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
목차는 로드맵이다
자서전 쓰기에서 목차는 책을 어떻게 전개할지를 결정하는 설계도다. 목차는 독자에게는 안내서이고 작가에게는 설계도이다. 목차는 독자나 작가에게 로드맵과 같다.
책에서 목차는 독자에게 책의 구성을 알도록 정보를 제공해 준다. 독자는 책을 선택할 때 책제목과 표지를 보고 책의 어떤 부분을 먼저 살펴보게 된다.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무작정 읽기도 하지만 목차를 죽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서 읽는다. 한 꼭지가 마음에 들면 해당 장을 모두 읽기도 하고 목차에서 또 다른 제목을 골라 읽기도 한다. 한두 편을 읽고 마음에 들면 책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작가에게 목차는 책의 구성과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할지 방향을 정하도록 한다. 작가는 글을 무작성 쓰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어떤 내용으로 전개할지 먼저 목차를 구성하고 글을 쓴다. 목차는 건축할 때 설계도와 같다. 초가집을 지을지 기와집을 지을지, 아파트를 지을지 빌라를 지을지, 규모와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할지, 건축 자재는 무엇을 사용할지에 따라서 설계도가 달라진다. 책 쓰기에서는 시를 쓸지, 수필을 쓸지, 소설을 쓸지를 정하고 분량, 형태 등에 따라서 목차 구성에 차이를 보인다. 한 편의 글을 쓸 때도 이야기의 흐름을 논리적이고 자연스럽게 진행하도록 순서를 정하고 설계하는데, 인생 전체를 회고하는 자서전 쓰기라면 목차 구성은 필수다. 글쓰기에 앞서 작가는 자서전을 편년체로 쓸지 기전체로 쓸지를 정하고, 각 장은 어떻게 구성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룰지 미리 생각하게 된다. 목차를 작성하면서 자서전을 좀 더 구체적으로 구상하며 설계할 수 있다. 목차는 자서전이 나아갈 전체적인 모습을 그리는 설계도이며 글쓰기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고 목표를 향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로드맵이 된다. 목차가 없다면 자서전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갈팡질팡 하겠지만 목차가 있다면 로드맵을 보며 길을 찾아가듯 쓸 수 있다. 목차는 글쓰기가 좀 더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
편년체와 기전체
자서전 목차를 구성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편년체로 쓸 것인지 기전체로 쓸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편년체(編年體)는 역사 기록을 연월일순으로 정리하여 편찬하는 체제이다. 연대기 형식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것으로 노나라의 역사를 쓴 공자의 <춘추>가 있으며, 조선시대 <실록>은 대표적인 편년체이다. 고려국사, 고려사절요, 삼국사절요, 동국통감 등도 편년체에 해당한다. 편년체는 연월일 날짜순으로 사건을 기록하는 연대기 형식으로 역사를 정리하는데 유용하다. 편찬이 용이하고 역사 기록이 분산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역사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연대가 정확하지 않는 자료를 싣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서전을 쓰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기전체가 있다. 기전체는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 <고려사>등이 기전체에 해당한다. 장점은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는데 유용하다. 단점은 한 역사적 사건이 전기에 흩어져 있어서 각 사건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시중에 출간된 자서전을 살펴보면 기전체로 쓰여 있다. 자서전은 작가 자신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것이므로 기전체로 쓰는 것이 용이하다. 우리가 쓰는 자서전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회고를 통하여 자신을 알아가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며 자손에게 유산으로 남기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자서전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기는 하지만 각 시기마다 작가 본인에게 영향력이 있거나 의미 있는 사건을 다루거나 주제를 중심으로 사건을 기록하고, 작가의 철학이나 태도, 가치관 등을 쓰게 된다. 따라서 자서전 목차를 구성할 때 큰 줄기인 각장은 시간 순으로 나누되 작은 줄기에는 중요한 사건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주제 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작성하면 손쉽게 구성할 수 있다.
