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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Jan 23. 2024

이슬람인이 꽃피운 알람브라 궁전

스페인 여행 3일 차 그라나다

저녁 빛을 발하는 궁전 알람브라

헤네랄네페 정원/  카를로스 4세 궁/ 알카사바 요새


*다소 긴 글 주의*


스페인 여행 3일째, 아침 3도, 낮최고 기온 17도 오늘도 맑고 쾌청한 날씨. 낮엔 가벼운 복장으로 충분하고 아침저녁으로는 겨울은 겨울인지라 약간 두께감 있는 패딩을 입었다. 여행 중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날씨에 따라서 여행지의 모습이 달라지고 사람의 마음 또한 변할 수 있다. 우리 여행팀에는 날씨 요정이 많았다. 우리 가족도 날씨 요정 중 한 사람이다. 여행을 갈 때마다 날씨가 항상 도와주었다. 우리가 식사 중에 비가 왔고 식사가 끝나면 비가 그쳤으니 날씨 요정이 우리 여행을 얼마나 도와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침 호텔식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별 볼 일 없었다. 호텔의 주식은 스크램블드 에그와 베이컨, 하몽(jamón, 스페인 햄, 돼지고기를 반건조하여 얇게 썰음,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베이컨 느낌), 요거트, 우유와 커피다. 오늘 호텔 조식은 야채도 없다. 과일로 야채를 대신한다. 과일은 오렌지는 먹을만하지만 사과나 배는 퍼석거린다. 우리나라 과일은 정말 맛있다. 몇 해 전 이탈리아 여행 때도 느낀 것이지만 유럽 호텔식은 우리나라 호텔식과는 다르다. 특히 아침식은 아주 가볍게 차려진다. 스페인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텔 조식은 먹을게 별로 없다는 것.

여행 중 잘 먹는 것은 중요하다. 해외여행 중 음식이 맞지 않아 먹지 못하거나 배탈이 나면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없다. 막내네는 첫날부터 설사와 구토가 있어서 여행 내내 고생을 했다. 우리 입맛에 맞는 고추장이나 김치, 김 같은 밑반찬을 챙겨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행 중 변비도 흔히 발생한다. 아침식사 때마다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 요거트와 우유를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유산균도 챙겨서 변비가 없도록 매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아침에 화장실을 가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여행에서 먹는 것에 많이 신경을 썼더니 다행히 변비 없이 지냈다. 장건강은 즐거운 여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여행 3일째 아침 6시에 기상하여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버스에 올랐다. 북동쪽에 위치한 카탈로니아 지방 바르셀로나에서 지중해변을 따라 안달루시아에 있는 발렌시아로 이동했고, 다시 남부에 있는 그라나다로 이동했다. 여행 둘째 날 바르셀로나에서 발렌시아까지 4~5시간 정도 왔고, 셋째 날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7~8시간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로 이동했다. 가장 긴 이동시간이었다. 버스로 이동 중에는 많이 졸았다. 깨어 있을 때는 가이드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바깥 풍경을 한참 바라보기도 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 가이드님이 다시 스페인 역사와 경제, 미술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역사와 미술은 다음 관람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잘 모르는 화가도 있고 익히 들어본 화가나 그림도 있었다. 단체카톡방에 사진과 그림을 보내주어 설명해 주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 듣다가 졸리면 잤고 자다 깨면 관광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스페인 들판은 황량했다. 겨울철이어서인지 건조하고 황무지 땅이 계속되었다. 푸른 나무가 보인다면 대부분 올리브나무나 오렌지 나무다. 군데군데 포도나무도 보다. 멀리 낮은 언덕 위에는 하얀 풍차가 돌았다. 스페인은 풍력발전이 꽤 발달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농작물은 올리브, 오렌지, 포도, 감자등이 많이 난다고 한다. 여행 중 식탁에는 올리브오일과 오렌지 항상 차려져 있었고, 감자튀김이나 감자요리도  자주 나왔다.

스페인 경제는 2008년 유럽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예전에는 꽤 잘 살았는데 2015년 이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수준이다. 스페인 GDP는 세계 15위(우리나라 13위) 25,718$불(우리나라 27,105$) 로 우리나라보다 약간 아래이다. 실업률은 11.84%로  우리나라 실업률 3.30%에 비하면 약간 높은 편이다.


