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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Jan 26. 2024

하얗고 하얀 마을 안달루시아

스페인 여행 4일 차 프리힐리아나 네르하 미하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하얀 마을

하얀 마을 프리힐리아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네르하 동굴 /유럽의 발코니 네르하/ 미하스 하얀 마을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과 알바이신 지구에서 이슬람인의 멋과 맛을 즐긴 다음 날, 4일 차 여행은 따뜻한 남부지방으로 갔다.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는 프리힐리아나 Frigiliana, 네르하 Nerja, 미하스 Mijas 여행이다. 이곳은 하얀 마을과 건식 동굴,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아름다운 해안이 있다.     

 

버스에 오르니 가이드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안달루시아 지방특산물은 보리, 올리브(스페인의 70%), 포도, 오렌지, 커피등이다. 오렌지는 평소 먹던 맛과 비슷하다. 산도가 0.2% 미만인 엑스트라버진 올리브는 좋은 올리브로 색깔이 황금빛이다. 공복에 한 숟가락씩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한번 맛본 커피는 향이 진하지 않았고 부드러웠다. 일행들은 커피를 곧잘 마셨다. 가이드님의 오늘 주요 설명은 카를로스 2세와 펠리페 2세 왕들의 이교도 청산, 부유하고 자유분방한 알바공작부인과 미술가 고야, 고야와 벨라스케스 작품, 프라도미술관에서 보게 될 그림과 미술 등에 대한 이야기다.

전날 늦게까지 여흥을 즐겨서인지 자꾸 졸렸다. 지치지 않으려고 비타민도 챙겨 먹고, 피로를 풀어주는 파스를 붙이고, 탄력 스타킹도 신었다. 하지만 여행 4일 차 여독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다 듣기도 전에 졸기 시작했다. 차만 타면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라나다에서 한 시간 정도 이동하여 프리힐리아나에 도착했다. 프리힐리아는 해발 318m에 산맥에 있는 인구 3천여 명의 작은 마을이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하얀 집들로 이루어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8세기경 이베리아 반도에 살던 무어인(이슬람)들의 거주지였다가 스페인이 재점령한 후 무어인들이 기독교로 개종하거나 마을 떠난 사람도 있다. 이곳은 유대인, 기독교인, 무어인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대문에는 유대인 표식인 별모양이 있거나 아기 그리스도의 그림이 걸려 있기도 하다. 창문과 벽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다. 산타클로스 인형이 오르는 모습은 깜찍하다. 스페인 여행 중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좁은 골목길마다 화분이 많이 있었고 하얀 벽을 타고 작은 화분이 걸려 있다. 벽에 걸린 화분은 이슬람과 집시들의 문화라고 한다. 관광객의 눈으로 볼 때 마당이 없는 좁은 집에서 자연을 들이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몸부림처럼 여겨졌다. 그래도 하얀 벽에 붙은 화분이 아름다웠다.

마을 곳곳에는 아주 작은 상점들이 있었는데 이른 아침인지라 이제 막 문을 여는 가게들이 있다. 집 앞 골목을 청소하는 사람에게는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홀라(Hola)” 현지인도 밝게 인사를 한다. 이른 아침 관광객은 많지 않아서 산책하기 좋다. 맑고 청명한 하늘아래 하얀 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예쁘다. 우리나라 바닷가 벽화 마을 같은 느낌도 좋다.

하얀 벽과 화분이 아름다운 프리힐리아나
프리힐리아나의 아침 상점
크리스마스 장식
하얀 벽에 화분도 꽃도 아름답다
프리힐리아나 하얀 집의 풍경


프리힐리아나에서 30여 분 버스를 타고 네르하로 이동했다. 네르하 동굴에 먼저 방문했다. 네르하 동굴은 선택 관광으로 일행 9명만 입장했다. 동굴을 관람하지 않는 사람들은 해변가를 산책하며 자유시간을 가졌다.

패키지여행에서 선택관광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선택관광 대신 여유롭게 자유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도 있고 우리 집 막내네처럼 경기장이나 미술관은 관람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이곳에 언제 다시 오겠느냐는 생각으로 모든 선택관광을 하는 편이다. 우리 형제들은 이번 여행에서는 할 수 있는 선택 관광은 다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로 인해서 반절정도만 선택관광을 하게 되었다. 아쉽기도 했지만 경비는 반절정도 줄었고,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서 좋기도 했다.  

네르하 동굴을 보고 난 소감은 이곳을 관람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하고 거대하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동굴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처음 해본 것 같다.


네르하 동굴은 우리나라 동굴과는 달리 건식 동굴이다. 내부는 춥지 않아서 관람하기 좋다.  천장이 꽤 높고 웅장했다. 길이는 총 5km로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다. 석순과 종유석이 어찌나 웅장하던지 마치 영화 아바타의 숲 속 마을에 온 것 같았다. 아바타 영화감독이 이곳을 보고 상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곳은 1959년에 발견되었다. 동굴은 약 500만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기원전 2만 5천 년 경부터 살았던 사람들의 유골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가장 안쪽에는 구석기시대 벽화가 남아 있는데 동물과 물고기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벽화는 박물관에 있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했다. 박물관은 네르하 시내에 있었다. 박물관은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무슨 내용이 쓰여있는지 알지 못했고, 전시물만 눈으로 쓰으윽 관람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박물관에 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다. 까막눈에 그림만 보는 느낌.

