의 장식물과 건축물이 그냥 지어진 것이 아니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크리스마스이브! 그동안은 그저 그러한 날이었다.

앞으로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을 생각할 것 같다.


저녁노을로 물들어가는 구엘 공원을 뒤로하고 저녁 먹으러 간다.

내일은 또 내일의 스페인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여행 #라라크루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                           

이전 03화 가우디는 왜 그리 높은 곳까지 오르려고 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