점심은 휴게실 식당에서 해산물 튀김을 먹었다. 오징어와 정어리 튀김, 대구와 새우튀김, 감자튀김 등 이다. 남부해안가는 생선튀김이 유명하다고 한다.  두세 번 들른 휴게소에서는 군것짓거리를 사거나 공산품과 기념품을 구경했다. 물품을 구매하는 선택관광이 거의 없던 이번 여행은 휴게실에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까지/ 스페인 들판 정경/ 점심 해산물 튀김 요리


아침부터 열심히 달려서 그라나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그라나다 시내가 보이고 멀리 설산 시에라네바다(해발 3482m)가 보였다.  그라나다 시내 전경을 보면서 곧장 알람브라 궁전을 찾았다.   


알람브라 궁전은 이베리아 반도에 정착하게 된 무어인(이슬람계)들이 그라나다에 세운 궁전이다. 알람브라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붉은 성'을 뜻하는 'al-qala'at al-hamra'에서 따 온 것이다.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벽을 지었기 때문에 성벽이 붉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2~3세기경 이슬람인의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궁전은 해발 740m 구릉에 있어서 그라나다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알람브라 궁전은 크게 4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왕족이 거주하던 나스르 궁전, 군사 요새 역할을 했던 알카사바, 정원이 아름다운 여름 별궁 헤네랄리페, 스페인들이 만든 르네상스 양식의 카를로스 5세 궁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왕족 및 귀족들의 주거지이자 정원이며 요새로 이루어진 복합된 공간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만들어져 이슬람 무어인들의 예술과 르네상스 양식 등 다양한 건축 기술이 혼재되어 있다.       


알람브라 궁전은 1238년 나스르 왕조를 세운 무함마드 1세가 건설했다. 본래 군사 요새로 건설되었다가 이슬람 왕실의 거처로 바뀌었다. 현재 모습은 14세기 유수프 1세와 그의 아들 무함마드 5세 재위 당시 갖춰졌다. 이 궁전은 1492년 그리스도교도의 국토 회복 운동, 레콩키스타(Reconquista)에 의해 함락된 이후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1492년 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2세 국왕 부부가 궁전으로 사용하면서 보존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탑들이 상당 부분 철거됐고, 왕실 모스크가 있던 곳에 성모 마리아 성당이 지어졌다. 기독교인들인 새 왕정은 이슬람 왕실 모스크 모습을 훼손하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침략전쟁에서 승리하면 과거의 문화제건 제도이건 파괴하고 훼손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기독교를 주교로 내세운 스페인 왕국에 의해 알람브라 궁전은 1526년까지 계속 확장됐다. 그러나 프랑스 나폴레옹 침공 때는 많은 부분 파괴 되었다. 군인들의 거쳐로 사용하고 퇴각할 때 폭격을 가해 상단 부분 건축물이 유실되었다. 알람브라 궁전이 폐허 속에 방치되었다가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1829년 미국의 작가이자 외교관인 워싱턴 어빙의 책 <알람브라의 이야기> 덕분이다. 글의 힘을 새삼 느낀다. 이 궁전은 19세기 이후 복원됐으며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알람브라 궁전에 도착했을 때는 석양빛이 주광색으로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 궁전에서도 현지 가이드가 동행했다. 예쁜 아가씨 가이드님이었다. 알람브라 궁전에 들어가자마자 잘 가꾸어진 나무가 관광객을 맞이했다. 사이프러스 Cypress 나무가 깎아지르듯 가꾸어져 있다. SNS에 많이 올라온 장면이다.