네르하 동굴 입구
환상적인 네르하 동굴 석순과 종유석


스페인 여름 날씨는 4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라고 한다. 유럽의 발코니로 불리는 네르하는 16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따라 고운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이곳은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가득 찬다고 하는데 겨울인데도 관광객으로 붐볐다. 반팔에 반바지 차림, 모래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도시너머로만 보던 지중해를 코앞에서 만났다. 초록색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그대로 들여다 보인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런데 어째 제주도와 부산 앞바다를 연상된다. 천상 한국인인가 보다.


해안가 집들은 프리힐리아나 집처럼 하얀 벽에 붉은 기와집이다. 광장에는 바이올린과 기타 연주자가 연주를 한다. 광장 주변 노천카페와 음식점에서는 차와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야외에서 식음료를 즐기는 모습은 유럽에서 흔한 풍경인 것 같다. 그 흔한 한컷이다. 우리 형제들도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광장의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들으면서 차를 마시는 기분이란 우리도 유럽인이 다 된 것 같다. 우리 형님은 이것이 로망이었다며 즐거워한다. 소박한 우리 형님.

지중해의 발코니 네르하에서 본 지중해 수평선
네르하 비취색 바닷속
네르하 발코니에서 바라본 해변
테라스를 즐기는 사람들
기타 반주를 들으면서 커피 한잔


네르하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이동하여 미하스로 갔다. 미하스는 프리힐리아와 비슷한 느낌의 하얀 마을이다. 고도 400m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하얀 외벽에 붉은 지붕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 올라갔다. 미하스에 도착했을 때는 석양이 지고 있었다. 예전에 교통수단이었던 당나귀 마차가 관광상품으로 늘어서서 우리를 반다. 바르헨 광장에서는 마을축제가 있는지 흥겨운 음악소리가 크게 울다.

미하스에는 천연 동굴 성당이 있다. 마을의 수호 성녀 페냐가 모셔져 있는 성당이다. 16세기 건립된 것으로 바위와 돌로 쌓았다. 문 앞을 철문이 굳건히 가로막고 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작은 기도실을 철문 사이로 밖에서 보았다.

성당 앞에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사진 한 컷. 가이드님은 이곳보다 더 좋은 포토 포인트가 있다며 우리를 안내했다.

성당 앞 공원옆에서는 땅콩을 볶아서 설탕을 버무린 주전부리를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가이드님이 이곳 땅콩이 어떤 것보다 맛있고 했다. 모두 하나씩 맛보았다. 맛있었다. 마을을 구경하고 와서 사자고 했는데 아저씨가 안 보였다. 6시에 퇴근한다더니 이미 퇴근한 것이다. 아쉽다. 미리 사둘 것을. 여기서 교훈, 상점이 언제 문을 닫는지 폐점 시간을 미리 알아두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것.


성당을 보고 마을 구석구석 관광을 시작했다. 마을은 꽤 넓었다. 광장, 성당, 은행, 시청사, 관공소, 명품 상점, 분수 등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프리힐리아나가 밝은 아침 하얀 마을이라면 미하스는 저녁노을 속 하얀 마을이었다. 하얀 벽은 예쁜 사진 배경이 다. 한참을 돌다 보니 멀리 노을이 퍼졌다. 노을 속 태양은 하얀 마을 하얀 골목 사이로 은은한 빛을 비추며 그것 또한 예술이다.


미하스에 있는 숙소 호텔은 계단으로 케리어를 끌고 올라가기 다소 불편했으며,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많이 추웠다. 전기장판을 가지고 가지 않았더라면 추위에 덜덜 떨 뻔 봤다. 막내네는 핫팩을 끌어안고 잤다고 한다. 그나마 조식과 석식이 맛있어서 다행이었다. 여행 중 숙소는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았다. 3~4성급이어서인지 가는 곳마다 차이가 있었고 난방이 우리나라처럼 빵빵하지 않아서 추웠다. 호텔식은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별 볼 일 없었다. 아침을 가볍게 먹는 나라 특성인지 저렴한 여행의 특징인지 어떤지 모르겠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호텔은 우리나라가 최고다.

미하스 호텔에서 바라본 아침노을은 보랏빛 향이 나는 듯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산자락에 미하스 하얀 마을
당나귀 마차
소냐 성당/ 동굴에 돌을 쌓았다
미하스 마을 성당/  화장실 벽 세계지도/ 가게 플라멩코 의상
미하스 마을 전경
미하스 골목 저녁노을
미하스 마을 노을과 수평선
바르센 광장 노란 가로등이 켜진다
미하스 호텔에서 본 아침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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