목차 예시 확인하기
<백범일지> 목차를 살펴보면 상권과 하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상권의 목차는 프롤로그와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시간 순에 따라 구분했으며 각 장의 세부 목차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다루고, 내용으로는 주제를 혼합하여 기술하였다. <백범일지> 상권 각장과 세부 목차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상권 세부 목차>
아들 신. 인에게
1. 황해도 벽촌의 어린 시절
1) 조상과 가정
2) 난산의 개구쟁이
3) 궁핍한 배움 길
2. 시련의 사회 진출
1) 과거 낙방
2) 동학의 세계로
3) 팔봉 접주
4) 청계동 안진사
5) 스승 고능선
3. 질풍노도의 청년기
1) 북행 견문과 청국 시찰
2) 김이언 의병
3) 인연 없는 스승의 손자사위
4) 복수 의거, 치하포 사건
5) 첫 번째 투옥
6) 역사적인 심문
7) 사형수의 옥중생활
8) 파옥
4. 방량과 모색
1) 서울로 도피
2) 삼남견문록
3) 출세간의 길
4) 장발의 걸시승
5) 동지를 찾아서
6) 스승과의 논쟁
7) 부친상, 미혼처의 죽음
8) 교육자의 길, 그리고 결혼
5. 식민의 시련
1) 을사늑약과 구국운동
2) 안악 양산학교와 하기 사범강습
3) 각 군 순회 교육운동
4) 재령지역 교육운동의 추억
5) 신민회와 안악 사건
6) 세 번째 투옥과 고문
7) 기약 없는 15년형
8) 서대문감옥으로
9) 옥중의 의. 식. 주
10) 기인과 영웅
11) 다시 인천감옥으로
6. 망명의 길
1) 출옥, 고향으로
2) 농가생활
3) 상해 망명
4) 경무국장에서 국무령까지
5) 내 인생을 돌아보며
이외에 참고할 만한 도서가 많으니 인터넷 서점에서 목차를 살펴보자. 목차의 최신 트렌드도 알아볼 겸 여러 도서의 목차를 확인하기 바란다. 도서 목차를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오래전에 쓰인 자서전은 사건 중심으로 되어 있다면 최근 자서전은 주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70여 년 전에 쓰인 <백범일지>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건 중심 목차라고 한다면,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주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자서전이 좀 더 감성적이며 말랑랄랑하며 부드럽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목차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인이 환영받는 이유, 꿈꾸는 이들의 "견본"이 되리, 기업 경영자는 청지기일 뿐, 제발, 정변은 이제 그만, 건설업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세계 제일의 자동차를 만들겠다, 내일을 심는 시베리아 개발, 민간 주도형 경제로 가는 길, 경제와 정부의 역할, "현대"가 한 일. 해야 할 일, 근검과 검약이 곧 자본, 다 같이 깨끗해야 밝은 사회된다, 진정한 부자는 누구인가, 행복한 삶의 네 가지 조건, 고정관념의 벽을 허물라, 긍정적인 사고에는 실패가 없다, "평범한 아내". "신통한 남편", 힘들었을 자식들을 위한 변명, 아직도 할 일이 태산과 같다
자서전의 목차는 사건 중심이든 주제 중심이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구성하면 된다. 다만, 효율적으로 자서전을 쓰고자 한다면 목차를 꼭 구성 해보길 권한다.
자서전 목차 구성하기
필자의 자서전 목차는 <백범일지>를 참고하여 시간의 흐름으로 구성했다. 추후에 글을 쓰면서 감성적인 목차로 바꿀 수 있으니 시작은 시간에 따른 사건 중심으로 설계했다. 자서전 목차는 크게 7장으로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1장 어린 시절부터 고교시절, 2장 청운의 푸른 기상 대학시절, 3장 사회 초년생 좌충우돌기, 4장 결혼 출산 육아 엄마로 살기, 5장 사회생활과 경제활동, 6장 중년의 도전 평생공부, 7장 50대의 일상에서 감사, 에필로그, 연보 등 시간 순으로 각 장을 구성했다.
각 장에 대한 세부 목차는 생각나는 대로 자서전에 담으려는 사건을 중심으로 예닐곱 개 정도 메모했다. 그야말로 메모 수준이다. 완성형 목차를 구성하면 좋겠지만 부족한 대로 쓰려고 하는 내용을 키워드만 써 두었다. 자서전을 쓰면서 목차를 수정할 것이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메모 형태로 구성해도 무방하다. 예를 들면 1장 어린 시절부터 고교시절에서는 유아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버지 뇌졸중, 부모님, 형제자매 등을 메모하고, 2장 청운의 푸른 기상 대학시절에는 1학년 첫 집회현장, 5.18 광주민주화운동, 농촌활동, 학회, 학생회, 일용직반대, 간호학과 간호철학, 이론과 실제의 차이, 실습과 진로 등으로 자서전에 쓸 내용을 키워드로 썼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목차를 구성할 수는 없다. 간단한 메모 수준으로도 본격적인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추후에 자서전을 쓰면서 세부적으로 따져보고 목차를 다시 수정하면 된다. 지금은 대략적인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니 완성도 있는 목차가 아닐지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하여 완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출간된 다른 도서들도 처음부터 완전한 목차가 아니라 책을 쓰면서 수정하고 또 수정하여 완성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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