이슬람 나르스왕조의 여름 정원 헤네랄리페 Generalife다.  14세기 초에 조성되었으며 세로형 정원 중앙에 수로르 설치하고 좌우 분수로 이루어졌다. 물과 정원수가 어우러진 이슬람 조경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입장하자마자 포토 타임이 연출되었다. 가족끼리  혹은 부부끼리 손잡고 찍는 모습이 아름답다. 인조나무처럼 깎아지른 긴 키(약 5~7m)의 초록새 나무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나무 사이로 물이 흐르며 파란 하늘을 물에 담았다. 인공과 자연미가 작은 정원에 연출되며 멋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이란 이런 인생사진 한컷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무와 물길이 흐르는 정원을 지나면 작은 꽃들과 분수를 내뿜는 또 다른 정원에 이른다. 왕의 여름 별궁인 물의 정원 또는 수로의 정원이라는 뜻의 아세키아 정원이다. 세로로 긴 정원 중앙에 수로를 설치하고 좌우로 분수가 있다. 화단에는 작은 나무들과 꽃이 있다. 정원에 흐르는 물은 그라나다의 만년산인  시에나네바다에서 흐르는 물로 이슬람인들이 수로로 끌어온 물이라고 한다. 8km 먼 거리에서 수로를 통해 보내진 물이다. 500여 년 전 이슬람인의 수로 시설도 놀라운 건설이다. 이슬람인들은 정원을 가꿀 때 항상 작은 연못이나 분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물을 중요시했다. 사막에서 일구어진 문화의 영향이다.  

왕의 여름정원은 눈으로 보아도 예쁘고 사진으로 찍어도 예쁘다. 인스타그램 사진 한컷으로 아주 아름답다. 가는 곳마다 찍는 곳마다 포토 포인트다.  


아세키아 정원을 지나 왕의 또 다른 정원으로 이동했다. 왕을 알현하려면 깨끗한 물에 손을 씻고 마음을 정갈하게 해야 한다. 출입구 바닥에는 이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물 분수가 있었다. 직접 손을 씻지는 않았지만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슬람 상징인 문을 지나니 왕을 알현하는 곳을 만났다. 왕이 나오기를 기다려 창문너머 저녁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그라나다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정경을 뒤로하고 왕이 앉아 있다. 그 모습을 보는 신하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왕 뒤로 보이는 후광에 눈이 부셔 눈을 뜰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여기서도 한컷. 아름다운 창을 배경으로 술탄이 등장할 것 같다. 천장은 이슬람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왕을 알현하고 뒤로 돌아서면 정원이 있다. 알록달록 작은 꽃들과 큰 분수 작은 분수가 물을 뿜는다. 고사목이 있는데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벤세라헤스가의 한 남자가 무하마드 12세의 궁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궁녀를 만나기 위해 창문을 넘다가 왕에게 발각되었다. 왕은 아벤세라헤스가 남자 36명을 처형했다. 정원의 나무가 그들이 만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여 나무도 베어 단죄했다고 한다. 왕의 견제 세력인 아벤 세라헤스가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정원을 나오면 이슬람인들의 수로가 길게 구불구불 나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정원을 한참을 거닐며 알람브라 궁전의 미모저모를 관람한다. 정원을 휘돌아나가면 다시 정원이 나온다. 하룻밤에 몇백만 원 다는 호텔, 왕녀 거주지였다가 수도원으로 바뀌었던 파라도르데 그라나다 호텔, 아랍지배 당시에는 모스크였으나 추후 가톨릭교회로 완공된 알람브라 성당, 미국인? 이 만든 아메리카 호텔, 박물관, 공중목욕탕 등 지났다. 그저 휘리릭 보면서 지나는 곳이다. 정원을 지나치며 아무 데나 카메라를 들이밀고 찰칵찰칵 찍어대도 한 폭의 아름다운 사진이 된다.


 사실은 쉬리릭 삐리릭 바쁘게 걸어서 어디가 어디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었어도 눈으로 보기만 한지라 잘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서 블로그와 유튜브, 알람브라 궁전 홈페이지를 찾아본 후에야 궁전의 내부를 알게 되었다. 뒤늦게 알람브라 궁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나스르 궁은 관람하지 못했다는 것도 알았다. 알람브라 궁전을 다 돌아보려면 최소 4~5시간은 필요할 텐데 2시간 관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많은 것을 빠르게 보아야 하는 패키지여행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휘리릭 쉬리릭 본 알람브라 궁전이라도 기억에 남을 관광지임은 틀림없다. 알람브라 궁전도 나중에 다시 찾아야겠다고 메모를 남겼다.

헤네랄리페 정원
아세키아 정원
왕을 알현하는 곳/ 이슬람 창과 문양이 있는 벽 너머로 푸른 그라나다 시내가 보인다
술탄의 정원/ 전설이 숨어있는 고사목
무심코 찍어도 작품이다
저녁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저녁노을 황금빛으로 물든 궁전의 수도원과 성당


이슬람 건축 양식이 많이 남아 있는 궁전을 한참 거닐다 보면 카를로스 5세 궁전 앞에 선다. 카를로스 5세는 스페인의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은 1층은 르네상스 양식인 도리아식 기둥을 세우고, 2층은 이오니아식 기둥양식으로 건축했다. 로마양식의 건축물이다. 이 궁전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되어 알람브라 궁전의 다른 건축물과 다른 분위기다. 이슬람 궁전에서 느닷없이 중세 유럽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 낯선 느낌이다. 카를로스 5세가 건축을 시작했으나 중도에 부도를 맞았고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하면서 미완성으로 남았다.  


문 앞은 스페인의 상징이자 전설이 담겨 있는 두 개의 신전 기둥(그리스 신전 느낌)이 세워 있고, 헤라클레스가 사자를 때려잡는 모습이 문위에 조각되어 있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틀라스 산맥을 갈라 대서양과 지중해를 만들었고, 부서진 산맥은 지브롤터와 제벨 무사로 나뉘었다는 전설이 있다. 스페인 국가 문장에서 나오는 두 기둥은 헤라클레스 두 개의 기둥을 상징한다.  궁벽에는 두 개의 쇠고리가 있는데 말을 매어두던 고리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은 독특하게 겉모습은 사각인데 내부 모습은 원형 회랑을 이루고 있다. 돔형식으로 건축된 내부는 마치 음악당이나 공연장 같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공연을 열기도 한다고 한다. 1층에는 박물관이 있다. 시간이 되면 박물관 관람도 좋겠지만 관람은 하지 못했다. 궁전이 완성되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전의 모습은 상상이 안되고 이곳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울림이 좋아서 멋진 하모니를 만들 것 같다. 돔으로 노을빛이 물들며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공연장에 황금빛 노을 조명이라니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카를로스 5세 궁전
카를로스 5세 궁전 외부 모습과 출입구
카를로스 5세 궁전 내부/ 돔 상단에 저녁놀이 금색칠을 시작한다


카를로스 5세 궁 앞에는 알카사바 요새가 있다. 이슬람의 상징인 포도주의 문을 지난다. 이 문은 16세기 이 문을 통과할 때마다 세금을 냈다고 하여 포도주의 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알카사바에 입장할 때는 여권과 표검사를 한다. 여행 중 여권은 필수로 지참해야 한다.

알카사바 망루에 오르기 전에 건물 사이를 휘휘 돌아 오른다. 알카사바는 원래 궁전이었으나 나폴레옹이 점령했을 때 막사로도 사용했다. 군인들이  퇴각할 때 폭격을 가해 현재는 터만 남아 있다. 군인의 숙소, 창고, 목욕탕까지 있다.

알람브라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마도 알카사바를 보고 붙인 이름 같다. 알카사바는 붉은 벽돌로 되어 있다. 저녁노을이 벽돌을 비추며 노란색도 되었다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황금색은 주홍빛도 되었다가 붉은 적갈색으로 빛난다. 다양하면서 오묘한 빛깔이다.

요새 중앙에 직각으로 되어 있는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망루에 다다른다. 망루는 벨라의 탑(Torre de la Vela)이라고 부른다. 망루에는 종탑이 있으며, 이곳에서 알람브라 궁전 내부와 알바이신 지구, 그라나다 시내를 볼 수 있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적이 쳐들어와도 다 전망할 수 있고 막을 수 있는 천의 요새다. 9~13세기 지은 천의 요새가 지금은 아름다운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다. 망루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물든 그라나다와 알바이신 지구를 바라보니 새삼 절경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내 전경이 몽환적이면서 비현실적으로 여겨진다. 노을이 퍼져가는 그라나다 풍경도 그림을 그리고 싶을 만큼 아름다.

집시들이 모여사는  하얀 마을 알바이신 지구 전망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서 있는 알람브라 궁전을 향해서 쳐다보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뭘 하나 했다. 나중에서야 노을 지는 알람브라 궁전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페인에 오기 전에 그림 전시회에 갔었는데 정은하 작가님이 알람브라 궁전의 노을 진 모습을 그렸었다. 그 그림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이번 여행에서 노을 속에 잠긴 알람브라 궁전의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장은하 작가님은 필자가 본 느낌보다 훨씬 강렬하게 느낀 것 같다. 나라면 황금색과 적갈색 물감을 사용했을 것 같다. 그림을 상상하며 붉게 타는 궁전을 보고 싶었지만 그 모습은 보지 못했다. 작가님 마음 내린 알람브라라고 하더니...

알바이신 지구에 갔을 때는 깜깜한 어둠이 내렸다. 어둠 속에 불을 밝힌 알람브라 궁전을 보게 되었다. 노을 속에 잠긴 궁전 대신 불을 밝힌 궁전이 형체를 드러내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궁전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어둠이 내린 성 니콜라스 전망대에는 알람브라 궁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발디딤 틈도 없었다. 작은 광장에서 집시의 음악회도 열렸다. 전망대 앞에는 성니콜라스 성당도 있었다. 성당은 아주 작고 아담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뒤엉켰다. 밤이라 외관은 제대로 찍지 못했고 내부 모습을 찍었다. 성당에 들어가 잠깐 기도를 올리기에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기도를 드리지는 않았지만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알카사바 외관
알카사르 중턱 계단 그라나다 전경/ 군인들의 막사 터
노을빛에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알카사바
원래는 궁전이었는데 나폴레옹 침략 당시 군인들의 막사로 지금은 터만 남았다
망루에서 바라본 하얀 마을 알바이신 지구
노을 진 그라나다 전경
노을 진 그라나다 전경
저녁 태양이 빛을 발하며 그라나다를 비추고 있다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알람브라 궁전
장은하 작가님 그림 / 어쩜 이렇게 멋지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알바이신 지구는 중세 무어인들의 정착지로 언덕에 하얀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곳은 8세기 이 지역 통치자 아사프 벤 압델라만의 요새가 있었다고 한다. 스페인 국토 회복 운동 이후 기도교인들의 거주지로 바뀌었지만 이슬람인과 집시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도시구조와 건축의 형태나 소재 색상등이 변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됐다.


알바이신 전망대에서 알람브라 궁전을 전망하고 성 니콜라스 성당을 관람한 다음 걸어서 알바이신 지구를 탐방했다. 마을 골목길을 굽이굽이 돌아 나오는데 여기저기 사람들이 가득하다. 거리는 여느 스페인 다른 거리와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달려 있다. 골목에 있는 작은 광장에도 술을 마시며 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알바이신 지구 아래로 내려오니 쾌 긴 시장이 열렸다. 많은 관광객들이 가득 모여 왁자지껄 했다.


우리 일행은 술집으로 들어갔다. 여행 3일째 오늘은 30명의 일행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낯설기만 하던 일행들이 주광색 불빛 아래서 친근해지고 편안해진다. 맥주가 한잔씩 들어가니 기분도 들뜨고 한층 흥겨워진다. 단체 관광의 묘미는 낯선 타인과 함께 하며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술안주로 따빠스(하몽과 버섯요리), 가조(가지튀김), 감자튀김, 오징어 튀김 등이 나왔다. 저녁 7시가 넘어서 배고픈 시간이라 요기거리로 좋았다. 요리도 좋고 맥주도 깔끔하고 맛있다. 저렴하고 깔끔하고 맛있는 스페인 맥주. 술이 술을 부르는 스페인 맥주다. 우리 가이드님도 기분 좋게 술은 무한 제공을 선언하며 일행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가이드님이 팍팍 쏴주는 술과 안주거리로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성 니콜라스 성당 내부
알바이신 지구 시장 거리
따빠스와 가조 그리고 맛있는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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